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련을 마치고, 10여 년 만에 모교 병원 안에 들어섰다.
학생 때부터 레지던트 때까지, 근 10년 이상을 집처럼 지냈던 곳이다. 그런데 오랜만에 찾은 병원은 어딘가 낯설고 생경하게 느껴졌다.
새로 지은 진료센터, 응급실, 증축된 강의실과 강당.
밖에서 들을 때는 좋지 않은 이야기만 많았는데, 막상 가보니 꽤나 훌륭하게 바뀌어 있었다.
하지만 낯선 건 공간이 아니라, 그 공간에 스며 있던 내 기억과 감정 때문이었다.
진료실 뒤편, 구석진 계단 뒤에 숨겨진 자취들.
친구들과 함께 보냈던 20대의 시간과 젊음, 패기.
그 흔적들이 눈에 들어오자, 문득 마음이 아려왔다.
지금의 나는, 그 시절의 나와 많이 달라져 있었다.
나 자신이 마음에 들지 않았고, 책임져야 할 가족의 건강은 좋지 않다. 그 문제는 몇 해의 일이 아니라, 수십 년 이어질 일임을 알고 있다. 아마 죽을 때까지, 내 삶에 붙은 업처럼 함께할 것이다.
지금의 이 현실까지 오게 된 삶의 ‘레일포인트’는 과연 어디였을까. 어느 순간의 선택, 어느 방향의 판단이 지금 이 길로 나를 이끌었을까.
옛 흔적들과 마주하고 나니,
지금의 현실이 더욱 또렷하고, 더욱 혹독하게 다가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