춘천, 그 자체가 영화
소양강 처녀상 이야기
춘천을 걷다 보면, 어느 순간 멈춰 서게 되는 풍경이 있다. 소양 2교와 스카이워크 사이, 강물 위에 우뚝 선 여인. 청동빛을 띤 키가 큰 처녀동상이 한 손엔 치맛자락을, 다른 손엔 갈대를 살포시 쥔 채 고요히 어딘가를 바라보고 있다.
| 촬영일 : 2025년 7월 21일 월요일 오후 7:49
| 촬영장소 : 소양강 처녀상 앞 (춘천시 영서로 2675)
바람에 흩날리는 옷고름과 그녀를 감싸는 물빛, 하늘빛은 늘 다르다. 이곳은 소양강. 그렇다. 그녀가 바로 소양강 처녀다.
소양강 처녀상이 서 있는 자리는 예전에도 강이 흐르고, 갈대가 흔들리며, 사람들이 강을 따라 오갔을 것이다. 처녀상이 세워지기 오래전부터 이곳은 누군가의 기억 속 풍경이자, 마음속에 그리운 이를 떠올리게 하는 상징의 무대였을지도 모른다.
노래에서 태어나 현실의 강가로 건너온 존재, 소양강 처녀상. 노랫말과 선율이 빚어낸 상상의 형상은 이제 춘천의 풍경 속에 단단히 뿌리내렸다. 소양강 처녀라는 노래는 1969년에 탄생했다. 당초에는 춘천 처녀라는 제목이 고려되었지만, 소양강이라는 이름이 더욱 정서적 울림을 준다는 이유로 바뀌었다고 한다.
| 촬영일 : 2025년 5월 26일 월요일 오후 6:48 and 7:01
| 촬영장소 : 소양강 처녀상 앞 (춘천시 영서로 2675)
그렇다면 소양강 처녀의 주인공은 누구였을까?
이에 대한 이야기는 지금도 두 갈래로 나뉜다. 한 사람은 윤기순. 춘천 소양강 뱃사공의 딸이었다. 1968년, 열여덟 살이던 그녀는 서울로 상경해 한국가요예술작가동지회에서 일하며 가수가 되기 위해 꿈을 꿨다. 그러다 작사가 반야월과 함께 춘천으로 내려왔고, 그 여행길에서 소양강과 소녀의 이미지가 하나로 겹쳐졌다. 이때의 감흥이 바로 소양강 처녀의 노랫말로 탄생했다고 전해진다.
| 촬영일 : 2025년 4월 30일 수요일 오후 7:05
| 촬영장소 : 소양강 처녀상 앞 (춘천시 영서로 2675)
또 한 사람은 박경희. 춘천여고 3학년 재학 중에 우연히 반야월을 배로 실어주게 된 인연이 그의 가슴에 인상 깊게 남았다고 한다. 그녀는 호수여관을 운영하는 집안의 딸이었고, 고산이라는 작은 섬으로 반야월을 안내했던 기억을 간직하고 있었다. 그 후, 반야월은 떠나면서 그녀에게 너의 이야기를 노래로 썼다는 말을 남겼다고 한다.
| 촬영일 : 2025년 2월 15일 토요일 오후 5:03
| 촬영장소 : 소양 2교 위
흥미로운 건, 반야월이 생전에 남긴 말이다. 소양강 처녀는 어느 한 사람을 그린 것이 아니라 소양강 인근에서 살던 모든 처녀들의 마음을 담은 것이다. 그러니까 소양강 처녀는 실존의 누군가이면서, 동시에 그 시대를 살아간 모든 여성의 상징이기도 했던 셈이다.
| 촬영일 : 2025년 1월 27일 월요일 오후 3:01 to 4:50
| 촬영장소 : 소양 2교 위 and 소양강 처녀상 앞
2005년, 춘천시는 시민의 날을 맞이하여 5억 5천만 원의 예산을 들여 소양강 처녀상을 세웠다고 한다. 총 높이 12미터에 달하는 청동 처녀상은 가까이 다가가서 보면 그 위엄이 더 뚜렷하다. 치맛자락을 쥔 손끝, 갈대를 감싼 손바닥, 바람에 흩날리는 옷고름의 결, 강인한 눈매와 눈썹. 세심한 표현들은 단지 형상을 빚은 것이 아니라 한 시대의 감정을 부여잡은 조형물로서의 깊이를 보여주는 듯하다.
| 촬영일 : 2024년 12월 24일 월요일 오후 2:24
| 촬영장소 : 소양강 처녀상 데크 전망대 위
가끔 사람들은 묻는다. 지난번에도 찍지 않았어? 왜 또 찍어? 그 눈빛엔 진심이 깃들어 있다. 똑같은 피사체를 매번 볼 때마다 카메라를 꺼내는 내 모습이 궁금한 모양이다. 그럴 때 나는 그냥 배시시 웃는다.
하늘에 구름 한 점 없잖아.
노을이 환상적이잖아.
눈발이 엄청나잖아.
오리배가 둥둥 떠 있잖아.
장미꽃이 활짝 피었잖아.
이유는 늘 만들어가기 나름이지 않겠는가. 강물은 같지만 하루하루는 다르다. 햇빛이 머무는 자리는 시시각각 달라지고, 바람의 방향과 구름의 표정도 어제와는 전혀 다르다. 그 변화 속에서 소양강 처녀는 늘 그 자리에 있다. 어쩌면 그래서일지도 모르겠다. 변하지 않는 것을 중심에 두고, 세상의 모든 변화를 품에 안고 싶어지는 마음.
나에게 소양강 처녀상은 방앗간이다. 나는 그저 그 방앗간을 수없이 드나드는 찍새일 뿐.
※ 소양강 처녀에 대한 자세한 정보는 나무위키에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