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도 구찌 크로스백 사고 싶다.
컨설팅 및 콘텐츠 제작 때문에 업체 미팅을 가면 반응이 대략 이렇다.
경력이 생각보다 적은데, 이 많은 걸 혼자 하세요?
그렇다. 나는 마케팅 업계에서 잔뼈가 굵은 것도 아니고, 뭐 그렇게 실력이 좋지도 않다. (내 눈높이는 매우 높기 때문에) 그래도 일감이 줄지 않고, 나름 그럭저럭 하는 이유는 할 줄 아는 게 많다. 퍼포먼스 마케팅, 콘텐츠 제작, 글쓰기 등등. 대략 4~5년 차 정도밖에 안됐으니 누가 보면
'저런 경력 가지고 무슨 일을 하나,
단가 후려치고 수준 낮은 일만 하는 거 아냐?
라고 생각하는 사람도 있겠지만, 그래도 대기업에 속하는 기업의 콘텐츠를 외주로 만들고 있고, 강의도 나간다. 오늘 이야기해볼 주제는 아래와 같다.
프리랜서로 돈 잘 버는 나의 지인들
프리랜서 마케터가 가능해?
예전 직장 동료들과 술 한 잔 하는데, 재밌는 이야기를 들었다. 올해 들었던 이야기 중 가장 크게 웃고, 한편으로는 부러웠던 이야기라 살짝 썰(?)을 풀어보면,
첫 직장에 있을 때 성품이 정말 바르고 일도 잘하는 Y팀장님이 계셨다. 물론 능력자들은 다 자신의 갈 길을 찾아가는 것처럼 여러 이유로 회사를 그만두고 프리랜서 마케터로 일을 하고 계셨다. 어느 날, 술자리에 ‘구찌 크로스백’을 메고 모임에 나타나셨다고 한다. 명품이나 옷에 관심 있는 분이 아니라, 의아했던 동료가 ‘오~형 가방 멋있다.’라고 말을 하자, 구찌 크로스백 팀장님의 대답이 매우 인상 깊었다.
응, 이거 하루면 사
내가 올해 들었던 이야기 중에 세 손가락에 꼽힐 정도로 웃겼다. 그리고 부러웠다. 음, 구찌 크로스백을 대략 80만 원으로 잡아도... 흠... 그렇군.... 참고로 나는 에코백을 좋아한다.
도대체 프리랜서 마케터를 어떻게 해야 하루 만에 구찌 크로스백을 살 수 있을까. 근데 왜 나는 못 살까! 고민을 하다가 더 고민하다가는 자괴감에 빠질 것 같아서 그만두었다. 아무튼,
요즘 프리랜서 돈 잘 번다고 유튜브, 책, 언론에서 많이 떠들어댄다. 돈 잘 버는 기준이 월 천 만원 인가? 서점에 가보면 월 1,000만 원, 연봉 1억 등의 키워드의 책도 많다. 하지만, 이렇게 잘 버는 프리랜서는 아마 극소수가 아닐까 싶다. 내 주변에도 있긴 하지만 소수다. 그리고 그만큼 일을 한다.
더 자세한 돈에 대한 이야기는 챕터 2. ‘누군가 그럽디다. 월 500만 원 벌면 행복하다고” 에서 더 자세하게 다룰 예정이니 이만 줄이겠다. (다음 편도 잘 봐달라 이거다)
‘마케터가 프리랜서가 가능함?
사람들은 프리랜서 디자이너, 개발자는 들어봤어도 ‘마케터가 프리랜서가 가능함?’이라는 반응이 대다수이다. 하지만, 프리랜서가 점점 늘어나는 추세에 마케터라고 왜 프리랜서가 없겠는가. 내 주변의 프리랜서 마케터들은 어떤 식으로 활동하는지 이야기를 해보도록 하겠다.
업계에서 잔뼈가 굵은 마케터 분들은 주로 컨설팅을 한다. 다양한 브랜드, 카테고리, 상품을 마케팅 한 이력으로 대기업, 스타트업, 1인 소상공인들을 컨설팅 및 솔루션을 제공한다. 나는 4년 차, 아주 귀여운 경력을 가진 마케터다.
너처럼 귀여운 경력의 소유자가 누굴 컨설팅하겠는가,라고 생각할 수 있겠지만 가끔 요청을 하는 경우가 있다. SNS 활용 및 운영에 대한 노하우는 비교적 젊은 마케터들이 노릴 수 있는 유일한 강의 니치 마켓이라고 할 수 있다. 나도 10만 명 정도의 채널을 가지고 있고, 50만 명 정도의 채널을 대행해서 운영한 경험이 있다. '요즘 100만 명이 넘는 채널을 운영하는 분들도 많은데, 그게 대수냐!'라고 생각하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그런 분들 중의 꽤 많은 숫자가 자기가 직접 0명부터 키운 것이 아니라,
대행을 했거나
팀 단위로 키웠거나
샀거나
불법 퍼 나르는 페이지 이거나
대충 이 정도로 수렴한다고 보면 된다. 나는 100% 혼자서 0명부터 10만 명 정도까지 키웠다. 그래서인지 큰 기업보다 작은 기업에서 그리 크지 않은 KPI를 달성하기 위해 나에게 문의하는 경우가 많다. 이래서 직접 해보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요즘 크몽, 탈잉, 숨고, 프리랜서 코리아 등의 외주 제작을 연결해주는 플랫폼도 많이 생기고, 제작자들도 많이 생겼다. 콘텐츠 제작의 거의 80% 이상은 카드 뉴스.
