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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런치북 을의 역사 12화

을의 역사

2장 주권에 대한 도전

by 한시을

11화 세 번째 도전 : '검찰 쿠데타'와 윤석열 정부


▌"검찰은 법과 상식이 지배하는 나라를 만들기 위해 존재한다" - 윤석열, 2022년 대통령 취임사


2025년 현재 대한민국을 살펴보면 묘한 기시감을 느끼게 됩니다. 언론에 대한 압박, 시민사회 단체들에 대한 수사, 정치적 반대파에 대한 표적 수사... 이런 모습들이 어디서 본 것 같지 않나요?


1961년 박정희 쿠데타, 1980년 전두환 쿠데타. 두 차례의 군사 쿠데타를 겪은 한국에서 이제는 군복을 입은 장성들이 아니라 검은 정장을 입은 검사들이 권력의 중심에 서 있습니다.


2022년 윤석열이 대통령에 당선되면서 한국 현대사상 처음으로 검찰 출신이 최고권력자가 됐어요. 그런데 그의 집권 과정과 통치 방식을 보면, 과거 군부독재와 놀랍도록 유사한 패턴을 보입니다.


총칼 대신 기소권을, 계엄령 대신 수사권을 무기로 한 새로운 형태의 권위주의. 이것이 바로 우리가 직면한 '세 번째 주권 도전'의 실체입니다.


검찰 권력의 역사적 기원


한국 검찰의 비대한 권력은 하루아침에 생긴 게 아니에요. 그 뿌리는 일제강점기와 군부독재 시대로 거슬러 올라갑니다.


일제강점기 조선총독부 검찰은 단순한 수사기관이 아니라 식민통치의 핵심 기구였어요. 독립운동가들을 탄압하고, 사상범을 색출하며, 민족정신을 말살하는 역할을 했죠. 법이 아니라 권력의 논리로 움직이는 조직이었습니다.


해방 후에도 이런 구조는 크게 바뀌지 않았어요. 미군정과 이승만 정권은 일제강점기 검찰 시스템을 그대로 활용했습니다. 반공을 명분으로 정치적 반대파를 탄압하는 도구로 사용한 거죠.


박정희와 전두환 시대에는 검찰이 정보기관과 결합해 더욱 강력해졌어요. 중앙정보부와 국가안전기획부가 수집한 정보를 바탕으로 검찰이 기소권을 행사하는 구조였습니다. 정치적 목적을 위한 수사와 기소가 일상화됐어요.


민주화 이후 검찰 권력의 확대


1987년 민주화 이후 군부는 물러났지만, 검찰 권력은 오히려 더 커졌어요. 정치권력이 분산되면서 상대적으로 검찰의 영향력이 부각된 거죠.


특히 1990년대부터 반부패 수사가 활발해지면서 검찰은 "정의의 수호자"라는 이미지를 구축했습니다. 전직 대통령들을 수사하고, 재벌들을 구속하는 모습이 언론에 연일 보도되면서 검찰에 대한 국민들의 신뢰도 높아졌어요.


하지만 이 과정에서 검찰은 점점 정치화됐습니다. 정권의 성격에 따라 수사 방향이 달라졌고, 검사장 인사가 정치적 쟁점이 되기 시작했어요. 검찰이 독립적인 수사기관이 아니라 정치권력의 도구로 전락한 거죠.


2000년대 들어서는 이런 경향이 더욱 심해졌어요. 노무현 정부 시기 삼성 비자금 수사, 이명박 정부 시기 정치인 수사, 박근혜 정부 시기 야당 인사 수사 등이 연이어 벌어졌습니다. 정권이 바뀔 때마다 검찰 수사의 칼날이 반대편을 향했어요.


윤석열의 등장과 검찰 출신 대통령


윤석열은 바로 이런 정치화된 검찰 시스템에서 성장한 인물이에요. 1986년 사법시험에 합격해 검사가 된 그는 30여 년간 검찰에서 일하며 정치권 수사의 최전선에 서 있었습니다.


특히 그가 주목받기 시작한 건 박근혜 정부 시기였어요. 2016년 박근혜-최순실 게이트 수사 당시 특별검사팀 수사팀장으로 활약하며 이름을 알렸죠. 이후 문재인 정부에서 검찰총장에 임명되면서 정치적 스타로 부상했습니다.


하지만 윤석열과 문재인 정부의 관계는 점점 악화됐어요. 조국 사태, 추미애와의 갈등, 검찰개혁 정책에 대한 반발 등이 이어졌습니다. 결국 윤석열은 2021년 검찰총장직을 사퇴하고 정치에 뛰어들었어요.


