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증거

2장. 내가 했던 말, 당신이 기억한 방식

by 송희애

말은 입에서 끝나지 않는다. 기억으로 다시 태어난다.

“그런 뜻 아니었는데…”
이런 말을 머릿속으로 되뇌일 때가 있다.

나는 ‘괜찮아’라고 말했지만,
당신은 그걸 ‘상관없다’로 기억했고,

내가 ‘좀 서운해’라고 말했는데,
당신은 ‘화를 냈다’고 받아들였다.

내 말의 의미는, 내 의도가 아니라 당신이 기억하는 방식으로 결정된다.

나는 법과학자다.
사람의 말을 그대로 믿지 않는다.

'말'과 '기억'의 간극이 얼마나 작고 큰지 판단하기가 너무 어렵기 때문이다.


그 말이 어떻게 기록됐는지,

언제 멈췄는지,
무엇이 생략되었는지,

그리고 무엇보다도 어떤 행동을 동반했는지를 본다.

일상도 마찬가지다.
가까운 사람과의 오해는 대부분
“잘못 말해서”가 아니라,

“다르게 기억돼서” 시작된다.

그래서 나는, 말보다
그 말이 어떻게 남는지를 먼저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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