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쓰기 수업 두 번째)
byAug 09. 2025
첫 수업 후 일주일이 지나 다시 목요일 글쓰기 수업이 있는 날이다.
글쓰기 강좌는 매주 목요일 10시부터 시작하여 12시까지 수업이 진행되는데 거리가 있어 시간이 걸린다. 수업이 있는 날 아침은 다른 날보다 일찍 일어난다. 그래봤자 직장인들보다 늦게 일어나는 것이지만. 7시 30분 기상, 아침 먹고 샤워하고 커피포트에 물을 올린다. 잠시 후 물이 다 끓었다고 신호음이 들린다. 애용하는 머그잔에 알 커피를 넣고 물을 부어 스푼으로 휘휘 젓는다. 향이 올라온다. 언제 맡아도 커피 향이 주는 따듯함이 좋다. 구수한 누룽지 맛 같은 푸근한 냄새가 좋다. 홀짝이고. 지난주엔 내가 운전하고 갔는데 오늘은 집사람이 운전한단다. 고맙다고 인사하고, 차에 올랐다.
자동차 전용도로에 들어서니 차가 많이 밀린다. 비가 와서 그런 것 같다. 집사람이 국도로 갈까? 고속도로로 갈까? 하고 묻는다. 덜 밀리는 곳으로 가자고 답했다. 안녕 IC에서 고속도로로 들어섰다. 유료도로라 그런지 도로가 밀리지 않는다. 역시 자본주의의 맛이다. 봉담을 향해 달려갔다. 아뿔싸 그런데 실수가 나왔다. 봉담으로 접어드는 길을 놓친 것이다. 급하게 차선을 바꾸려다 옆 차선에서 달려오는 차의 진로 방해를 하게 되었다. 오른쪽 뒤에서 라이트를 켜대고 경보음을 울려대고 난리가 났다. 커다란 실수에 얼른 차 문을 열고 손을 들어 사과 신호를 보냈다. 입 모양을 보니 갖은 욕은 다 해대고 있는 것 같다. 사고가 날 수 있는 원인을 제공한 건 맞지만 그래도 너무한다고 생각된다. 그나마 비가 오지 않았으면 계속 달려와 시빗거리가 되었을 텐데 다행히 뒤 운전자가 제 갈 길로 가는 바람에 일이 무마되었다. 그리고 집사람에게 길을 잘 모르면 네비를 켜고 주행할 것이지 왜 그냥 하느냐고 지청구하였다.
네비에 봉담도서관을 적고 안내 시작 버튼을 누른다. 차는 호매실동에서 유턴하여 오던 길을 되돌아가라고 표시한다. 약 4km를 더 가서 되돌아왔다. 순간 차 안 공기가 싸하다. 묵언수행을 한다. 말할수록 불편해질 걸 알기에 입을 꾹 다물었다. 봉담 행정복지센터 앞에 도착했다.
좌회전하면 도서관이다. 회전하려면 차를 앞으로 더 붙이라고 말했다. 이때 바로 터져 나오는 소리❛내가 다 알아서 운전하고 있다고, 잔소리하지 말라고❜ 이내 말문을 닫았다. 내리면서 차 문을 닫으면서 고맙단 소리와 조심해서 가라는 말이 나오질 않는다. 서로가 서로에게 마음의 문이 닫혔다. 시시비비를 가려 무엇하랴. 아무짝에도 쓸모없는 것을.
강의실에 도착. 수업이 진행되었다. 첫 번째 같이 들었던 분 중에서 한 분만 출석하시고 다른 두 분이 나와 전번처럼 네 명이 수업을 받았다. 문장에 대한 강의가 진행되고 강사의 그림책 읽기가 시작되었다. 《감정 호텔 》내용 중 ❝어떤 감정이 찾아오면 떠나가기 마련입니다.❞라는 글귀를 강사가 낭독하였다. 순간 집사람과의 감정 교착 상태가 떠올랐다. 같이 있을 때는 감정이 격해졌었는데 약간의 시간차를 두니 가라앉는 마음은 도대체 누구의 마음인가? 이것도 내 마음이요. 저것도 내 마음인데 어느 것이 진짜 내 마음이란 말인가?
강사님이 카드를 책상에 펼쳐 놓는다. 본인의 감정 상태에 맞는 카드 두 장을 뽑아 그 어휘로 문장을 만들란다. 카드는 색상으로 구분하는데 밝은 색은 감정 상태가 가볍고 좋은 것을 뜻하고, 어두운 색은 불편하거나 침침한 것을 의미한다. 난 ❝여유로워❞와 ❝실망스러워❞를 선택하여 문장을 써 내려갔다. 두 가지를 섞어 문장을 만들면서 아침에 일어났던 일을 주제로 하여 글쓰기 기본을 지키면서 – 쉽게 쓰기, 단문 쓰기- 쓰려고 노력했다. 인용구도 함께······.
나는 너에게 너는 나에게 각자 실망을 가득 안은 채 헤어졌다.
시인 김춘수는 꽃에서
❝우리들은 모두
무엇이 되고 싶다.
너는 나에게 나는 너에게
잊히지 않는 하나의 눈짓이 되고 싶다.❞
라고 말했다.
오늘 비 오는 날 아침 우린 서로에게 잊히지 않는 순간으로 마주쳤다.
여유롭게 시작한 아침이 서로를 위한 행동이, 한 가지 실수로 인해 서로에게 실망스러운 하루로 기억되는 불상사를 가져왔다. ❛칼로 물 베기❜라는 데 우린 나이 먹어가면서 점점 아닌 상태로 진화해 간다. 얼마나 갈까? 집에서 마주칠 일이 걱정스럽다. 입이 방정이다.
2025.07.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