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국, 난 새벽 1시 다시 싸이월드에
마지막 일기를 썼다.
정말 너무 많이 좋아했어요.
3년간 방문자 수가 1이 찍혔던
싸이월드 미니홈피에
다시 그를 향한
내 마음을 적어 내려갔다.
눈은 뜨거워졌고
빰아래에서 입술까지 눈물이 흘렀다.
'이미 끝났는데....'
'아니, 우리 아예 시작조차도 안 했잖아.'
억울했다.
나 혼자 그를 사랑했으니까...
마지막, 그를 향한 배려는
정리된 나의 마음을
쓰는 것이었다.
클럽에서 마주칠 때,
학교 앞에서 마주칠 때,
다가가지도,
아는 척도 못한 게
후회되지만
나를 사랑해 주는 사람을 만나니,
많이 행복했어.
앞으로 다른 사람 또 만날 테니까.
너도 행복해.
'정말 끝났다는 게 이런 거였을까?'
'이럴 줄은 몰랐는데,
이제는 마음이 없어서 미안해.'
일주일 후 방문자수는
'0'이 되었다.
'이제 끝났구나.'
안도감이 들었다.
그리고 끝이라는
허무함에
복받치는 감정
그 무언가가
내 가슴부터
목까지 점점 차올랐다.
하지만, 잘 가라고
이젠 보내주어야
너와 내가 산다.
그 이후, 공무원 시험을 보았고,
낙방을 했다.
4달 후
낙방의 고배를 마시고,
새로운 일을 해보겠단 생각으로
자원봉사활동을 지원했다.
광화문역 광장,
체험 부스 안에
사람들과 홍보를 하고 있었다.
오후 1~2시쯤이었다.
어떤 키가 큰 남자가
선글라스를 끼고 내 앞으로 다가오고 있었다.
검은색 반팔 상의에 청바지를 입었다.
얼굴형과 몸체는 분명 그 사람이었다.
한순간 속 그의 걸음은
하나의 장면처럼 생생했다.
그 걸음은 아무 소리도 없었지만,
마음엔 파문처럼 남았다.
선글라스에 가려진 그 남자가
그였을 거라고 직감했다.
하지만, 전혀 반갑지가 않았다.
기대도 없었고, 눈물도 없었다.
내 표정은 싸늘했다.
그를 날카로운 눈빛으로
쏘아봤던 거 같다.
'내가 끝났다고 했잖아...'
'아직도 무시하는 거야?'
'다시 잘해볼 마음이 없다고 일기에 썼잖아?'
그래도 그는 나를 향해 걸어왔다.
그 선글라스는 그의 마지막 자존심이었고
마지막 자기 보호였다.
그 선글라스가 나에게는 불신이었고,
불쾌함이었지만...
그 모습이 10년이 지났다.
아직도 내 마음속에 남아 있는 것은
아무래도...
많이 좋아했던 그 사람이었기에,
접어야만 했던 내 마음이 아쉬웠기 때문일까?
아니면,
여기까지 나를 보러 왔던,
그의 마음이
애처로웠을지도 모르겠다.
서로는
쳐다보고
기다리기만 한다.
결국
그는 나를 바라보다가
어느 조그마한 전시관으로 들어갔다.
'그땐 그에게 마음이 없었던 것일까?'
그 10분이라는 시간 동안
그일까? 아닐까?
내가 다가가면, 또 상처받지 않을까?
갈까? 말까? 고민하며,
수많은 생각이
나를 또 괴롭힌다.
그 조그마한 전시관에 시선을 뗄 수 없었다.
왜
그는
이렇게
내 주위만 맴돌고
확신을 주지 못하는 걸까?
짜증이 난다.
아니,
내가 아직도 반응하고 있다는
사실이 당황스러웠다.
그 순간,
문득 미안해졌다.
내가 더 이상
그 정도의 마음이 없다는 걸
알아버렸기 때문이었다.
한때 그렇게 간절했던 사람인데.
그 사람 때문에 몇 날 며칠을 울었던 내가,
지금은 그저 무덤덤했다.
그 사실이 조금, 서글펐다.
어떤 확신도 없이
싸이월드 미니 홈피에서
4년간 작성한 일기들은
나 혼자 말하고 끝난
내 감정들이 적힌,
그를 좋아한 흔적들이었다.
이제는,
그 보다 내가 더 안타까웠다.
아무 미동도 없는 그에게 분노하고
내가 작아졌고
바닥까지 떨어졌다.
얼마나 울면서 너를 지우려고
노력했는지 그는 알까?
그 혼자서의 안간힘이 너무 힘에 부쳐
결국 기대도 하지 않았다.
마음의 벽이 생기고
그 벽이 나와 너 사이의 장애물이 되었다.
결국, 그 남자는 내 쪽을
한 번 바라보았고, 돌아섰다.
그 모습이 내가 기억하는 마지막 모습이었다.
나를 향한 마지막 인사였는지...
아주 가볍고
단순했다.
선글라스에 마음을 가리고
끝내 나에게 다가올 수 없었던
그가 지금은 이해가 된다.
싸이월드가 중단될 때까지
거의 들어가지 않았다.
결국 순수했던 마음도
혼자서는 지속할 수 없었고,
내가 좋아하는 사람보다
나를 좋아하는 사람을
천천히 좋아하게 됐다.
그렇게 누군가를 간절히 좋아해 본 적은
그가 처음이었다.
그 후 3년 동안
그렇게 다른 이성들을 만났다.
결국은
나와 비슷한 결을 가지고
설렘과 확신을 주는 사람에게 끌리게 되었다.
사랑받는다는 건 그런 거였다.
나를 증명하지 않아도, 내 마음을 보여주지 않아도
그 사람은 나를 믿어주는 사람이었다.
그래서 그가 내 이런 마음을 모르길 바랐고,
어떤 sns에도 나의 흔적을 남기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