[당시의 목소리] "국민이 주인인 나라, 상식과 공정이 통하는 나라를 만들겠다. 검찰 출신이라는 것이 부담이 아니라 자산이 될 것이다" - 윤석열, 2021년 대선 출마 선언


2022년 대선에서 윤석열이 당선된 것은 한국 정치사에서 획기적인 사건이었어요. 군인도 아니고 정치인도 아닌 검사 출신이 대통령이 된 거였거든요. 하지만 이는 동시에 우려스러운 일이기도 했습니다.


권위주의 회귀의 조짐들


윤석열 정부 출범 후 나타나는 여러 현상들은 과거 권위주의 시대를 연상시켜요. 물론 무력탄압이나 언론 통폐합 같은 극단적 조치는 없지만, 보다 세련된 방식의 권위주의가 나타나고 있습니다.


첫째, 수사권을 통한 정치적 반대파 압박이에요. 정권 출범 이후 전 정부 인사들에 대한 수사가 줄줄이 이어졌습니다. 문재인 전 대통령 측근들, 민주당 핵심 인사들, 시민사회 활동가들이 연이어 수사를 받았어요.


둘째, 언론에 대한 압박과 통제입니다. 직접적인 검열은 없지만, 정부 비판적 언론에 대한 각종 수사와 압박이 이어지고 있어요. 특히 공영방송에 대한 인사 개입과 예산 삭감 등이 논란이 되고 있습니다.


셋째, 시민사회에 대한 적대적 태도예요. NGO들에 대한 세무조사와 후원금 관련 수사가 늘어났고, 시민단체 활동가들이 연이어 기소되고 있습니다. 시민사회를 "귀족 노조"나 "운동권 카르텔" 등으로 매도하는 발언도 반복되고 있어요.


새로운 형태의 권력 남용


윤석열 정부의 권위주의는 과거와는 다른 특징을 보입니다. 군사력 대신 사법권을, 물리적 폭력 대신 법적 절차를 이용한다는 점이 다르죠.


하지만 본질은 같아요. 정치적 목적을 위해 국가권력을 남용하고, 반대파를 억압하며, 시민사회를 위축시킨다는 점에서 말이에요. 다만 그 방식이 더 세련되고 은밀해진 것뿐입니다.


특히 "법치주의"와 "공정"을 내세우면서 실제로는 정치적 편향적 수사를 하는 것이 가장 큰 문제예요. 법이 모든 사람에게 평등하게 적용되는 게 아니라, 정치적 성향에 따라 다르게 적용되고 있거든요.


이런 현상은 검찰 권력의 구조적 문제에서 비롯됩니다. 한국 검찰은 수사권과 기소권을 독점하고 있어서 견제받지 않는 절대권력이에요. 더구나 검찰총장이 대통령이 된 상황에서는 이런 권력이 더욱 비대해질 수밖에 없습니다.


시민 주권에 대한 새로운 위협


윤석열 정부 하에서 나타나는 현상들을 보면, 이것이 단순한 정치적 갈등을 넘어서는 문제임을 알 수 있어요. 이는 시민 주권에 대한 새로운 형태의 도전입니다.


과거 군부독재 시절에는 총칼로 시민들을 억압했다면, 지금은 기소권 수사권으로 억압하고 있어요. 시민사회 활동가들이 연이어 기소되고, 정부 비판 인사들이 수사를 받으면서 위축 효과가 나타나고 있습니다.


더 심각한 건 이런 현상이 "법치주의"라는 이름으로 포장되고 있다는 점이에요. 과거에는 "안보"나 "경제발전"을 명분으로 민주주의를 제약했다면, 지금은 "공정"과 "법치"를 명분으로 하고 있는 거죠.


[당시의 목소리] "법 앞에 성역은 없다. 누구든지 잘못하면 엄중하게 처벌할 것이다" - 윤석열 대통령, 2023년 신년사


하지만 실제로는 법이 공정하게 적용되지 않고 있어요. 정부 편에 선 사람들은 관대하게, 반대편에 선 사람들은 엄중하게 처벌받는 경우가 많거든요. 이는 법치주의가 아니라 법을 이용한 정치적 보복입니다.


국정원과 검찰의 결합


더욱 우려스러운 건 국정원과 검찰의 결합이에요. 윤석열 정부 들어 국정원의 권한이 다시 확대되고 있고, 검찰과의 공조 수사도 늘어나고 있습니다.


국정원이 수집한 정보를 바탕으로 검찰이 수사하는 구조는 과거 중앙정보부 시절을 연상시켜요. 정보기관과 수사기관이 결합할 때 나타나는 위험성은 우리가 이미 경험한 바 있거든요.


