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혼자 사는 사람들(2021)

지독하게 외로운 현대 사람들

by 앤첼


– 영화 <혼자 사는 사람들>을 보고


조용한 공간에서 영화를 보는 일이 잦아졌다.

요즘엔 독립영화를 많이 본다. 자극적이지 않은 화면과 일상적인 대사,

그리고 그 틈을 가득 채우는 ‘소리’가 좋다.

누군가 걸어 나가는 발소리, 가스레인지 위에서 끓는 물소리,

엘리베이터 문이 닫히는 소리까지.

우리가 무심히 지나치는 생활의 소음이 유독 크게 들린다.


이 영화는 그런 소리 속에서 시작된다.

카드사 콜센터에서 일하는 진아는 누구와도 엮이지 않으며 살아간다.

진상 고객의 전화에도 감정 하나 드러내지 않고 기계처럼 응대하고,

회사 사람들과도, 옆집 남자와도 눈을 마주치지 않는다.

항상 이어폰을 꽂고 걷고, TV 소리를 틀어놓은 채 잠든다.

진아에게 이웃은 소리로만 존재하는 ‘배경’일 뿐이다.


그러던 어느 날, 옆집에서 ‘쿵’ 하는 소리가 들리고,

며칠 뒤 그곳에서 혼자 죽은 남자의 시신이 발견된다.

야한 비디오로 가득 찬 방, 그 무게에 깔려 죽은 남자.

영화는 이 장면을 건조하게 보여준다.

그리고 관객에게 질문을 던진다.


‘그가 저렇게 죽은 게 이상한가요?

아니면, 누군가가 저렇게 죽었는데 아무도 몰랐다는 게 더 이상한가요?’


그 장면 이후, 진아의 일상도 조금씩 흔들린다.

새로 들어온 신입 수진은 진아와는 정반대다.

쉴 새 없이 말을 걸고, 눈치가 없다.

나도 일할 때는 진아와 같은 스타일이라

수진이 처음엔 불편했지만, 어느 순간 나도 모르게 그 아이를 응원하게 된다.

현실에 마주하며 점점 말이 줄고, 눈빛이 굳어지는 수진을 보면서

‘나도 혹시 저런 적 있었나’ 생각하게 된다.


‘나도 살기 바빠서, 누군가를 모른 척 지나친 적 있었겠지.’


이 영화에는 수많은 타인이 등장한다.

진아의 가족, 동료, 이웃 등등..

그중에는 ‘관심’이라는 이름으로 다가온 이도 있고,

‘무관심’이라는 방패 뒤에 숨은 이도 있다.


그러다 문득, 진아처럼 나에게도

작은 친절 하나로 방향이 바뀌는 순간이 있었던 것 같다.

말 한마디, 눈빛 하나가 그렇게 큰 영향을 줄 줄은 몰랐지만,

그건 결국 나에게도 돌아오는 에너지였다는 걸 지금은 안다.


영화를 보고 나서 이런 생각을 했다.


“내가 극한의 상황이 아니라면,

눈동자를 옆으로 굴릴 여유가 조금이라도 있다면,

조금 더 친절해도 되지 않을까.”


웃음은 공짜니까.

그것이 타인을 위한 것이 아니라

나 자신을 위해서라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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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혼자 사는 사람들>

감독 홍성은

출연 공승연, 정다은 외

개봉 2021.05.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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