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날.. 그녀가 날 떠나고, 그녀가 날 찾아왔다
- 영화 <어느날>을 보고.
사실 이 영화를 처음 보게 된 건,
김남길 배우 때문이었다.
그가 나오는 작품을 하나씩 보고 있었고,
그중에서도 <어느날>은 유독 제목이 낯설고 조용했다.
장르도 애매했다.
하지만 나는 그런 모호한 틈을 좋아하기 때문에
별 고민 없이 재생 버튼을 눌렀다.
그리고 생각했다.
‘이건 그냥, 조용한 이야기겠지.’
하지만 그건 착각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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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인공 강수(김남길)는 보험사에서 일한다.
아내를 잃은 지 얼마 안 되었고,
그 상처가 그의 몸과 마음을 마비시켜 놓은 상태다.
그런 강수 앞에 어느 날 갑자기
혼수상태에 빠진 여자의 ‘영혼’이 나타난다.
그녀의 이름은 '미소'.
그리고 더 이상한 건—
그 영혼이 보이는 사람은 오직 강수뿐이라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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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야기의 전개보다 더 먼저 다가왔던 건
두 사람이 가진 ‘깊이 다른 슬픔’이었다.
죽은 이와 살아 있는 이.
하지만 슬픔이라는 점에서는
같은 선상에 있는 두 사람.
하지만 미소는 아직 죽지 않은 상태였고,
강수는 아내의 죽음을 받아들이지 못하고 있었다.
그들은 서로를 치유하려 했던 게 아니라
그저 버티는 시간을 함께 한 것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게 바로, 구원의 시작이 아니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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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소는 처음엔 너무 밝았다.
그리고 너무 쓸쓸했다.
자신이 어떻게 사고를 당했는지조차 몰랐던
그 혼란과 불안이
강수라는 사람을 통해 하나씩 풀려간다.
강수는 처음엔 귀찮아하고, 피하고,
어쩔 수 없이 그녀의 이야기를 들어준다.
그러다 문득—
그녀를 ‘사람’으로 대하기 시작한다.
이 부분에서 나도 모르게 눈물이 났다.
그저 누군가에게 ‘당신은 지금 여기 있습니다’라고
말해주는 일이 이토록 따뜻할 수 있다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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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수가 그랬듯,
나도 영화를 보며 계속 생각했다.
“만약 내가 강수였다면, 어떻게 했을까?”
솔직히 말하면,
미소가 내 눈앞에 나타났다면
나도 처음엔 무서웠을 거다.
그런데 어쩌면, 나도 강수처럼 마음이 움직이지 않았을까?
외면하고 싶은 이야기,
듣기 싫은 고백,
그 모든 걸 결국은 안아주게 되지 않았을까?
죽은 영혼이라도 괜찮으니까,
누군가에게 자기 이야기를 털어놓고,
조용히 안녕을 말할 수 있다면.
그걸 들어주는 사람이 세상 어딘가에 있다면.
그게 바로 구원 아닐까?
그래도.. 사실 실제로 나에게 이런 일이 닥친다면
아무렇지 않을 자신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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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수는 미소를 구한 것일까?
아니면 미소가 강수를 구한 걸까?
나는 둘 다라고 생각한다.
구원은 그렇게,
누가 누구를 살렸는지조차 모를 만큼
서로에게 젖어드는 순간에 찾아온다.
그리고 그건, 이 영화를 본 나에게도
잠시나마 따뜻한 숨을 불어넣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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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에게도 어느날,
그렇게 조용히 다가오는
구원이 있기를.
제목 어느날
감독 이윤기
출연 김남길 천우희 외
개봉 2017년 4월 5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