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 아빠가 제대로 욕하는 법을 가르쳐줄게(2)

25년 7월 12일 밤 10시

by 마법수달

아들과 계속 진행 중인 '욕'에 대한 이야기다. 여기서부터는 내 설교가 점점 길어진다. 가급적이면 주고받는 대화였으면 좋았겠지만.


욕하는 건 어쩔 수 없어요의 아들과 욕은 줄여야 한다의 아빠의 고군분투 대화가 계속된다.




< 찐친끼리 욕이라도 안심할 수 없다 >


아들: 그런데 애들이랑 욕 주고받는데 거의 문제없어요. 맨날 욕해도 친하게만 지내고. 걔네한테는 욕 아무리 해도 괜찮거든요?


나: 아냐, 마냥 그렇게 생각해서는 안돼!


(아, 참을 수 없구나, 아들아. 미안하지만 잔소리 모드 On!)


나: 예를 들어볼게. 아빠가 너한테 "너 공부도 안 하고 이게 뭐니?"라고 한 번 혼냈어. 그리고 네가 "아빠가 나 생각해서 그런 거니까 이해해요"라고 대답한 거야. 그걸 듣고 아빠가 "우리 아들은 이렇게 내가 공부 가지고 혼내도 잘 이해해 주는구나."라고 생각해.


나: 그러더니 안심하고 같은 말로 널 네 번 더 계속 혼냈어. 그래도 이해해 줄 거라 생각하고. 그럼 네가 듣다가 어느 순간 갑자기 생각이 바뀌어서 화가 나고 폭발할 수도 있지.


나: 마찬가지로 찐친이랑 욕을 주고받는 게 지금은 괜찮아 보여도, 어느 날 똑같은 말이 갑자기 상대에게 상처가 될 수 있거든. 그걸 미리 생각할 줄 아는 게 중요해.


나: 사람 관계에서는 아무리 친한 사이라도, 이 사람이 어떤 기분을 가지고 어떻게 생각할지는 모르는 거라서 말할 때는 항상 긴장감을 어느 정도 가져야 해.


< 욕이 빛나는 밤에 >


나: 그래서 아빠가 어른으로서 하고 싶은 말은 안 친한 사람에게는 절대 욕하지 않는 거. 욕은 정말 찐친들하고만 하는 친근함의 표시 같은 거야.


아들: 저도 친한 애들하고만 하는 거 같은데요? 진짜 안 친하면 욕 잘 안 하잖아요.


나: 아빠는 정말로 진짜 화나는 상대한테는 욕 안 하거든?


아들: 저는 그 정도까지는 아니에요. 나를 화나게 하면 욕이 나오죠.


나: 아빠는 욕이라는 걸 하지 말라고 하는 건 아니야. 왜냐하면 아빠가 생각하는 욕이란 건 표현을 풍성하게 해 주거든. 욕도 감정을 드러내는 것도 좋은 방법이야.


나: 그런데 욕은 좋게 생각하면 효율이 좋은 감탄사인데, 그걸 상대를 공격하기 위해서 사용하면 상대는 공격을 받았으니까 또 받아칠 거잖아. 그럼 욕이 되돌아오고 나도 기분 나빠지고. 이게 왔다 갔다 몇 번 하다 보면 처음에는 아무것도 아니었던 게 점점 심각한 상황을 만드는 거지.


아들: 저도 욕을 줄이려고 해요. 욕을 줄이는 게 좋다고는 생각해요.


나: 욕을 줄이는 게 욕을 잘하는 거야, 아빠 생각엔. 그리고 기분 나쁜 사람에게는 사실 욕 한마디 없이도 얼마든지 내가 기분 나쁘다는 걸 말로 표현할 수 있어. 욕이나 다름없지만 욕이 아닌 정중한 표현으로.


< 제대로 욕하는 법을 가르쳐줄게 >


나: 꼭 그렇게 하라는 말은 아니지만 되도록 욕을 줄이면 좋지. 네가 지금은 남학교에서 더 욕을 많이 하는 것일 수도 있어. 고등학교나 대학교 때 남녀공학인 곳으로 가면 욕 하는 습관은 또 크게 문제가 될 수 있어.


아들: 아, 그렇죠. 남녀공학 가면 이런 얘기 절대 못하죠.


나: 그렇지. 근데 네 입에 욕이 한 번 붙어버리잖아? 그러면 그때 가서 고치려 해도 이게 쉽지 않지.


