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대도시의 사랑법(2024)

낯선 사랑, 익숙한 우정

by 앤첼


사실 나는 성소수자에 대해 크게 반대하거나 싫어하는 마음은 없지만,

그렇다고 아주 자연스럽게 받아들이는 편도 아니었다.

말하자면 좀 ‘낯선’ 감정이었다.

그래서 이 영화를 보기 전에 조금 망설이기도 했다.

하지만 김고은 배우를 좋아한다는 이유 하나로 보게 된

〈대도시의 사랑법〉은,

그저 그런 ‘소수의 이야기’가 아니라

‘사람과 사람 사이의 가장 따뜻한 관계’에 대한 이야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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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속 흥수는 남자지만 남자를 사랑한다.

그 사실을 누구에게도 들키지 않으려 애쓰며 살아간다.

그러던 어느 날, 대학에서 재희를 만나게 된다.

모르는 사람이 보면 조금 가벼워 보일 수 있는,

클럽을 좋아하고 하루를 자유롭게 소비하는 사람.

하지만 재희는 사랑에 전부를 거는 사람이었고,

누구보다 섬세한 감정선으로 타인을 바라보는 사람이었다.


흥수가 자신의 정체성을 들켰을 때,

재희는 전혀 개의치 않고 그를 ‘있는 그대로’ 받아들인다.

그렇게 두 사람은

서울이라는 대도시 속에서 서로를 의지하며 살아가는

둘도 없는 짝꿍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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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로 상처받을 때마다,

누군가를 놓치고 후회할 때마다

항상 곁에 있어준 건 ‘연인’이 아니라 ‘친구’였다.

심야의 편의점, 허름한 원룸, 클럽에서 울려 퍼지던 걸그룹 노래까지.

그들만의 추억들이

조용히 서로를 다독이는 언어가 되어갔다.


특히,

재희가 결혼을 하게 된 마지막 장면.

그리고 흥수가 그녀의 결혼식에서

미쓰에이의 'Bad Girl Good Girl'에 맞춰 춤을 추며

진심으로 축하해주는 모습은

화려하고 신나는 음악에도

나도 모르게 눈물이 났다.


그 노래는 둘이 항상 같이 듣던 노래였고,

그 춤은 마치 서로의 시간을 전부 안고 보내주는 ‘작별의 인사’처럼 느껴졌다.


이제 재희는 결혼을 해서 떠나고,

흥수는 혼자 남아 새로운 삶을 시작한다.

소설을 쓰기 시작한 그에게,

이 우정은 아마도 영원히 사라지지 않을 이야기의 시작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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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속 표현처럼,

나의 20대의 외장하드 같은 친구”가 있다는 건 얼마나 감사한 일인지.

영화를 보고 난 뒤,

나도 내 외장하드 같은 친구에게

연락을 하고 싶어졌다.


'지금까지 나랑 놀아줘서 고마워.

앞으로도 재밌게 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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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도시의 사랑법〉**은 단지 성소수자의 이야기가 아니다.

어떤 관계든

우리가 서로를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고,

기꺼이 옆에 있어주는 것.

그게 누군가의 삶을 얼마나 구원할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조용하고 단단한 영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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