특히 "반국가세력"이나 "종북세력" 같은 용어가 다시 등장하면서 과거 권위주의 시대의 언어가 부활하고 있어요. 정치적 반대파를 "국가의 적"으로 규정하고 탄압하는 논리가 되살아나고 있는 거죠.


민주주의 제도의 형해화


윤석열 정부 하에서 민주주의 제도들이 형해화되고 있다는 우려도 제기되고 있어요. 국회의 견제 기능이 약화되고, 언론의 감시 기능이 위축되며, 시민사회의 참여 공간이 줄어들고 있습니다.


특히 대통령의 거부권 남발은 입법부의 권한을 무력화시키고 있어요. 국회에서 통과된 법안들을 연이어 거부하면서 입법 기능을 마비시키고 있거든요. 이는 삼권분립 원칙에 어긋나는 행위예요.


언론에 대한 압박도 계속되고 있어요. 공영방송 이사진 구성 문제, 언론진흥기금 관련 논란, 기자들에 대한 수사 등이 이어지면서 언론의 독립성이 위협받고 있습니다.


세 번째 주권 도전의 특징


윤석열 정부가 보여주는 권위주의적 행태는 과거 두 차례의 쿠데타와는 다른 특징을 보입니다.


첫째, 합법적 절차를 이용한다는 점이에요. 선거를 통해 집권했고, 법적 절차를 거쳐 권력을 행사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그 내용은 비민주적이고 권위주의적이에요.


둘째, 점진적이고 은밀하게 진행된다는 점입니다. 한 번에 모든 것을 바꾸는 게 아니라 조금씩 민주주의 공간을 잠식해가고 있어요. 그래서 많은 사람들이 위험성을 깨닫지 못하고 있습니다.


셋째, 법치주의라는 이름으로 포장된다는 점이에요. 독재자들이 항상 그랬듯이 윤석열도 자신의 행위를 정당화하는 논리를 갖고 있습니다. 바로 "법과 원칙"이라는 명분이죠.


시민들의 각성과 저항


하지만 시민들이 가만히 있지만은 않고 있어요. 윤석열 정부의 권위주의적 행태에 대한 비판과 저항이 곳곳에서 일어나고 있습니다.


언론계에서는 정부의 압박에 맞서 독립적 보도를 위한 노력이 계속되고 있어요. 시민사회도 연대하여 민주주의 수호를 위한 활동을 벌이고 있습니다.


특히 젊은 세대들이 깨어나고 있다는 점이 희망적이에요. SNS를 통해 정보를 공유하고, 정치에 참여하며, 권위주의에 맞서고 있거든요. 이들은 과거 권위주의를 직접 경험하지 않았지만, 민주주의의 소중함을 알고 있어요.


현재 진행형인 투쟁


2025년 현재 한국의 민주주의는 중대한 기로에 서 있어요. 윤석열 정부의 권위주의적 행태가 계속 강화될 것인지, 아니면 시민들의 저항으로 민주주의가 지켜질 것인지가 판가름 나는 시점입니다.


중요한 건 우리 모두가 깨어있어야 한다는 점이에요. 민주주의는 한 번 잃으면 되찾기 어려워요. 특히 합법적 절차를 통해 서서히 잠식당하는 민주주의는 더욱 위험합니다.


5.16 쿠데타나 12.12 반란처럼 총칼이 등장하지 않는다고 해서 안전한 게 아니에요. 검찰권력을 통한 새로운 형태의 독재가 더욱 교묘하고 위험할 수 있거든요.


우리는 지금 역사의 갈림길에 서 있습니다. 과거의 교훈을 기억하고, 현재의 위험을 직시하며, 미래의 민주주의를 지켜나가야 할 때입니다.


[다음 회 예고] 제3장 12화: "4.19 혁명의 좌절된 약속: 제도적 응전의 시작과 한계" - 한국 현대사상 최초의 시민혁명인 4.19가 어떤 의미였는지, 그리고 1년 만에 5.16 쿠데타로 좌절된 원인을 분석하며 민주화의 응전 과정을 탐구합니다.


[용어 해설]


검찰 공화국: 검찰 권력이 비대해져 사실상 국가를 지배하는 상황을 비판적으로 지칭하는 말. 검찰의 정치적 영향력이 과도하게 강해진 현상을 의미한다.


하나회: 전두환을 중심으로 한 군부 내 사조직으로, 육사 동기들과 베트남 파병 경험자들로 구성됐다. 윤석열 정부 하에서 검찰 내 유사한 사조직 존재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세 번째 주권 도전: 5.16 쿠데타, 12.12 반란에 이어 검찰권력을 통한 민주주의 위협을 지칭하는 개념. 총칼 대신 기소권을 무기로 한 새로운 형태의 권위주의를 의미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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