아들: 남자 중학교에서 솔직히 애들이 막 성에 관련된 야한 농담이나 욕설도 엄청 많이 말하고 다니거든요. 성교육할 때 막 엄청 웃으면서 그런 이야기 계속해요. 근데 그런 걸 남녀공학에서 하면 바로 이상한 애가 되지 않아요?


나: 그렇지. 그 말을 잘못했다가 바로 성희롱이 될 수도 있지. 근데 그건 네가 다니는 남자중학교라도 사실 마찬가지야. 나는 남자인데 "저 남자 애가 말한 야한 욕설이 나한테 곧 성희롱이다"라고 말할 수도 있어.


아들: 그럴 수도 있겠네요.


나: 그런 성적인 농담이나 욕설을 내가 성적으로 기분 나쁘게 들으면 그게 성희롱이 되는 거야. 네가 게이나 다른 성소수자가 아니라도.


나: 예를 들면 남자애들끼리 이야기하면서 "너 고추 작다며?" 이런 식으로 농담한다고 말할 수 있지. 그런데 사실 진짜로 성기가 작은 친구는 "난 성적 모멸감을 느꼈다" 이렇게 느낄 수 있고, 이게 바로 성희롱이 되는 거야.


아들: 안 그래도 성당 형들도 그거 힘들어하더라고요. 왜냐하면 형들도 자기 학교에서 욕을 엄청 많이 하니까요. 그래서 다른 애들이랑 있을 때도 막 입에서 계속 욕이 튀어나오려고 하니까 힘들어하는 모습이 좀 보였어요.


나: 그렇게 힘들기 때문에 평소에 욕 없이 말하는 연습을 해야 되고. 지금 네가 처음 들어갔고 아직 1학기도 안 지났기 때문에 당연히 욕을 쓸 수 있지만 이렇게 생각해 보면 어떨까?


나는 욕을 잘하는 사람이니 아무 때나 욕을 쓰진 말아야지"라고 생각하는 거야.


나 : 조금 욕을 안 써도. 그러니까 남이 욕한다고 해서 내가 꼭 받아줄 필요가 별로 없어.


아들: 네. 그래서 요즘은 욕을 줄이려고 하다 보니 아예 그냥 말을 줄이고 있어요.


나: 오히려 좋은 걸? 그렇게라도 욕을 제대로 쓰는 법을 이제 좀 이렇게 배워 나가야 해. 남들이 욕할 때 그걸 관찰해 봐. 많이 들어보는 것, 아까 네가 말한 것처럼 말을 줄이는 건 나쁘지 않다고 생각해.


나: 그것도 괜찮으려나? 그러면서 이제 점점 욕 하는 걸 줄여야지. 학교에서 벗어나면 학원을 가고 성당을 가고, 아무튼 학교와는 다른 공동체에 다니고 있잖아.


나: 그런 곳에서 행여라도 실수로 욕이 나올까 하는 걱정을 해야지. 그냥 생활 속에서 욕이 안 나와야 되는 거지.


아들: 당연하죠. 제가 집에서는 전혀 욕 하지 않잖아요? 그리고 친구라고 해서 막 욕만 하지는 않아요.


나: 좋아, 이제부터 욕을 들은 상대의 기분을 조금만 생각해 보자. 그래서 하루에 욕을 10번 쓸 걸 9번만 쓰는 식으로 조금씩 줄여보는 거야. 성인이 되면 욕을 하지 않는 것을 목표로 말이지.


아들 : 네, 노력해 볼게요.




'욕'이야기가 너무 길었다. 이날 무려 35분을 이야기했는데 뒤에는 욕이 찰지게 쓰이는 영화나 노래에 대해서도 한참 이야기 했다.


주제가 주제라서 내 잔소리가 길어진 게 사실 좀 안타까웠다. 대화라고 하는데 이 날은 일방적으로 내가 이야기 한 구간이 10분 이상 되었다. 부모란, 아빠란 어쩔 수 없는 것 같다.


그래도 아들의 소리를 들으려고 무척 노력했던 것이 느껴졌는지 한참 이야기하고 나니 10분 이야기가 35분 이야기가 되어 버렸다. 마지막에 다음부터는 시간을 준수하겠다고 아들에게 약속했더니 너무 좋아했다.


역시 욕 하지 않는 아들을 기대하고 싶지만 지금은 이렇게 생각을 주고받았다로 뿌듯해지는 밤이다.


욕이 빛나는 밤이다.




초보아빠의 고군분투 아들과 소통기를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짧은 댓글이나 라이킷은<> 저녁 대화 시간을 앞두고 어깨가 무거워지는 아빠에게 큰 도움이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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