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해나
p46.
'어떤 사람이 자기 또래와 보조를 맞추지 않는다면 그것은 그가 그들과는 다른 북소리를 듣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p88.
할아버지가 우리를 둘러보며 말을 이었다. 사람의 수명을 백 년이라 가정할 때, 우리가 열 번을 나고 죽어야 비로소 천 년이 흐르는 셈입니다. 참으로 아득한 세월이지요? 이 탑은 그보다 더 긴 세월을 버텨주었어요. 흔들리기도 하고 기울어지기도 하면서요. 대견하지 않습니까?
p92.
그렇게 시작했는데 막상 해보니까 그 오기가 애정의 동의어 같기도 하더라.
p102.
정면으로 부딪혀야 할 때도 있지만 타협할 때도 있고 경청해야 할 때도 있는 거야.
p110.
높고 낮고 완만하다 굽이치며 험준하다가도 부드러워지는 선들. 건축이 무언지 자문하고 자책하면서도, 연필을 잡고 제도 선을 잇다 보면 늘 무언가 만들어져 있었고, 거창하고 근사하진 않아도 두껍고 얇은 선들을 한데 연결하다 보면 다음에 해야 할 게 무언지 조금은 알 수 있었다. 가늘지만 끊기지 않는 선을 마음속에 고이 그려보았다. 이 선도 조금씩 잇다 보면 언젠간 둥글게 연결된 등고선이 되겠지. 그렇게 우리가 포기 없이 오래, 아주 오래 이어갈 것들을 떠올렸다. 이 여름에 내가 풀어야 할 숙제가 무언지 조금은 알 수 있었다.
p117.
우리가 나고 죽을 동안 삶은 수없이 흔들리고 어긋날 수 있을 테지만, 그 여진 속에서 기꺼이 손잡아줄 사람이 있다면 누구든 조금은 안도하리라 믿는다. 내가 지은 이 집에서 당신이 근심 없이 몸 누일 수 있길 바라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