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쩔 수 없이
현재도 완전히 성숙했다 할 수 없는 부족한 사람이지만
지금보다도 더욱 더 어렸던 시절
나는 이 두 눈에 보이는 그대로 그때 그때마다
웃고 울고 화내며 그 자리에서 반응을 하곤 했다.
거리낄 것이 없던 때였고 가진 것 하나 없었지만
어디서 나오는지 모를 당당함을 온 몸에 두른 채
이곳 저곳에 부딪히고 깨지곤 했었다.
하지만 시간이 흐르고 근원 모를 당당함은 인간관계란
벽에 부딪혀 녹아내리게 되었고
어느 순간 나는 내 눈앞에 보이는 많은 것들에 대해
스스로 못본 척 모르는 척 눈을 가리게 되었다.
다른이가 내게 거짓된 모습을 보임에 그 사실을
알면서도 내가 받을 상처가 두려워 눈을 가리는게 한 번
다른이가 행하는 불의에도 내게 영향을 끼치지 않기에
혹시 모를 번거로움을 벗어나고자 눈을 가리는게 두 번
내가 소중하다 생각하는 사람을 위해 올바르다 할 수 없는
일을 하며 못난 내 자신을 회피하고자 눈을 가리는게 세 번
내게 돌아 올 행복을 위해 그로 인해 타인에게 돌아갈
불행에 눈을 가리는게 네 번
어느 순간 나는 두 눈 멀쩡히 뜨고있지만
세상 멀쩡히 볼 수 없는
장님이 되어버렸다.
이 두 손으로 스스로 눈을 가린 채
점점 더 초라해지고 추악해지는 내 모습을
뒤로 한채.
참 어려운 것 같다.
사람이라는게.
사랑이라는게.
마음이라는것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