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작하는 이들을 바라보다

by 평야워너비

지난 주말에 직장 동료의 결혼식장에 다녀왔다.

짧은 인사 후 '1명이요' 하며 식권을 받아 들었다.

함께 만나기로 했던 동료들을 만나 식장 테이블에 앉아, 약간은 어색하기도 한 다른 이들과 짧게 인사를 나누었다. 대개는 식당으로 향해 동그란 접시에 김밥이나 올려서 먹었겠지만, 십수 년 전 함께 일했던 직원인지라 어색하지만 결혼식 하객의 역할을 충실히 해낼 참이었다.


그런데 늦은 결혼인지라 여유로워 보이던 직원이 후, 심호흡을 하는 순간 나도 모르게 웃음이 새어 나왔다. 얼마나 떨릴까. 나에게는 많고 많은 결혼식 중 하나이나, 이 친구는 무대의 주인공이 되어 나갈 준비를 하고 있는 것이다.


음악이 흐르고 신랑과 신부가 무대로 가는 동안, 나는 마치 연극을 보듯 그들을 바라보았다. 사뭇 진지하고 씩씩한 사회자와, 약간 안 맞는 음정이 오히려 진실한 순간으로 보이는 신랑의 축가를 들으며 나는 14년째 옆에 있는 남편을 떠올렸다. 나에게도 분명 있었던 순간이 이제는 기억조차 희미해졌다. 세 아이를 키우며 많은 것들이 잊혀졌다. 어느 순간은 죽일 듯 밉기도 했고, 이제는 심심치 않게 보이는 흰머리와 처진 눈꺼풀을 보며 안쓰럽기도 한 오늘까지 함께 시간을 보냈다. 그때는 몰랐지만, 저렇게 빛나며 낯선 연극처럼 어설프고 떨린 결혼식을 치르던 순간이 분명 우리에게도 있었을 텐데...


어느 곳에나 선생님이 있다.

그저 흔하디 흔한 결혼식인 듯 집을 나섰지만 너무나 반짝이는 신랑 신부의 시작을 바라보다가, 한 꺼풀 낡은 생각을 버려보았다. 언제나 집으로 귀가하는 남편이, 당연한 것이 아니다. 하루를 운 좋게도 무사히 마쳤고, 두 발로 집으로 들어오는 평범한 하루가 어쩌면 인생의 제일 큰 선물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집으로 돌아오니, 감기 기운이 있다던 남편 얼굴이 조금 부어 보였다. 머리카락마저 빳빳하여 날 선 기운을 내던 청년은 없고, 이제는 추위에 몸이 약해진 한 남자가 눈에 보인다. 나만 어렵고, 나만 속상하다고 느꼈던 날들은 뒤로 하고, 나도 출발선을 다시 그으며, 조금은 따뜻해진 눈으로 남편을 바라보기로 다짐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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