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안 세대

조너선 하이트

by 수하




p20.

우리는 그 결과와 그에 대한 책임을 대체로 당사자의 결정에 맡긴다. 하지만 미성년자에게도 똑같은 기준을 적용할 수는 없다. 뇌에서 보상을 추구하는 부분은 일찍 발달하는 반면에, 전두 피질(자기 통제와 만족 지연, 유혹에 대한 저항에 필수적 역할을 담당하는 부분)은 이십 대 중반이 되어야 완전히 발달하며, 사춘기 직전의 아동은 발달 과정에서 특히 취약한 시기에 있다. 사춘기가 시작되면 특히 사회적으로 불안정한 상태에 놓이는 경우가 많은데, 또래 압력에 쉽사리 휩슬리고 사회적 인정을 제공하는 것처럼 보이는 행동에 쉽게 유혹을 느낀다. (중략) 특히 청소년은 소셜 미디어를 사용하면서 치러야 하는 비용이 어른에 비해 높은 반면, 그 편익은 미미하다.


p23.

아동기 대재편을 초래한 근본 원인은 단지 아동의 일상과 마음에 큰 영향을 미치는 기술 변화에만 있는 게 아니다. 여기에는 두 번째 원인도 있다. 아이를 과잉보호하고 현실 세계에서 아이의 자율성을 제약하려는 추세가 바로 그 원인인데, 이것은 좋은 의도에서 시작되었지만 결국은 파국적 결과를 낳은 변화였다. 아이가 건강하게 성장하려면 자유 놀이를 많이 경험할 필요가 있다.


p26.

이 책에서 내가 주장하려는 핵심은 1996년 이후에 태어난 아동이 불안 세대가 된 주요 원인이 이 두 가지 추세 - 현실 세계의 과잉보호와 가상 세계의 과소 보호- 에 있다는 사실이다.


p35.

수십 년 동안 우리는 어린이를 보호하는 방법들을 계속 찾아내는 한편, 어른에게는 원하는 것을 마음대로 거의 다 하도록 허용했다. 그러다가 갑자기 어른이 충동적 기분에 따라 언제라도 몰입할 수 있는 가상 세계를 만들어냈지만, 그 세계에서 아이들을 거의 무방비 상태로 방치했다.


p39.

인류의 역사에서 인간관계와 의식의 급속한 재편이, 어떻게 우리 모두가 생각하고 집중하고 다른 사람을 배려하며 친밀한 관계를 맺는 일을 훨씬 어렵게 만들었는지 이해하고자 하는 모든 이를 위한 책이다. '불안 세대'는 모든 세대의 사람들을 위해 인간의 삶을 되찾는 방법을 알려주는 책이다.


p62.

MIT 교수 셰리 터클이 2015년에 스마트폰과 함께하는 삶에 대해 쓴 것처럼 "우리는 영원히 다른 곳에 있다."


p75.

1990년대 후반에 태어난 아동은 가상 세계에서 사춘기를 보낸 역사상 최초의 세대이다. 2010년 초에 그들에게 스마트폰을 준 것은 마치 Z세대를 화성으로 보내 그곳에서 자라도록 한 것과 같다. 우리는 아이들을 역사상 최대 규모의 통제 불능 상태의 실험으로 몰아넣은 것이다.


p87.

반면에 놀이는 큰 역할을 한다. 이것은 정서 발달의 열쇠는 정보가 아니라 경험에 있다는 인지 행동 치료의 핵심 통찰과 관련이 있다. 아이들이 상처를 참고, 감정을 조절하고, 다른 아이의 감정을 읽고, 차례를 지키고, 갈등을 해결하고, 정정당당하게 승부를 겨루는 법을 가장 잘 배울 수 있는 활동은 감독을 받지 않고 아이들 스스로가 주도하는 놀이이다.


p88.

놀이 시간의 감소는 너무나도 심각해서 어린이의 손에 쥐어진 스마트폰과 태블릿은 경험 차단제라고 불러도 무방할 정도이다.


p100.

아이들은 느리게 성장하는 아동기와 빠르게 성장하는 사춘기의 긴 문화적 도제 기간 내내 놀고 남들과 조율하고 사회적으로 배우고자 하는 욕구를 다양한 방식으로 표현한다. 뇌가 건강하게 발달하려면 제때 적절한 경험을 정확한 순서에 따라 배워야 한다.


p103.

