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난과 이념: 이념의 리트머스

2회: 이념의 리트머스, 재난

by 한시을

2회: 이념의 리트머스, 재난


탐험을 떠나기 전에


지난 회에서 우리는 신기한 패턴 하나를 발견했어요. 같은 나라에서 일어난 재난들인데 완전히 다른 결과가 나왔다는 거였죠.


혹시 기억나세요? ⭕❌�로 표시된 그 표 말이에요.


그런데 이제 정말 중요한 질문이 남았어요: "이 패턴이 우연일까요, 아니면 어떤 법칙이 있는 걸까요?"


든든한 길잡이를 만나다


고민하던 중에 유발 하라리의 《넥서스》라는 책을 읽게 됐어요. 거기서 정말 흥미로운 이야기를 발견했거든요.


하라리는 역사를 통틀어 두 종류의 세력이 계속 경쟁해 왔다고 말해요 :


� 진실추구 세력 (Truth-seeking)

정보를 최대한 많이 수집하려고 해요

다양한 관점에서 분석하죠

투명하게 공개하고 널리 퍼뜨려요

"더 많이 알수록 더 좋은 결정을 내릴 수 있다"라고 믿어요


�️ 질서유지 세력 (Order-maintaining)

정보를 통제하고 제한하려고 해요

일관된 메시지로 통일하죠

필요한 만큼만 선별적으로 공개해요

"너무 많은 정보는 오히려 혼란을 만든다"라고 믿어요


흥미로운 건, 이 두 세력이 모두 나름의 논리를 갖고 있다는 거예요.


한국 상황에도 적용될까?


이 이론을 보면서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어요: "혹시 우리나라 재난 대응도 이런 관점으로 볼 수 있을까?"


실제로 우리 역사를 보면, 정권마다 정보에 대한 접근법이 달랐던 것 같아요:


개방형 접근을 선호하는 경우:

시민사회와 적극 협력하고

전문가 의견을 다양하게 수렴하고

실시간으로 상황을 공개하죠


폐쇄형 접근을 선호하는 경우:

정부 중심으로 통제하고

일관된 메시지로 관리하고

신중하게 단계별로 공개하죠


어느 쪽이 맞다/틀렸다의 문제가 아니라, 서로 다른 철학을 갖고 있는 거죠.


재난이 드러내는 진짜 모습


그런데 여기서 재미있는 점이 하나 있어요.


평상시에는 이런 차이가 잘 안 보여요. 모든 정부가 "국민을 위해 최선을 다한다"라고 말하거든요.


하지만 재난이 오면 달라집니다.


갑작스러운 위기 상황에서는 평소 가지고 있던 본능적인 접근법이 튀어나와요. 시간 여유도 없고, 깊이 고민할 틈도 없으니까요.


마치 시험지 같은 거죠. "이념의 리트머스" 말이에요.


리트머스 종이가 산성과 알칼리성을 구분해 주듯이, 재난이 진실추구형과 질서유지형을 구분해 줄 수 있을까요?


우리만의 탐험 도구 준비하기


이 궁금증을 풀어보기 위해서 우리만의 탐험 도구를 준비해 봤어요.


� 나침반: 유발 하라리 이론

어디로 가야 할지 방향을 잡아주는 나침반이에요

개방형 vs 폐쇄형으로 분류하는 기준점이죠


�️ 지도: 정보 처리 매트릭스

지난 회에서 본 그 ⭕❌� 표 기억나시죠?

복잡한 현실을 한눈에 볼 수 있게 정리한 지도예요


�️ 5개 섬: 정보 처리 5단계 우리가 탐험할 5개의 섬들이에요:

수집 섬: 정보를 어떻게 모으는가

분석 섬: 정보를 어떻게 해석하는가

판단 섬: 정보를 바탕으로 어떻게 평가하는가

결정 섬: 어떤 행동을 선택하는가

분산 섬: 정보를 어떻게 나누는가


� 4개 성: 실제 사례들 각 섬에서 구경할 수 있는 4개의 성들이에요:

태안 성 (2007, 개방형)

세월호 성 (2014, 폐쇄형)

메르스 성 (2015, 폐쇄형)

코로나19 성 (2020, 개방형)


탐험할 때 주의사항


이 여행을 떠나기 전에 몇 가지 약속을 해야 할 것 같아요.


겸손한 마음가짐:

우리는 정답을 가지고 있지 않아요

함께 확인해 보는 거예요

틀릴 수도 있다는 걸 인정해요


공정한 시각:

특정 정권을 편들거나 비난하지 않아요

팩트에 기반해서만 이야기해요

모든 접근법에는 장단점이 있다는 걸 인정해요


실용적인 목적:

과거를 비난하려는 게 아니에요

미래를 대비하려는 거예요

다음 재난 때 더 현명해지려는 거예요


혹시 이런 의문이 드시나요?


"유발 하라리 이론을 한국에 그대로 적용해도 될까요?"


맞는 의문이에요. 서구 중심으로 만들어진 이론이니까요.


하지만 우리는 이론을 그대로 받아들이는 게 아니라 "정말 맞는지 확인해 보는" 거예요. 우리 사례에 적용해 보고, 맞으면 쓰고, 안 맞으면 수정하거나 버리면 되죠.


"너무 단순하게 이분법으로 나누는 거 아닌가요?"


이것도 좋은 지적이에요. 현실은 훨씬 복잡하죠.


하지만 탐험을 시작할 때는 일단 간단한 도구부터 써보는 게 좋잖아요? 복잡한 현실을 이해하기 위한 첫 번째 단계라고 생각해 주세요.


첫 번째 섬으로 출발


다음 회부터는 본격적으로 5개 섬 탐험을 시작할 거예요.


첫 번째로 방문할 곳은 "수집 섬"이에요. 재난이 터졌을 때 정보를 어떻게 모았는지 살펴볼 거예요.


태안과 코로나19는 어떻게 했을까요?

세월호와 메르스는 어떻게 했을까요?

어떤 차이가 있었을까요?

그 차이가 결과에 영향을 줬을까요?


궁금하지 않으세요?


이런 탐험 도구들, 어떻게 보이세요?


혹시 빠진 도구나 개선할 점이 있을까요?


첫 번째 섬 "수집 섬" 탐험, 기대되시나요?


[다음 회 예고] 3회 차: "탐험 도구와 여행 계획" - 나침반, 지도, 5개 섬, 4개 성을 더 자세히 살펴보고 본격적인 탐험 일정을 짜보겠습니다.


[참고자료]

유발 하라리, 《넥서스》, 김영사, 2024

각 재난별 정부 공식 발표 자료

언론 보도 타임라인 분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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