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양온천엘 갔다.
개찰구를 나오면서 시장 가는 길을 묻자 1번 출구로 나가서 광장을 가로질러 길 건너편이 시장이란다. 넓은 광장에 나오자 드문드문 사람들이 보이고 오른쪽에 족욕 체험장이 보인다. 그냥 시장으로 길을 잡았다. 길 건너에 온양온천 전통시장 안내판이 보인다.
시장은 크지 않았다. 길이 방향으로 50미터 정도. 천천히 시장 구경에 나섰다. 옷 가게가 있었고, 만둣집과 커다란 드럼통에 뽀얀 새우를 가득 담아놓은 새우젓 집이 보인다. 오젓과 육젓이라고 매직으로 글씨를 써 놓았다. 4천 원짜리 짜장면집도 보인다. 조금 더 가니 육천 원짜리 칼국수 집이 보인다. 가격대가 훌륭하다. 요즈음 이렇게 저렴한 음식값을 결정해 놓은 시장은 거의 드물다.
분식집으로 들어가 칼국수를 주문하였다. 선불이란다. 결재하고 나서 휴대폰을 만지작거리고 있는 사이에 음식이 나온다. 모양은 괜찮다. 국물을 마셔보니 맛이 심심하다. 벽을 보니, 간장 소스를 타서 드시라는 설명 문구가 보인다. 차 수저로 한 스푼 넣고 휘휘 저어 먹기 시작했다. 그런데 간장 맛만 느껴지고 이내 맹숭맹숭하다. 결국 돈값을 하네라는 생각이 들었다. 배고픈 돼지가 된 느낌이 이런 것 같았다. 맛은 제쳐두고 배를 불리기 위한, 생존을 위한 흡입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닌 동작을 계속하며 김치 한 조각을 씹는 순간 그냥 배고픈 돼지가 맞았다.
식당에서 일하는 분에게 온천탕 추천을 부탁드렸다. OO탕이란다. 식사를 마치고 시장을 어슬렁어슬렁 걸어 다녔다. 이곳의 좋은 점은 상인들이 호객행위를 하지 않는 것이었다. 밖으로 나가 OO탕을 찾기 시작했다. 멀지 않은 곳에 온천탕이 있었고, 9천 원인데 경로 우대로 2천 원 할인된 7천 원에 입장할 수 있다고 한다. 안으로 입장하자 탕 내부가 모습을 보이고 입욕객도 보인다. 평일 오후여서 나이 든 노인들만 있다. 그중 젊은 축으로 보이는 이가 5십 대 중반 정도, 노인 천국이다. 샤워하고 온탕에 몸을 뉘었다. 따듯한 온기가 몸 안으로 전해진다. 글자 그대로 긴장이 풀어진다. 머리만 내밀고 눈을 감았다.
중학교 2학년 때 아산 현충사로 수학여행을 온 적이 있다. 그때 이후로 얼마 동안의 세월이 흐른 것인가. 까까머리 중학생이 변하여 앞 머리 빠진 초보 노인이 되었으니. 시간이 간 만큼 무엇이 변했지 하고, 더듬어 보았다. 어릴 적 못살고 못 먹던 시절과는 달리 지금은 물질적으로 너무나 풍족해졌다. 그런데 사람들의 마음 씀은 오히려 삭막해지고, 각박해졌다는 느낌이다. 모든 것이 돈으로 귀결되고 귀착되는 세상 한 가운데 있다.
내부엔 사우나도 있다. 건식 사우나에 들어가 가만히 앉아 호흡하기 시작했다. 너무 빨리 숨을 쉬면 목구멍이 뜨거워 숨을 쉴 수가 없다. 또 너무 천천히 쉬면 호흡이 가빠 곤란해진다. 참선하듯이 천천히 들숨과 날숨을 쉰다. 평소에 공부가 되었던 상태가 아니어서 숨쉬기가 어렵다. 그래도 10분 정도 있으니 익숙해졌다. 밖으로 나와 묵은 때를 벗겨 보냈다. 사우나에서 녹진해진 몸을 수건으로 닦아내니 피부에 달라붙어 있던 노폐물의 탈출이 시작된다. 가려워진 등을 주변 분에게 부탁하여 서로 품앗이하고. 개운하다. 냉수 탕에 들어가 체온을 낮춘다. 땀이 온몸에서 솟아 나온다. 온천수라서 그런지 물이 부드럽다. 양치질하고 입안 가득 물을 담고 뿜는 동작을 반복한다. 물의 부드러운 기운을 입안 가득 느낀다.
입욕한 지 한 시간 반이 지났다. 수건으로 젖은 몸의 물기를 닦아내고 거울을 보았다. 얼굴에 생기가 돌고 각질 한 꺼풀이 벗겨 나간 느낌이다. 몸에선 아직도 더운 열기가 올라온다. 선풍기 바람에 몸을 맡기고 평상에 앉았다. 옷을 주섬주섬 입고 건물 밖으로 나왔다. 올 때 보았던 족욕 체험장이 궁금해졌기 때문이었다. 걸어가 안을 들여다보니 많은 분이 발을 담그고 따뜻한 기운을 즐기고 있었다. 온천욕을 하지 않았다면 이곳에 와서 족욕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란 생각이 들었다.
근처 비각이 눈에 띈다. 현판을 보니
❝이충무공 기념각❞이라 쓰여 있었고, 대한민국 초대 부통령 이시영 근 서라 적혀있었다.
아산은 충무공의 도시다. 비석 사면 빼곡히 충무공 관련 내용으로 음각되어 있었다.
드문드문 돌에 새긴 시비가 보였고, 지방 도시다움이 느껴졌다. 평안한 일상이 쉼 없이 흘러가는 곳. 도심 자체가 복잡하지 않고 사람들의 왕래도 빈번하지 않은 곳이란 느낌이다. 주변분 이야기를 들으니, 주말은 사람에 치여 다니기가 힘이 든단다. 장이 서면 광장 가득히 인파가 몰려 분위기가 한껏 달아오르기도 한다고 한다.
목적을 달성하였으니 집으로 돌아갈 시간이 되었다. 올 때는 몰랐는데 갈 때는 탑승객이 많다. 하루의 노곤을 뉘려고 집으로 향하기 때문일 것이다. 출근하고 퇴근하는 일상에서 벗어나 있었다. 나도 저들과 똑같은 세월을 40년간 해왔다. 지금 잠깐 벗어나 있으니 보이는 것뿐. 그래도 삶은 지속되어야 하고, 그 삶을 위한 행진도 같이 이루어져야 하기에 오늘도 힘찬 발걸음을 옮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