마케터 중에서 기획 + 디자인을 할 줄 아는 사람이 많아지기 때문에 디자이너의 영역이었던 콘텐츠 제작이 마케터에게 더 각광받기 시작했다. 왜냐? 이유는 사람들에게 먹히는 콘텐츠를 기획하는 능력이 디자이너보다는 마케터가 좀 더 예민해서랄까 (지극히 개인적인 생각, 디자이너님들 존경합니다)
그리고 마케터이면 콘텐츠 제작부터 페이스북, 구글, 인스타그램 광고를 운영 및 관리 (막 관리하는 게 아니라 퍼포먼스 관리까지) 할 수 있기 때문에 제작부터 광고 운영까지 한 번에 맡길 수 있어서 클라이언트 입장에서도 좋다. 그래서 마케터 경력을 살려 콘텐츠 제작물 + 마케팅 운영 대행 (수수료를 조금 낮추고) 까지 한 번에 가져오는 경우가 많다.
이렇게 하면 단순 제작하는 쪽과 경쟁했을 때, 광고주에게 더 어필할 수 있을 확률이 높기 때문이다.
위에 연장선 상의 이야기라고 볼 수 있다. 1인 마케터 지만 마케팅 대행을 하는 마케터들도 있다. 대행사 생활을 해보신 분들은 알겠지만, 보통 대행 수수료를 15~20% 정도다. 예를 들면, 1,000만 원의 광고를 운영해준다고 하면, 그 금액에서 150~200만 원의 수수료를 받는다고 보면 된다.
대행사에서는 내가 1,000만 원짜리 광고 계정을 운영하든, 1억짜리를 운영하든 받는 돈은 그렇게 크게 차이 나진 않는다. 하지만 이 광고주를 혼자서 운영하며 대행 수수료를 꿀꺽한다면? 금액은 알아서 생각하면 된다. 물론 실력 없으면 못한다. 광고주가 하루 종일 성과, 콘텐츠, 매출 등등으로 괴롭혀서 멘틀도 좋아야 한다.
괜히 이런 페이지가 생기는 게 아니다
쓸 말은 많지만, 시시콜콜한 내용이 될 것 같아 이 정도로 줄인다. 줄여 말하면 정말 다양한 방식으로 수익을 창출하는 프리랜서 마케터가 늘고 있고, 앞으로는 더 늘어나지 않을까 싶다.
워낙 시장이 퍼포먼스 마케팅이 중요해지고, 이로 인해 데이터 사이언티스트, 그로스 해커가 인정받는다고 하는데, 일단 내 주변에는 없다. 요즘 페이스북에서 관련 강의도 엄청나게 때리는데, 한 번 들어볼까 고민 중. 그렇게 되고 싶다기보다는 그럴싸하게 광고하는데 과연 얼마나 신박하게 데이터를 다뤄 마케팅에 쓰는지 궁금하다. (데이터 못 다루는 1인)
마케터가 프리랜서로 어느 정도 자리 잡으려면 어떻게 해야 하나?
나는 그럼 이 시장에서 어떤 포지셔닝을 했는가?
내 경험을 비춰 보자면 조금씩 다 어느 정도 하는 ‘멀티 플레이어’를 추천한다. 내 연배 30대 초반에 한 분야에 엄청나게 뛰어 날수는 없다. 이제 업계에서 3~5년 차인데 실력, 인맥이 넓으면 얼마나 넓겠는가.
시장의 단가는 낮아지고, 툴은 점점 발달하고, 클라이언트의 눈은 생각보다 그리 높지 않다. 이건 전적인 나의 생각이지만, 어느 정도 사실은 사실이다.
클라이언트는 정말 카드 뉴스 예쁘게 잘 만드는 사람을 원하기보다는 카드 뉴스도 어느 정도 잘 만들고, SNS 플랫폼도 관리해봤고, 페이스북, 구글 광고 어드민 계정에서 세팅부터 운영까지 할 줄 아는 사람을 좋아한다. 이왕이면 다홍치마 아니 겠는가.
정확히 구체적으로 어떤 일을 하는지는 다음 편에서 다뤄보도록 하겠다. 갑끝분( 갑자기 끝나는 분위기)이지만, 분량은 어느 정도 뽑았다.
아, 일단 이 글의 끝을 맺어보면, 결론은 이거다.
나도 돈 많이 벌어서 구찌백 사고 싶다
0. 프롤로그
1. 귀여운 내 경력으로 어떻게 프리랜서를?
2. 누군가 그럽디다. 월 500만 원 벌면 행복하다고.
3. 프리랜서라고 소개팅 까여 봤음?
4. 프리랜서의 워라벨에 대해 파헤쳐봅시다.
5. 프리랜서의 장점, 단점
6. 직장인 시절, 내가 만났던 다양한 사람들
7. 나는 신입사원 시절부터 퇴사를 준비했다.
8. 언젠가는 다시 회사로 돌아가고 싶다.
9. 퇴사 후, 나는 세상으로 출근한다.
10. 에필로그
오늘도 나는 세상으로 출근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