다섯 개의 새로운 길
AI가 전략을 재정의하고 있다
전략이란 단어는 원래 전장에서 나왔다.
계획을 짜고, 병력을 배치하고, 전세를 읽는 사람.
기업의 전략가도 그런 존재였다. 시장이라는 전장 위에서 승리를 설계하는 자.
하지만 지금, 전장의 지형이 바뀌고 있다.
AI가 예측을 대신하고, 데이터가 판단을 내리는 시대다.
그래서 나는 스스로에게 물어야 했다.
“AI가 전략의 일부를, 아니 상당 부분을 대체할 수 있다면 인간 전략가는 어떤 역할을 해야 하는가?”
27년간 전략을 다뤄온 사람으로서, 그 질문은 꽤 근본적인 울림이었다.
정답은 없지만, 방향은 있다.
AI 시대, 전략가는 더 이상 “정답을 아는 사람”이 아니라, “방향을 제시하는 사람”이 되어야 한다.
지금부터 이야기하려는 건, 전략가가 가야 할 다섯 개의 길이다.
이 다섯 가지는 내가 몸으로 부딪히며 느낀 변화이자, 앞으로 더 많은 전략가들이 걷게 될 길이다.
그리고 이 시리즈를 통해 하나씩 풀어보려 한다.
1. 내비게이터 – 방향을 제시하는 사람
세상이 예측 불가능하다고 말할 때,
정작 중요한 건 ‘예측’이 아니라 ‘감지’다.
미세한 신호를 감지하고, 그 조짐을 읽어내는 것.
AI는 과거를 기반으로 예측하지만, 전략가는 아직 도래하지 않은 미래의 가능성을 감각한다.
그래서 전략가는 나침반이 되어야 한다.
지금 어느 쪽으로 발을 내디뎌야 할지, 모두가 망설일 때 방향을 짚어주는 존재.
2. 번역자 – AI와 조직을 잇는 다리
AI는 데이터를 말하고, 조직은 문화를 따른다.
이 둘 사이엔 언제나 간극이 있다.
전략가는 그 간극을 메우는 번역자다.
숫자 언어를 사람의 언어로 바꾸고,
분석을 실행의 리듬으로 녹여내는 사람.
기술이 아무리 뛰어나도, 조직이 이해하지 못하면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는다.
3. 조직 디자이너 – 실행이 자라나는 토양을 설계하는 사람
좋은 전략은 종이에 있지 않고, 조직의 습관과 문화에 뿌리내린다.
그래서 전략가는 이제 설계자다.
조직의 구조를 다시 짜고,
문화와 언어, 리더십 스타일을 전략에 맞게 설계하는 사람.
말하자면, 전략의 씨앗이 뿌려져도 자랄 수 있는 ‘토양’을 만드는 일이다.
그건 데이터가 아니라 감각, 구조가 아니라 마음으로 설계해야 하는 일이다.
4. 질문가 – 질문을 통해 창의성을 끌어내는 사람
AI가 정답을 더 잘 아는 시대가 오고 있다.
그렇다면 사람은 무엇을 해야 할까?
질문하는 것이다.
전략가는 이제 대답을 주는 사람이 아니라, 질문을 던지는 사람이다.
“왜 지금 이 길을 가야 하지?”
“고객이 정말 원하는 건 무엇일까?”
이런 질문은, 표준화된 알고리즘이 만들 수 없는 창의와 통찰의 출발점이 된다.
5. 철학자 – 변하지 않는 것을 붙드는 사람
세상은 변한다. 너무 빨리 변한다.
그럴수록 더 중요한 건, “무엇이 변하지 않는가”를 아는 감각이다.
제프 베조스는 이렇게 말했다.
“10년 후에도 변하지 않을 것을 중심에 두어라.”
고객의 신뢰, 인간의 욕망, 공동체의 가치…
이런 본질적인 것들은 기술이 아무리 진화해도 변하지 않는다.
전략가는 변화의 파도를 타되, 그 아래 흐르는 본질을 놓치지 말아야 한다.
가치 중심의 전략, 인간다움이 중심에 있는 전략.
그건 AI가 대신해 줄 수 없다.
빠른 시대일수록, 느린 감각이 필요하다.
정답보다 질문이, 효율보다 방향이 중요한 시대다.
AI가 부여한 자유 속에서,
우리는 오히려 더 인간다워질 용기를 가져야 한다.
감정, 윤리, 직관, 통찰…
이제 전략가는 이 인간적인 것들 위에서 새로운 언어를 만들어가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