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뼘 더 크기

독서클럽

by 서장석

책을 읽고 싶었다. 그것도 무작정 읽는 게 아니라 이웃과 함께 읽고, 토론도 같이할 수 있는. 방법을 알아보던 중 화성시 예약 프로그램에 접속하니 참여하고 싶었던 프로그램이 눈에 띈다. 2025년 6월 18일 시작 8월 20일 종강인 독서 프로그램. oooo 독서클럽.

장소는 oo도서관. 시간은 매주 수요일 오후 7시 30분부터 9시 30분까지. 모집인원은 15명.

내가 접수할 때는 15명 정원 중 4명만이 접수한 상태였다. 부지런히 접수하고 기다리니 카톡으로 승인되었다는 메시지가 온다.

회사 생활 하며 공식적인 경제 활동을 하였으나, 스스로 무엇엔가 선택하고 접수하는 등의 주체적 행동을 한 건 처음이었다. 내게 이런 생각이 그리고 욕구가 있었는지도 스스로에게 놀라웠다. 한편으론 나 자신에게 뿌듯하고 감사했다.

6월 18일 첫 수업이 있는 날 강의 시간보다 일찍 출발하였다. 장소에 대한 확신이 들지 않아 일찍 가서 기다리는 게 나을 수 있겠다는 생각을 가지고. 네비를 켜고 진안도서관을 입력하고. 아뿔싸! 진입로를 놓쳤다. 할 수없이 –자동차 전용도로여서 유턴 안됨- 20분 정도 더 운전하여 제대로 된 길을 잡아 목적지에 도착하니 강의 시작 10분 전이다.

난 요즈음 강의에 참석하면 무조건 맨 앞자리다. 강사의 표정과 나의 학습 의욕에도 상당 부분 일조한다는 믿음 때문에. 고명환 작가 강의 때도 맨 앞줄에 앉아 강의를 들었다.

독서클럽이니 책 선정부터 하는 것이 일반적이라 생각했는데 이 모임의 책 선정 방식은 달랐다. 강사분이 강의 참석자들에게 읽고 싶은 책을 3권 추천하고 그중에서 많이 추천된 책으로 읽기를 시작한다고 한다. 참석자들이 추천한 책들의 제목을 올려놓고 경매하듯 선정 작업이 이루어지고 드디어 첫 번째 읽을거리. 제목이 선정되었다. 헤르만 헤세의 《데미안》.

내가 이 책을 처음 접했던 때가 중학교 2, 3학년 때라 기억된다. 그때도 무척 어려웠었다는 기억이 있었다. 그런데 왜 하필이면 어렵다고 기억되는 《데미안》이란 말인가?

선정 사유 중 화성시 소재 도서관에 소장 도서가 많아 빌려 볼 수 있는 가능성이 높은 것도 고려 대상이란다. 으레 껏 첫날은 자개 소개와 모임 참가 이유를 설명하는 자리가 마련되었다.

정원 15명 중 12명 참석이라는 높은 참석률과 참가자 개개인의 열의가 느껴졌다. 제일 궁금한 강사님의 경력 사항도 접수하고. 《데미안》 독서 기간이 2주간으로 잡혔다. 내가 자주 가는 도서관에 가니 벌써 발 빠른 사람이 선점해 버렸다. 하는 수 없이 상호대차를 신청하고 3일 후 카톡으로 책이 도착했다고 알려왔다. 집에서 25분 거리에 있는 oo도서관에 가서 책을 50년 만에 다시 영접한다. 싱클레어의 출생부터 성장 그리고 데미안을 만나면서 이루어지는 내적 성장 이야기와 에바 부인을 만나면서 성장의 정점에 도달하는 내밀한 이야기. 다시 나이 먹고 읽어가면서 읽기도 힘든 책을 쓴 작가란 사람들은 도대체 어떤 사람들인가 하는 궁금증이 생겼다. 그래도 쑥쑥 읽혔다. 독서하면서 속독하는 경향이 있어 대략 훑어보고 지나치는데 이 책은 결코 그렇게 읽을 책이 아니었다. 정독하면서 두 번을 읽었다. 내용 중 필요하거나 감동되는 구절들은 독서 노트에 필사하였다.

2회 차 수업에서 강사님이 독서하는 방법을 설명해 주신다. 배경지식, 등장인물의 이해, 주제와 생각의 변화 등 소설 읽기 이해 필수 사항에 대한 설명을 듣고 나니 그동안 해 왔던 독서 방법을 바꿔야 하는 계기가 되었다.

더 좋았던 부분은 같은 책을 읽고 나 아닌 다수의 다른 사람들의 생각과 관점을 들을 수 있다는 것이었다. 처음엔 이해가 잘되지 않았다. 어떻게 같은 책을 읽고, 더군다나 동일한 내용을 읽고 다른 주제로 설명을 할 수 있는지에 대해서 내 머리로는 이해가 되질 않았다. 이럴 땐 질문이 최고. 강사님께 질문한다. 강사님의 답변. 대략적인 통일성은 가질 수 있으나 각자의 환경과 주관적 생각으로 인하여 그렇게 되며, 이것은 특이한 것 아니라 지극히 자연스러운 거라는 설명. 이제껏 독서하고 누군가와 토론하거나 의견을 주고받은 적이 없었기에 신선한 충격으로 다가왔다.

두 번째 읽을거리도 무기명 투표에 의해 선정되었다. 알랭드 보통의《불안》 점입가경이었다.

책 제목부터 불안하여 왜 이런 책을 읽어야 하는지에 대해 의문이 들고. 의무감 가지고 읽기 시작했다. 지식의 허영을 채워주기엔 나름 괜찮은 책인 것 같다.

세 번째는 조지 오웰의《1984》

전제 정권은 어떻게 생성되어, 유지되는지, 인간성은 어떻게 유린되고, 말살되는지에 대해 엄청나게 많은 생각을 하게 하는 소설이었다. 내가 자라왔던, 생활해 왔던 공간과 시간에 대하여 되새김질하게 하는 명작이었다. 고전을 왜 고전이라 칭하고, 분류해서, 세대에서 세대로 이어지며 읽게 되는지 알게 해 주는 책이었다.

개인적으로 독서하는 방법과 생각을 다시 일깨워 준 책은 네 번째 책이었다. 데이비드 호킨스 박사의《놓아버림》이 바로 그 책이었다. 사람이 살면서 가지는 다양한 감정을 스스로 읽어보고, 관찰하고 어떻게 대처하고 처신하는 게 옳은 길인지에 대한 답변서 같은 책이었다.

이제껏 쉽게 읽히고 편안하게 읽을 수 있는 것들만 선택하여 독서해 왔다. 그런데 이번 독서 모임을 통해 생각하게 하고, 느낌이 무엇인지를 되돌아보게 하는 책이야 말로 읽어야 할 필독서임을 알게 되었다. 쉽고 편안하게 읽을 수 있는 책들은 감수성만을 자극하여 감상적 위험에 빠트릴 경우가 많다. 논리적 설명이 필요할 때 대응하기 어려울 수 있다. 필독서란 읽기 싫어도 꼭 읽어야 하는 교재와 같은 것이다. 이번 독서 모임은 독서를, 소비하는 독서가 아니라 글쓰기에 필요한, 사고의 향상을 가져오는 생산적인 독서가 필요하다는 걸 일깨워 준 귀중한 기회였다.

2025.08.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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