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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호예 Dec 09. 2015

깨닫다

문득

어린 시절 유명한 만화들을 보고난 뒤

그것들에 대하여 실시간으로 글을 쓰고

댓글을 달며 소통하던 커뮤니티를 자주

들락날락 거렸었다.


시간이 지나 머리가 여물어가면서

차츰차츰 접속하는 횟수가 줄어들더니

어느샌가는 거의 방문하지 않게 된 그 곳을


그래도 특정시기마다 방문하곤 하였는데

지금에서야 왜 다 큰 지금에 와서도

가끔 그곳을 방문하는지에 대해 깨닫게 되었다.


사람이 그리울 때

아무것도 남은게 없을 때

허무할 때

의지할 곳 하나 없는 시기마다


그곳에 실시간으로 올라오는 글들과

그 게시글에 달리는 빠른 댓글들을 통해

서로간에 소통하는 모습들을


멍하니 화면으로 바라보며

잠시나마 주위에 사람들이 둘러쌓인듯한

싸구려 최면에 휩싸여

작은 안도감을 찾고 싶을 때마다


그 곳을 방문하게 되었던 것이다.


참으로 나라는 사람은 잘못된 삶을 살았나보다.

참으로 나라는 사람에겐 남은 것이 없는가보다.


홀로이 서기 힘든 아릿한 상황에서


누구하나 속 털어놓고 얘기할

잠시간의 유예로라도

등을 기댈 누군가를


단 한명조차 만들지 못한 나는

참으로 덧없는 사람인가보다.


알맹이 없이 허옇게 뜬 묽은 국과 같이


참 보잘것 없이 초라한 사람인가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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