현실 세계가 아닌 온라인 세계에서 발달한다면, 그들의 정체성과 자아와 인간관계가 확 달라질 것이다. 받는 보상이나 처벌, 우정의 깊이, 그리고 무엇보다도 바람직한 것, 이 모든 것은 아이가 매주 보는 수천 개의 게시물과 댓글, 평점에 따라 결정될 것이다.


p145.

모든 아동은 선천적으로 안티프래질 특성을 갖고 있다. 면역계가 병원체에 노출되어야 하고 나무가 바람에 노출되어야 하는 것처럼, 아동은 강한 내구력과 자신에 대한 믿음을 발달시키려면 좌절과 실패, 충격, 실수에 노출될 필요가 있다. 과잉보호는 이러한 발달을 저해해 아동을 취약하고 두려움에 사로잡힌 어른으로 성장하게 할 가능성이 높다.


p151.

그는 놀이터에서 흔히 발생하는 갈등처럼 금방 생기지만 오래 지속되지 않는 '급성 스트레스'보다 며칠 혹은 몇 주일, 심지어 몇 년 동안 지속되는 '만성 스트레스'가 나쁘다고 지적했다.


p167.

사춘기 초기는 생후 처음 몇 년을 제외하고는 뇌가 가장 급속하게 재배선되는 시기이다. 청소년의 경험에 큰 영향을 받으면서 신경 가지치기와 말이집 형성이 아주 빠른 속도로 일어난다. 우리는 그러한 경험에 큰 관심을 가져야 하고, 낯선 사람이나 알고리즘에 그런 경험의 선택을 맡겨서는 안 된다.


p178.

우리가 일반적으로 소셜 미디어의 분명한 예라고 생각하는 플랫폼들에는 공통되는 주요 특징이 적어도 네 가지 있다. 그 네 가지 특징은 사용자 프로필(사용자는 개인 정보와 관심사를 공유하는 개인 프로필을 만들 수 있다), 사용자 제작 콘텐츠(사용자는 텍스트 게시물, 사진, 영상, 링크를 포함해 다양한 콘텐츠를 제작해 많은 시청자와 공유할 수 있다), 네트워킹(사용자는 프로필을 팔로잉하거나 친구가 되거나 같은 그룹에 가입함으로써 다른 사용자들과 연결할 수 있다), 상호 작용성(사용자들은 서로, 그리고 각자가 공유하는 콘텐츠와 상호 작용할 수 있다. 상호 작용에는 '좋아요' 누르기, 댓글 달기, 공유하기, DM보내기 등이 포함된다)이다.


p209.

모든 이득은 십 대 후반의 경우에는 그럴 수도 있을 것처럼 들린다. 하지만 12세 아이가 자신의 친구들을 직접 만나는 대신에 낯선 사람들과 '연결'하기 위해 인스타그램이나 틱톡을 사용할 필요가 과연 있을까? 나는 소셜 미디어 플랫폼에서 계정을 개설할 수 있는 최소 연령이 13세로 정해져 있으면서도 왜 그것이 강제로 집행되지 않는지 그 이유를 모르겠다.


p254.

소셜 미디어가 남자아이보다 여자아이에게 더 많은 해를 끼치는 이유가 최소한 네 가지 있다. 첫 번째는 여자아이는 시각적 비교에 더 민감하다는 점인데, 특히 다른 사람들이 어떤 사람의 얼굴과 몸매를 칭찬하거나 비판할 때 더욱 민감한 반응을 보인다. 자신의 이미지에 초점을 맞추는 시각 중심 소셜 미디어 플랫폼은 여자아이의 '사회성 계량기' 수치를 끌어내리는 데 아주 적합하다. 또한 여자아이는 '사회적으로 규정된 완벽주의'가 발달할 가능성이 더 높은데, 이 때문에 타인이나 사회가 가진 불가능할 정도로 높은 기준에 맞춰 살아가려고 노력한다. 두 번째 이유는 남자아이의 공격성은 신체적 방식으로 표출되는 경우가 많은 반면, 여자아이의 공격성은 다른 여자아이의 관계와 평판을 해치려는 시도로 표출되는 경우가 많다는 데 있다. (중략) 세 번째 이유는 여자아이와 여성이 감정을 더 쉽게 나누는 데 있다. 모든 것이 온라인으로 옮겨가면서 여자아이들의 연결이 극대화되자, 불안이나 우울증을 앓는 여자아이들이 다른 여자아이들에게도 영향을 미쳐 불안과 우울증을 전염시켰다. (중략) 네 번째 이유는 인터넷을 이용해 남성이 여자아이와 여성에게 접근하고 스토킹 하는 것뿐만 아니라, 책임을 피하면서 나쁜 행동을 하기가 훨씬 쉬워진 데 있다.


