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온실수리보고서

김금희

by 수하




p87.

하지만 나는 추웠고 그건 몸을 덥히기 위해서라기보다는 나를 안정적으로 눌러줄 얼마간의 무게가 필요한 것이었다. 그렇지 않으면 나 같은 건 누군가 놓친 유원지 풍선처럼 날아가버려도 그만일 테니까.


p156.

나는 좋은 부분을 오려내 남기지 못하고 어떤 시절을 통째로 버리고 싶어 하는 마음들을 이해한다.


p179.

아이 때는 다리가 있으나 없으나 어디를 갈 수 없는 건 매한가지다. 어른이라는 벽이 둘러싸고 있으니까. 우리 곁에 균열이 나지 않은 어른은 없다. 그러니 불안하지 않은 아이도 없다. 지금 목격하는 저 삶의 풍랑이 자신의 것이 될까 긴장했고 그러면서도 결국 자기를 둘러싼 어른들이 세파에 휩쓸려 사라질까 봐 두려웠다. 마구 달려서 자기 마음에서 눈 돌리지 않으면 견딜 수 없는 순간이 아닐까.


p366.

그때의 비명은 내가 들은 창경원 어느 동물의 것보다도 크고 요란했지만 너무나 궁상맞고 하찮은 것이었습니다. 나는 원수를 갚은 탓에 엄마에게 죄를 지었습니다. 나를 죽은 것으로 생각하게 하는 죄였습니다.


p404.

한때는 떠올리는 것만으로도 마음이 서늘해지던 곳이지만 이제는 많은 이들의 각자 다른 시간을 거느리고 있는, 우주에서 가장 중요한 별처럼 느껴지는 집. 나는 잎을 다 떨구고 가지를 층층이 올려 나무로써 강건함을 띠는 벚나무를 올려다보다가 기쁘게 뒤돌아 다시 섬으로 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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