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붙잡지 못한 순간들을 붙잡고 산다.

by 진심의 온도

싸이월드에서 그녀는 두 번이나 탈퇴했다.
나 때문이었다.


내 연락을 기다렸고, 내가 잡아주길 바랐다.

하지만 끝내 망설였고, 그저 그녀의 일기만 바라볼 뿐이었다.


허무했다.


속에서 치밀어 오르는 무언가가 있었다.

가래처럼 목에 걸려, 시원하게 내뱉지 못한 말들.



연예인이 되겠다는 내 꿈도 사라졌다.
나를 좋아하던 그녀도 이제는 점점 멀어져갔다.

분노가 치밀었고, 눈동자는 바람에 흔들리는 종잇장처럼 위태로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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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울 속 내 얼굴을 바라봤다.

눈에는 초점이 없었다.
기대할 것도, 할 수 있는 것도 남지 않았다.


집에서도 나는 인정받지 못했다.


외롭고 허전했다.
속을 채우려 닥치는 대로 먹기 시작했다.
예전처럼…


그렇게 조금씩 나를 잃어갔다.
갈대처럼 흔들렸고, 혼자 있는 시간이 늘어갔다.
누군가에게 약해진 내 모습을 들키는 것조차 두려웠다.



그녀가 싸이월드를 탈퇴한 지 100일 남짓 지난 어느 날.


새벽 3시.

저장되지 않은 번호로 문자가 왔다.


“너무 보고 싶어 미치겠어.”
“내가 정말 미안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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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였다.


결국, 나에게서 멀어지던 네가,
다시 나를 그리워한다고?


하지만 나는 이미 내가 싫어지고 있었다.
약한 모습과 콤플렉스가 낱낱이 드러나며

숨이 막힐 만큼 괴로웠다.


안 될 것 같았다.

‘누구시죠? 잘못 보내신 것 같은데요.’


잠시 뒤,
“죄송합니다. 제가 잘못 보냈네요.”

그녀의 답장이 왔다.


옅은 한숨이 새어 나왔다.
붙잡을까 잠시 망설였지만,
결국 그녀가 원했던 대로 보내주어야겠다고 생각했다.


너에게는 상처였겠지만,
너 또한 나에게 상처였으니
이제는 멀어져야 했다.




그러나 언젠가 그녀는 다시 싸이월드를 열고 일기를 썼다.
마치 내가 매일 보기를 기다리듯이.


나는 생각했다.
정말 날 잊지 못한 걸까.


하지만 더는 그녀 곁을 맴돌지 않으려 애써 외면했다.


‘너는 날 벗어날 수 없어.’


일기장에 적힌 그 한 문장은
자존심이 긁힌 상처와 애증의 발버둥 둘 사이에서 모호한 감정을 담고 있었다.


가볍게 생각한 내 행동의 결과였다.

그녀의 감정은 생각보다 깊고, 진지했다.

밑바닥까지 가라앉은 원망이
저주처럼 다가와 눈가를 뜨겁게 했다.


그러던 어느 날이었다.
너무 보고 싶었다.
잠깐 스친 뒷모습이 그녀 같았다.


캠퍼스 1관의 큰 유리창 너머.
그녀가 흘깃 눈에 들어왔다.


이미 망가진 내 모습.
그녀가 알아볼 리는 없었지만,
눈물이 솟구쳤다.
죽을 만큼 보고 싶었다.


시선을 떼지 못했다.
그 순간만큼은 다시 나를 봐주길 바랐다.


단 1분.
그 1분이 우리에게 영원히 잊히지 않는 순간이 되길 바라면서—

나는 끝내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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