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계춘할망(2016)

무색무취에서 아름다운 빛깔, 피죤 냄새나는 아이로..

by 앤첼

– 영화 <계춘할망>을 보고.

처음엔 제주 풍경이 궁금해서 보기 시작했다.

그런데 어느 순간, 내가 보고 있는 건 ‘풍경’이 아니라 ‘사람’이었다.

사랑받는다는 게 얼마나 사람을 바꾸는지, <계춘할망>은 조용히, 그러나 깊이 보여준다.

부모의 보호를 받지 못한 채

거리에서 거칠게 살아가던 혜지는

어느 날 제주 해녀 계춘의 ‘손녀’가 된다.

피 한 방울 섞이지 않았지만, 계춘은 혜지를 학교에 보내고, 따뜻한 밥을 먹이고, 그림을 그릴 수 있도록 믿어준다. 그리고 그 곁엔 한이, 석호 부부,

미술 선생님 충섭 같은 사람들이 있다.


계춘이 좋은 사람이기에, 그녀 주변도 그렇게 따뜻했다.

혜지는 그림에 재능이 있었다

하지만 아름다운 세상을 경험하지 못한 탓일까?

마음에서 우러나오는 그림을 그리지 못한다.


그리고 사실 혜지는 계춘의 친손녀가 아니다.

진심으로 자신을 손녀라고 생각하며

모든 것을 해주는 계춘에게 죄책감을 느낀다.

결국 서로에게 큰 상처를 남긴 채,

둘은 헤어지게 된다.


이때 계춘에게 혜지의 그림을 전달하던

충섭 선생님의 말이 오래 남는다.


“빛을 그리지 못했던 아이가

이제 빛을 그리기 시작했어요.”


혜지는 계춘할망이라는 ‘빛’을 만나고,

세상에 처음으로 자신의 빛을 그리기 시작한 것이다.

나는 혜지가 교복을 입는 장면에서 울컥했다.

씻겨지고, 보호받고, 평범한 아이처럼

살아갈 수 있게 된 혜지.

그 아이에게 닿은 사랑은 결국 또 다른 사랑을 낳는다. 병든 계춘에게 유채꽃밭을 선물하고,

그림으로 영원히 그녀를 기억하는 혜지처럼.

이 영화는 거창한 이야기가 아니다.

인간이 인간을 살리는, 너무도 작고 따뜻한

구원의 이야기다.


그리고 그게 우리가 진짜 필요로 하는 이야기 아닐까.


영화 <계춘할망>

감독 창감독

출연 김고은, 윤여정 외

개봉 2016.05.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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