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 말고 무엇을 갖고 있는가

정지우

by 수하




p31.

언젠가부터 나는 무언가 시도하고 실패하는 일에서 일종의 리듬감을 느낀다. 누군가에게 어떤 제안을 하고 거절당한다면, 그것은 길게 이어지는 리듬감 있는 파동에서 하나의 오르내림 정도로 느껴진다. (중략) 그렇게 제안당하고, 거절당하고, 시도하고 실패하고, 기대하고 실망하기를 반복하다 보면, 그 전체가 일련의 거대한 흐름으로 삶의 파도가 되어감을 느낀다.


p48.

작가 유발 하라리는 '호모 데우스'에서 인간이 다른 동물과 가장 다른 점은 "유연한 협력"이었고, 이것이 인간의 문명 건설에서 핵심이라는 이야기를 한 적이 있다. 유연한 협력을 달리 말하면 유연한 시스템이다.


p57.

내가 매일 밤마다 글을 쓰는 것도, 사실은 그저 어떤 형식을 유지하고 싶기 때문이기도 하다. 마음에 눈이 오나 비가 오나, 죽고 싶거나 도망치고 싶거나, 괴롭거나 기쁘거나 매일 글을 쓰는 일은 내가 내 삶에 대한 통제권을 완전히 놓치고 있지 않다는 느낌을 준다. 나는 내 마음에 굴복하는 어린아이가 아니라, 내 마음을 나의 형식으로 이끄는 어른임을 느끼게 해 준다.


p63.

그러니 다양하게 애쓰며 살아가되, 인생이 무엇을 줄지에 대해서는 열려 있는 게 좋다. 돌이켜보면, 내가 이 삶에 이른 것은 다른 길로 가는 길에 번번이 가로막힌 덕분이었다. 물론, 그 길을 그대로 갔더라면 그 삶에 나름대로 만족하며 감사했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그런 여러 가지 길들에 실패한 삶도 그 나름의 여정을 이어갈 수 있음을 기억할 필요가 있다. 오히려 실패한 덕분에 더 좋은 길을 갈 수도 있다. 우리는 신이 아니기 때문에 어느 길이 '더' 좋은지는 알 수 없다.


p64.

스티브 잡스의 말처럼 우리 삶의 모든 '점들'은 언젠가 '선'으로 연결될 수 있다. 그러나 선을 저절로 이루어지지는 않는다. 점과 점이 이어지는 길은 멀고 지난하며 어려울 수 있다. 하지만 우리가 그 점들을 잇고자 한다면, 언젠가 그 점들은 다시 만난다. 그러면 우리는 실패를 모르는 삶을 살게 된다.


p92.

어떤 선택을 하든, 삶은 감사하는 사람이 이기는 게임이다. 세상의 모든 것은 감사하는 사람에게 몰려든다. 설령, 무언가 몰려들지 않더라도 상관없다. 감사하면 '게임 끝'이기 때문이다. 그는 다른 사람들이 비교와 불평에 시달리며 상대적 박탈감 등에 허우적거릴 때, 감사하며 만족스러운 삶을 산다. 그를 이길 자는 없다.


p99.

그때 나는 다음과 같은 진실을 배웠다. '여기가 좋아서 여기 있는 게 아니라, 저기로 가기가 두려워서 여기 있는 것이라면, 반드시 저기로 가야 한다.'


p124.

나는 바로 늘 그렇게 깨어 있고 싶은데, 그 깨어 있음을 위해 글을 쓴다. 적어도 살아 있는 동안은 더 명료하게 깨어 있고 싶어서 쓴다. 계속 쓰는 사람이 잠들 방법은 없다. 어쨌든 계속 쓰면, 나아간다. 그래서 글쓰기는 걸음이고, 잠들지 않음이고, 죽지 않고 살아 있음이며, 나아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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