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어떤 어른이 되어야 할까?"
아무도 몰랐던 이야기, 아무도 모르면 안 되는 드라마
— SBS 드라마 《아무도 모른다》를 보고.
"제발, 이 드라마 모르는 사람 없게 해주세요."
제목을 검색할 때마다 동명의 영화가 먼저 나와 안타깝기만 한 드라마.
하지만 나에겐 분명 인생작이라 부를 수 있는 작품.
《아무도 모른다》, 2020년 SBS에서 방영된 드라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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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호와 영진,
그리고 ‘제대로 된 어른’에 대한 이야기
한 고등학생 소년이 의문의 사고를 당한다.
그리고 그 진실을 파헤치려는 형사, 차영진.
겉으로는 수사극처럼 보이지만, 이 드라마가 진짜로 그리고 있는 건 ‘어른’과 ‘아이’, 그리고 ‘관계’다.
소년 은호에게 영진은 특별한 어른이었다.
친엄마의 무관심 속에서, 폭력적인 환경을 피해 집 밖을 맴돌던 어린 은호는
어느 날 영진을 만난다.
그날 이후, 은호가 집에 들어가기 어려운 날이면
영진은 이렇게 말한다.
> "내 집에 가서, 화분에 물이나 주고 있어."
영진은 은호에게 어떤 조건도 요구하지 않는다.
그저 묵묵히, 조용히, 은호가 숨 쉴 공간 하나를 건넨다.
그리고 항상 누군가의 눈치를 보는 어린 은호는 영진에게 묻는다.
> "내가 이 화분을 죽이면 어떻게 해요?"
그때 영진의 대답은, 잊히지 않는다.
> "그래도 돼. 넌 어리니까."
이 말에서 느껴지는 절대적인 이해와 허용.
'그래도 된다'고 말해줄 수 있는 어른이 얼마나 있을까.
이 대사는 아직도 내 마음속 깊이 남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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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른으로 살아간다는 것에 대하여'
《아무도 모른다》에는 수많은 어른들이 등장한다.
그리고 각자의 방식으로 누군가에게 영향을 끼친다.
어릴 적 잘못된 어른을 만나 괴물이 된 사람
신념에 사로잡혀 도를 넘는 선택을 하는 사람
자신의 성공이 중요해 아이를 외면하는 사람
하지만 그 안엔, 여전히 자신보다 약한 존재를 위해
손을 내미는 어른도 있다.
책임을 끝까지 다하려는 사람
타인을 위해 기꺼이 위험을 감수하는 사람
아이의 삶을 ‘지켜야 할 것’으로 여기는 사람
그리고 그 중심엔 늘 차영진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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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은 넘어져도 되는 아이들에게'
이 드라마는 무엇보다
위태로운 경계에 선 아이들을 다룬다.
넘어져도 괜찮다고 말해주는 어른,
무섭고 낯선 세상 속에서
‘너는 혼자가 아니야’라고 말해주는 어른의 존재.
차영진은 그런 어른이었다.
그런 어른을 만나본 적 있는 사람은,
그 기억으로 버티며 산다.
그런 어른을 한 번도 만나본 적 없는 사람은,
어쩌면 이 드라마를 통해 처음 마주하게 될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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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그 모든 따뜻함 사이에 조용히 피어나는 러브라인도 있다.
은호의 담임인 선우 선생님과 영진 사이에 흐르는 감정선은
드라마 전체의 긴장감 속에
한 줌의 미소를 남긴다.
그리고 '선생님'이라는 직업이 자신과 안 맞는다고 생각했던 은호가
점점 진정한 '선생님'이 되어가는 모습이 참 보기 좋았다.
(류덕환 배우의 연기, 정말 좋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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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른이 되었다는 건,
누군가에게 손을 내밀 수 있다는 것.
이 드라마는 한 사람의 성장 이야기인 동시에,
한 사회의 단면이기도 하다.
그리고 ‘어른’이라는 단어를 다시 생각하게 만든다.
나는 이 드라마를 벌써 열 번은 넘게 봤다.
볼 때마다 다른 장면에서 마음이 머문다.
어쩌면, 내가 더 나은 어른이 되고 싶은 이유 중 하나는
차영진이라는 인물을 알게 되었기 때문일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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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마 <아무도 모른다>
감독 이정흠
출연 김서형, 류덕환 외
방영 2020, SB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