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화면 속 넘어

by 서우

어릴 때의 나는 굉장히 이기적이었고, 너무나도 솔직했다.


그 솔직함이 너무나도 날이 서있어서 때로는 친구들에게 마음의 상처를 주었을 때도 많았고, 나는 내가 드러내는 감정들이 친구들에게 상처 입힐 수 있다는 사실을 받아들이기 힘들어서 무례한 언행을 ‘솔직하게 이야기해야 한다’라고 포장을 하면서 애써 고치려고 하지 않았다.


굳이 그럴 필요성을 느끼지 못했다.


못생겼다고 생각했던 친구에게는 못생겼다고 말했다.


얼굴이 둥그란 친구에게는 그게 콤플렉스일 것이라는 생각도 안 하고 ‘달덩이처럼 둥글다’라고 이야기했는데 들은 상대방이 노발대발하면서 나한테 쏘는 비난의 화살들이 어린 마음에는 너무 감당하기가 힘들었다. 솔직히.


그렇게 나는 다른 사람의 마음을 이해하지 못한 차 스스로 상처받은 나 자신에게 빠져 집에 돌아와서는 방구석에 틀여 박혀 컴퓨터를 켰다.


너무나도 완벽한 도피처였다.


온라인 게임에 접속하여 화면 속 너머 아주 강한 몬스터들을 때려눕히는 멋있고 강한 내 캐릭터를 보면서, 치졸하고 옹졸한 나 자신과 너무나도 대비되어 현실과 더 멀어지고 싶은 기분이 들었다.


화면 속 나는 완벽해질 수 있었다.


나는 그렇게 불만족스러운 현재의 삶을 화면 속 세상으로 이관하여 나의 꿈과 열정에 대해서 고민한 시간을 유보하고, 그렇게 고등학교까지 나에 대한 추한 부분과 자아들을 덮어두고 잊어갔다.


해결되지 않은 감정은 결국 곪아 터지는 건가.


나는 점점 더 현실감각이 무뎌졌고 화면 너머의 완벽한 나에게 집착했다.


화면 너머의 나에게 가까워지려고 하면 할수록 나의 현실은 점점 더 나 자신과 분리되고 있었다. 본말이 전도되어 씻지도 않고 제대로 먹지도 않고 정말 매몰되어서 컴퓨터 화면만 뚫어져라 쳐다보고 방에 나올 생각을 일절 하지 않았다.


부끄럽고 완벽하지 않고, 못난 감정들을 오물처럼 뱉어내는 나를 쳐다보고 싶지 않아 나는 선택의 기로에서 도망만을 선택했다. 그러다가 오래 알고 지내던 내 옛 연인도 나의 우울을 더 이상 견디다 못해 나를 떠나 다른 인연을 만났고, 스쳐 지나갔던 학창 시절의 친구들 사이에서도 계속 겉돌고 있었다.


나는 왜 그렇게까지 완벽해지고 싶었던 걸까.


문득 머릿속에 의문이 들면서 내가 완벽한 세상에 빠져 있던 것이 결국은 내 과오와 실패를 부정하고 싶은 도피성 감정이라는 것을 알기까지 너무나 오랜 시간이 걸렸다. 더러운 내면에 대한 자기 성찰과 난도질되어 있는 나의 과거 일기장들을 돌아보면서 그동안 도망쳐왔던 삶에 대한 후회와 반성을 곱씹는 굉장히 고통스러운 과정이었다.


살아가는 동안 도망치자라는 선택을 내린 사람이 처음으로 정면으로 맞서 싸운다는 선택을 하는 것은 마치 근육이 다 빠진 환자가 다시 재활하기 위해서 걷고 서는 연습부터 하는 것과 같은 고통이었다.


너무 미안하다. 어린 너에게.


어린 너를 계속 절벽에 세워,

좋고 나쁨에 대한 명확한 기준도 없이 좋은 사람이 되어야만 한다라고 강요했던 너에게 미안하다.


실수해도 웃고 넘기고 ‘그럴 수 있지’라고 따뜻하게 보듬는 시간들이 있었다면 그 10년이 넘는 시간 동안 화면 속의 삶이 아닌 화면 밖의 삶을 다채로운 색을 채울 수 있지 않았을까.


무채색 일기장을 다시 펼쳐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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