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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민의 말이 정책이 되는 순간

- 타운홀의 가능성과 과제

2025년 6월 25일의 광주. 대통령이 의전에 둘러싸이지 않고, 시민들과 동일한 눈높이에서 마주 앉아 직접 대화하는 모습은 그 자체로 낯설었다. 그러나 정치에 오랜 시간 회의감을 품어온 시민들에겐, 그것이야말로 잊고 지냈던 갈증을 채우는 듯한 장면이었다. 이재명 대통령은 ‘타운홀 미팅’이라는 형식을 빌려 광주 시민, 전남 도민, 국회의원, 지방자치단체장들이 한자리에 모인 공간에서, 단순히 ‘민원을 경청’하는 행위에 머물지 않고, 시민의 발언 자체가 정책 출발점이 되는 구조를 실현했다.

김한준 박사 【평생교육, Life-Plan전문가】

현장에서 대통령은 단순한 공감 표현이나 원론적 언급에 머무르지 않았다. 사안의 본질을 파악하고, 해당 부처의 책임과 역할을 현장에서 분배하는 방식으로 논의 흐름을 유도했다. 대표적 장면은 군 공항 이전 문제에 관한 시민의 질의에 대해 즉석에서 국방부, 기획재정부, 국토교통부, 광주시, 전라남도, 무안군이 모두 포함된 6자 협의체 구성을 지시한 것이다. 이는 정치가 단순한 메시지 전달에 머무르지 않고, 현장에서 곧바로 정책 설계로 옮겨가는 ‘전환의 장면’이었다.


이후 대통령실은 타운홀 직후 곧바로 TF 구성에 착수했으며, 국토비서관실이 간사로 지정되었고 협의체는 소음 피해 대책, 예산 분담, 이전 지역 간 갈등 조정, 효율적 시설 배치 등 실질적 쟁점을 중심으로 논의에 돌입했다. 이는 일회성 감동이나 퍼포먼스를 넘어서, 정치가 제도화된 절차를 통해 실천으로 이어질 수 있음을 보여주는 결정적인 사례로 평가된다. 시민의 문제 제기를 단지 정제된 감정으로 다루는 데 그치지 않고, 실제 정책 설계에 반영하는 능동적 리더십이 작동하고 있었다.


같은 날, 12.29 제주항공 참사 유가족이 발언 기회를 얻어 치유휴직 적용 범위의 불합리함을 토로하자, 대통령은 즉시 국토교통부의 기존 설명과 유가족의 현실 간의 괴리를 확인했다. 이후 “다시 만나 충분히 얘기를 듣고 검토하라”는 지시를 내림으로써, 제도 개선의 가능성을 열었다. 실무부처가 정책을 어떻게 집행하고, 대통령이 정책 집행을 얼마나 면밀히 관리하고 있는지를 보여주는 중요한 리더십 사례였다.


이처럼 말이 곧바로 구조로 전환되고, 그 구조가 현장에서 검증받고 피드백되는 선순환이 작동할 때, 비로소 정치적 신뢰는 축적되기 시작한다. 타운홀 미팅이 단순한 정치 이벤트로 그치지 않기 위해서는 세 가지 조건이 필요하다. 첫째, 대통령의 경청이 일회성 이벤트로 머물지 않고, 실무 조직의 행동으로 연결되는 연동성이 중요하다. 둘째, 지방정부는 단순 전달자가 아닌 공동 설계자이자 실행 파트너로서의 전략적 역할을 강화해야 한다. 셋째, 현장에서 제기된 시민의 요구가 감정의 토로에 그치지 않고, 구체적인 실행 로드맵, 예산 구조, 그리고 지역 간 조율 안을 포함한 형태로 정리되어야 한다. 그래야만 중앙정부와의 실질적 협치가 가능하다.


정치란 결국 설득의 언어가 아닌, 책임의 구조를 짜는 일이다. 미국의 교육철학자 존 듀이(John Dewey)는 “민주주의란 투표가 아니라, 공동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공개된 토론”이라 했다. 또한 중국의 사상가 노자(老子)는 “물은 가장 부드럽지만, 가장 단단한 것을 무너뜨린다”라고 말한 바 있다. 경청은 부드럽고, 구조는 단단해야 한다. 이처럼 경청과 설계가 동시에 작동할 때에야 비로소 정치의 지속가능성이 확보된다.


무엇보다도 이러한 새로운 정치 실험이 정착되기 위해서는 ‘타운홀의 반복 가능성’이 중요하다. 예측 가능한 정례화와 제도화가 이루어질 때, 시민은 단순히 ‘들려주는 정치’가 아니라 ‘참여하고 설계하는 정치’에 손을 얹을 수 있다. 의제가 반복되고, 그 결과가 구체적 변화로 환류될수록, 정치에 대한 신뢰도는 한층 두꺼워진다. 이것이야말로 소통과 피드백의 정치를 가능하게 하는 가장 기본적인 조건이다.


정치는 이제 말하는 자리가 아니라, 움직이는 자리가 되어야 한다. 이재명식 타운홀은 단순히 말을 듣는 수준을 넘어서, 말이 정책의 구조로 변환되고, 그 구조가 실천으로 이어지는 ‘구성된 민주주의’의 가능성을 드러냈다. 진짜 변화는 말로 시작되지 않는다. 설계와 실행, 그리고 검증이 반복되는 구조 속에서 진정한 변화는 비로소 가능해진다.


글/사진: 김한준 박사 【비전홀딩스 원장, Life-Plan전문가, 칼럼니스트】 경영·교육·생애설계 분야 명강사. 공공기관 책임자 및 칼럼니스트로 활동 중이며, 인생 후반기 생애설계 리더십과 미래사회 전략을 주제로 명강의를 이어가고 있다. (개인메일 charlykim@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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