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투락월드와 경주월드
나의 어릴 때 추억과 지금 우리 아이들과의 추억이 공유되는 장소는 거의 없다.
한 지역에서 오래 살고 그 지역에서 자식을 낳아야만 같은 추억이 있는 그런 장소들이 많이 있을 것이다. 그렇게 되면 부모와 자식 간에 서로 나눌 이야깃거리가 많아질 것이다.
나에게 아이들과 추억을 나눌 유일한 장소가 있다면 바로 경주월드이다. 올해가 40주년이라고 하니 감회가 새롭다. 어릴 때는 잘 몰랐지만 땅만 파면 문화재가 나와서 건물을 많이 지을 수도 없다고 하는 경주에서 이렇게 넓은 놀이공원은 어떻게 지은건지 궁금하기만 하다.
경주월드는 내가 초등학교 때에도 대구에서 소풍을 갔던 곳이다. 그때의 이름은 도투락월드였다.
토끼와 거북이가 마스코트였고 한 번씩 추억의 도투락월드 행사 같은 것을 했다.
어릴 때 찍은 소풍 사진에는 도투락월드의 '서라벌 관람차'라고 불린 대관람차 앞에서 찍은 사진이 있다. 지금은 그 관람차 대신 '타임 라이더'라는 신식 관람차가 생겼다. 사실상 도투락월드 때 있었던 놀이기구들은 거의 사라지고 새롭게 생긴 놀이기구들이 있다. 하지만 관람차만 기억이 나는 것은 내가 무서운 놀이기구를 못 타서 그나마 덜 무서운 관람차를 탔었기 때문이다. 지금은 무서운 것을 못 타는 성향이 더 깊어졌고 새로 생긴 관람차는 무서움이 더 추가되어 도저히 시도조차 할 수 없을 것 같다. 세월이 많이 흘러 놀이공원의 모습이 많이 바뀌었지만 지금도 어느 구석진 장소에는 도투락월드의 흔적이 남아있다고 하니 날씨가 선선해지면 한번 찾으러 다녀봐야겠다. 아이에게 한 번씩 "엄마도 초등학교 때 소풍을 여기에 왔었지."라고 하면 "진짜요?"
라고 하며 신기해하고 이곳이 굉장히 오래된 곳이구나라고 감탄해하는 아이가 재미있었다.
무서운 놀이기구들을 잘 타고 신나 하는 아이를 보면서 놀이기구 타는 것이 즐거운 것인지 공부 안 하는 이 시간이 마냥 좋은 것인지 의문이 들고는 한다. 그럴 때마다 그런 생각 말고 지금 아이에게 즐거워하는 시간을 온전히 누릴 수 있도록 놔두어야겠다고 생각했다. 이제 학업에 더 신경 쓰다 보면 이곳도 더 이상 올 수 없을 것이기 때문이다. 작년에 결재해 둔 연간 회원권이 11월에 만료가 되면 대학 가기 전까지 더 이상의 놀이동산은 없다고 해두었다. 그래도 세월이 좋아진 탓에 나는 소풍 때 간신히 온 놀이공원을 우리 아이는 마음만 먹으면 올 수 있는 곳이 되어 살짝 부럽기도 했다. 평소 말도 별로 없고 감정의 변화가 별로 없는 아이지만 여기에만 오면 밝아지고 명랑해진다. 그리고 아무런 걱정 없이 놀이기구를 타며 스트레스를 풀고 있는 아이를 보면 뭔가 엄마로서 아이와 좋은 추억을 쌓고 있는 것 같다는 안도감이 들기도 한다. 나중에 아이에게 엄마와 같이 갔었던 놀이공원이 정말 좋은 추억이었다는 말을 듣게 된다면 정말 뿌듯할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