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태일이(2021)

스스로 불이 되어 세상을 밝히다

by 앤첼


- 애니메이션 영화 <태일이> 후기


오랜만에 마음을 다해 쓸 이야기가 생겼다.

장동윤 배우의 팬으로 시작된 여정이

예상치 못한 깊은 감정의 바다로 나를 이끌었다.

그가 목소리를 맡았다는 작품, 애니메이션 영화 <태일이>


노동운동의 상징이 된 ‘전태일’ 열사의 이야기를

애니메이션으로 풀어낸 이 영화는

단순한 기록을 넘어

한 사람의 ‘결심’과 ‘구원’의 이야기로 다가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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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름을 알지 못했던 누군가의 삶>

태일이는 가난한 집에서 태어났다.

학교 대신 공장을, 연필 대신 미싱을 잡아야 했던 아이.

가족의 생계를 책임지기 위해, 더 나은 일자리를 위해,

서울로 향한 그의 여정은

이 땅의 수많은 ‘어린 노동자’들의 이야기이기도 하다.

어두운 공장 안, 환기도 되지 않는 공간,

허리를 숙이고 하루 종일 미싱을 돌리는 어린 소녀들.

그 모습은 내게 낯설지 않았다.

미싱으로 우리 남매를 키워낸 엄마가 떠올랐기 때문이다.

영화가 시작되고 10분도 안 돼 눈물샘이 터져버렸다.

그 어린 나이에 아무 연고도 없는 서울로 올라와

자신의 몸보다 높게 쌓인 옷들을 만들던

엄마의 꿈은 뭐였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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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을 사람으로 보지 않던 시대>

결핵에 걸린 여공이 해고되는 장면,

‘일하다 병들면 버려지는’ 현실이

단지 과거의 일이 아니라는 걸 알기에 더 아팠다.

전태일은 결심한다.


“이대로는 안 된다.”

그는 말한다.


“우리는 기계가 아니다.”


근로기준법이 존재했지만

아무도 지키지 않던 시절.

그는 길거리로 나선다.

국가는 그의 말에 귀 기울이지 않았다.

되레 폭력과 침묵으로 되갚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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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원은 누구의 몫인가>

한 개인이, 그것도 22살의 청년이

이 모든 현실을 바꾸기 위해

자신의 몸을 불태우는 결정을 한다.

자신이 아니라도 되었을 텐데

왜 하필 자신이었을까.

그건 ‘희생’이 아니라,

누군가는 해야만 했던

‘책임’에 가까웠다.

그리고 그 선택이

수많은 노동자의 삶을 바꿔냈다.

그는 떠났지만,

그의 불꽃은 누군가에게

한 줄기 빛이 되었고,

그 빛은 누군가의 삶을 구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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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원은 지금도 유효하다>

프리랜서로 잠시 살았던 내 삶 역시

출근은 없지만 퇴근도 없는 나날들이었다.

태일이의 외침이

과거만의 이야기가 아님을 잘 안다.

그래서 <태일이>는

‘과거의 누군가가 우리를 위해 싸웠다는 사실’에

고개를 숙이게 만들었다.

그가 있었기에,

지금의 우리가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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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니메이션으로 전해진 묵직한 감정>

작화는 정말 인상 깊었다.

디즈니나 지브리와는 또 다른 결의 한국적 감성이

그 시대의 거리를 생생히 재현해냈다.

장동윤 배우를 비롯한 더빙 배우들의 연기 역시

인물에 생명력을 불어넣었다.

다만, 성우가 아닌 배우의 더빙에서 오는

미세한 어색함은 아쉬움으로 남았다.

특히 어머니 캐릭터의 서사가

조금 더 설명되었더라면… 하는 아쉬움도 있었지만,

그조차도 이 이야기의 감정을 해치진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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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의 5월, 우리의 태일이>

얼마 전 5월 1일, 근로자의 날이었다.

이제부터라도 그 하루만큼은

이 영화를 떠올리며

일이란 무엇인지,

우리가 어떤 시대에 서 있는지를

곱씹어보는 건 어떨까.

그리고 누군가에게

구원이 되었던 전태일을 기억하자.

그의 이름이, 그의 선택이,

결코 헛되지 않았음을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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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덧붙임

이 영화는 단지 전태일의 전기영화가 아니다.

한 시대를 살아낸 사람들의 기록이자,

그 기록 속 ‘구원’에 관한 이야기다.

마음이 무너질 때,

이 영화를 꺼내보면 좋겠다.

어느 날 당신에게도

‘우리는 기계가 아니다’라는 말이

구원처럼 다가올 수 있으니까.


제목 태일이

감독 홍준표

출연 장동윤, 염혜란, 진선규 등

개봉 2021. 12. 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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