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yAug 10. 2025
벌써 두 주째 오른쪽 날개뼈가 아프다.
지난주엔 나아지겠지 하며 버텼는데 도저히 통증이 가시질 않는다. 하여 요번 주 월요일과 수요일에 한의원에 침을 맞으러 다녔다. 두 번의 침 치료가 효과가 있어 한 번 더 맞으려고 집사람에게 차를 태워달라고 부탁하였다. 그런데 내일 금요일은 손자에게 일찍 가봐야 한다고 말한다. 버스 타고 가라고. 서운하지만 할 수 없지. 하고 말았다.
다음날 일어나 늘 하던 대로 아침 먹고 샤워하고 침 맞으러 출발하였다. 집 밖으로 나가니 햇볕이 내리쬔다. 아차 모자라도 쓰고 갈걸 하는 생각에 도로 집으로 갈까 하다가 그냥 가기로 했다. 집에서 망포역까지 가려면 15분 정도 걸어가서 버스를 타야 한다. 걷다 보니 모자 생각이 절로 난다. 정류장에서 기다리니 버스가 온다. 올라타고 자리에 앉았다.
그런데 버스 기사님이 출발하질 않는다. 잠시 후 내 앞자리에 앉은 승객더러 내리라고 한다. 이유는 냉커피 뚜껑 막음이 안된 상태로 타면 바닥에 흘릴 수 있으니 마시고 타라고 한다. 승객과 운전기사와의 승강이가 벌어진다. 잠시 후 출발하고. 거울을 보니 기사님의 눈이 승객을 주시하고 있다. 하루에도 몇 번씩 승객과 실랑이하겠지. 하는 생각이 들었다. 한의원 가는 정류장에서 하차.
약 7-8분 정도 또 걸어야 한다. 가는 도중에 집사람으로부터 전화가 온다. 어디냐고. 한의원 가는 중이라고. 그럼 치료받고 끝나면 손자와 00루에 가서 짜장면을 먹으려는데 같이 하겠느냐고 묻는다. 그러겠다고 답하고. 한의원에 도착하였다. 집에서 나와 걷고, 기다리고, 버스 타고, 걷고 하여 40분 정도가 걸렸다. 차가 없어 할 수 없이 다녀야 하는 불편은 생각보다 크다. 특히 지금처럼 더운 여름날은. 접수하고 치료에 들어갔다. 온찜질, 물리치료, 부항 붙이기, 침 치료의 순으로. 침 치료를 받은 후 한결 날개뼈 부분의 통증이 가벼워진다. 나오면서 집사람에게 치료가 끝났다고 어디냐고 묻자? 음식점에 가고 있노라는 답이 들린다. 중국음식점은 한의원에서 걸어서 10분 정도 걸린다.
신호를 두 번 받고 건물 이층으로 올라가 문을 열었다.
대각선 자리에 집사람과 손자 얼굴이 보인다. 손을 들어 아는 체를 하니 손자 녀석이 휴대폰에 눈을 박고 내게 눈을 마주치려 하지 않는다. 한마디 했다. 왜? 할아버지한테 인사하지 않느냐고. 녀석은 눈 하나 깜짝하지 않는다. 몇 마디 해야 소용없다. 조금 시간이 지나고 녀석의 관심사가 생겨야 아는 체하는 것은 변함없다. 서빙하시는 분이 와서 무얼 드시겠느냐고 물어본다. 짜장면 곱빼기 하나, 탕수육 하나, 중국 냉면 하나씩 주문하고.
손자가 질문한다. 하비와 무얼 할 때가 제일 재미있었는지 아느냐고. 그래서 잠깐 생각해 보니 함께 자전거 탈 때 같아서 답하였더니 아니란다. 베개 던지기가 제일 재미있었고 다음이 자전거 타기란다. 그러면서 점심 먹고 베개 놀이를 하자고 한다. 그러자고 답했다. 맨 처음 탕수육이 나왔다. 손자는 부먹과 찍먹 중 찍먹이 좋단다. 그런데 주방에서 부먹으로 나와 버렸다. 나도 개인적으로 찍먹을 선호한다. 찍먹이 가진 장점은 소스를 찍어서도 먹고, 찍지 않고 그냥 먹을 수도 있다.
소스를 찍지 않고 먹을 때는 겉의 튀김옷 맛을 그대로 느낄 수 있어 소스 찍을 때와는 다른 맛이다. 두 가지 맛을 즐길 수 있었는데 물어보지도 않고 나와 약간은 실망스럽다. 우린 서로의 그릇에 적당히 덜어 먹기 시작했고, 집사람이 손자 그릇에 음식을 담아 가위로 잘라 주었다. 큰 그릇에 몇 점 안 남자 손자 포크가 빨라지며 욕심을 부린다. 그러려니 하고 탕수육에 묻은 채소를 떼어 주었다. 반사적으로 가로막는다. 아마도 할아버지가 제 그릇의 음식을 가로채려 한다고 오해한 것 같다. 채소만 가져가는 것을 확인한 후에야 할아버지 하는 행동을 제지하지 않는다. 그러면서 투덜댄다. 짜장면은 언제 나오느냐고. 식당 종업원에게 재차 문의하고 드디어 짜장면과 중국 냉면이 나왔다.
내가 짜장면을 비벼 반을 덜어 주고 나서야 구시렁대는 것을 멈추고 코를 빠뜨린다. 이 집의 짜장면의 특징은 첫째 맛있다. 두 번째는 하얀 도자기에 음식이 담겨 나온다. 정갈하다. 세 번째는 주방에서 바로 나와서 음식이 따듯하다. 주문 음식은 오느라고 식어서 맛이 반감된다. 직접 와서 먹으면 음식이 따뜻해서 좋다. 대개 다른 음식점에서는 플라스틱 그릇에 담기는데, 도자기에 담겨 나오는 음식을 보면 내가 손님 대접을 제대로 받고 있다는 느낌이 든다.
손자는 짜장면과 탕수육에 포크가 번갈아 가며 퍼서 입에 넣느라고 바쁘다. 입 주변에 짜장면 자국이 묻어 할머니가 티슈로 입 주변을 닦아준다. 그런데 조금 세게 닦았나 보다. 아프다고 할머니한테 성질을 부린다. 할머니 하는 말. 미안해 아프게 해서. 다시 식사가 계속되고 어느 정도 배가 차자 속도가 느려지면서 다른 참견하기 시작한다. 그러면 식사가 얼추 끝난 것이다. 티슈를 주면서 닦으라 하자 해달란다. 할머니가 입 주위를 닦아주고 일어나 나오면서 계산했다.
그런데 방금 전 테이블에서 일어나면서 휴지를 집어던진다. 또 무언가 마음에 들지 않았다는 표현일 것이다. 손자는 예쁘다. 그러나 기대하지 않는 행동이 나올 때면 몹시 당황스럽다. 녀석의 짓궂은 행동은 할머니에게 부담을 준다. 그리고 힘들다. 집에 가서 놀자고 한다. 난 마누라 눈치를 살피고. 집사람이 단호하게 말한다. 너희 집으로 간다고. 할아버지와 바이바이 하라고. 손자의 아쉬움에 가득한 눈빛을 보면서 우린 제 갈 길로 발걸음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