p275.

2000년대에는 모든 것이 이전보다 더 빨라지고 밝아지고 나아지고 저렴해지고 개인적인 것으로 변해갔다.


p320.

도덕적으로 아름다운 행동을 보면 우리는 자신이 고양된 듯한(신성이라고 부를 수 있는 수직 방향의 차원으로 올라가는 듯한) 느낌이 든다. 반면에 도덕적으로 역겨운 행동을 보면 아래로 끌어내려지는 듯한 느낌, 즉 타락하는 듯한 느낌이 든다.


p362.

모든 수준의 정부는 청소년의 정신 건강을 해치는 정책을 바꾸고, 정신 건강을 개선하는 정책을 지원할 필요가 있다. 정부는 현실 세계에서 나타나는 아동 과잉보호 현상에 일부 책임이 있고, 가상 세계에서 벌어지는 아동의 과소보호에 일부 책임이 있다.


p364.

"고래 등 위에 서서 피라미 낚시를 한다."라는 폴리네시아 속담이 있다. 때로는 작은 일을 여러 가지 하는 것보다 큰일을 한 가지 하는 게 나을 수 있고, 때로는 큰일이 겉으로 드러나지 않지만 바로 우리 발밑에 있을 수도 있다. (중략) 그것은 학교에서 휴대폰 사용을 금지하는 것과 더 많은 자유 놀이를 장려하는 것이다.


p373.

조직화되지 않은 자유 놀이는 친구를 사귀고, 공감을 배우고, 감정 조절을 배우고, 대인관계 기술을 배우는 과제를 해결하고(정면으로 맞닥뜨리면서), 학교 공동체에서 건강한 장소를 찾도록 도움으로써 학생들의 권한을 높여준다. 그와 동시에 학생들에게 창의성과 혁신, 비판적 사고, 협력, 의사소통, 자기 주도성, 인내심, 사회성 기술처럼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기술들을 가르쳐준다.


p377.

우리가 아이를 신뢰하면, 아이는 하늘로 날아오른다. 세상을 향해 모험을 떠나는 아이를 신뢰하는 것은 어른이 할 수 있는 일 중에서 가장 큰 변화를 가져올 수 있는 행동이다.


p394.

부모로서 우리가 해야 할 일은 특정 종류의 아이를 만드는 것이 아니다. 대신에 우리가 해야 할 일은 그 속에서 예측 불가능한 많은 종류의 아이가 번성 할 수 있도록 사랑과 안전, 안전성의 보장과 함께 보호받는 공간을 제공하는 것이다. 우리가 해야 할 일은 아이의 마음을 빚어내는 것이 아니라, 그 마음이 세상이 허용하는 모든 가능성을 탐구하도록 하는 것이다. 우리가 해야 할 일은 아이에게 어떻게 놀아야 하는지 말하는 것이 아니라, 그저 아이에게 장난감을 주는 것이다. 우리는 아이에게 무엇을 배우도록 할 수는 없지만, 스스로 배우도록 환경을 조성할 수는 있다.


p422.

현실 세계에서 더 나은 정원사가 되기 위해 꼭 해야 할 일 한 가지를 꼽는다면, 그것은 자녀에게 부모의 감시 없이 그 나이에 즐길 수 있는 종류의 자유 놀이를 더 많이 누리게 하는 것이다. 이것은 독립성과 책임을 점점 늘리면서 더 길고 더 나는 놀이 기반 아동기를 제공해야 한다는 뜻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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