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대의 불빛 사이로 그녀와 마주쳤다.
우리의 거리는 가까웠지만, 다가갈 수 없었다.
나는 그녀를 보러 그곳에 간 거라고 스스로에게 말했지만,
그녀는 미처 머물지 않았다. 도망가듯 사라졌다.
그런데 그녀의 싸이월드는 나를 혼란스럽게 만들었다.
매일 조금씩 쌓이는 일기들.
“아직?” “아직 나를 좋아하나?”
나는 그 질문 앞에서 자꾸만 머뭇거렸다.
확인하고 싶었다.
다만 바라보기만 했다.
초겨울, 그녀의 일기는 한 곡의 폭풍 같은 글이었다.
감정들이 빠르게 쏟아졌다.
“너, 나랑 잘 해보려고 여기 계속 들어오는 거 아니지?
내가 왜? 너가 그렇게 잘났어?
학교 과제 때문에 어쩔 수 없이 싸이 하는 거야.
휴학이라도 말하고 갔으면…”
나는 알았다.
내가 준 상처의 크기를.
바늘처럼 박힌 상처들이 내 안에서 도톰한 피를 흘리게 했다.
그 끝에 내가 서 있었다.
나는 비겁했다.
감정을 품을 용기가 없었다.
그녀가 휘몰아치는 감정을 온전히 안아줄 만큼 단단하지 못했다.
“왜 붙잡지 못했을까.”
스스로에게 묻고 또 물었다.
나는 그 일기를 지켜봤다.
감정의 파도는 잦아들기를, 고요해지기를.
그러나 파도는 다시 폭발했고, 결국 싸이월드는 사라졌다.
그녀도, 그곳도.
그날 이후 나는 확신했다.
나는 그녀에게 좋은 사람이 아니었다.
다만, 때늦게 깨닫는 죄책감만 남았다.
용기 내어 사과했더라면, 다르게 됐을까.
그녀의 뒷모습이 멀어질 때, 나는 아무것도 하지 못했다.
이제는 단념할 수밖에 없다.
그 사실이 내게 너무나 쓰라리다.
한쪽은 상처를 외치며 단절을 택했고, 다른 한쪽은 비겁하게 침묵하며 후회를 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