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 나의 성채, N 아파트
이 글은 《균열 그 너머 이야기》 시리즈의 일부입니다.
‘아무도 말하지 않을 때, 나는 말해야 했다.’
평범하고 고요했던 저의 세계에 생긴 하나의 ‘균열’ 앞에서,
아무도 방향을 알려주지 않을 때 더듬거리며
홀로 항로를 찾아 나섰던 한 사람의 내밀한 항해 일지입니다.
한 여름, 닫힌 철문 앞에 홀로 서야 했던 어느 사람의 이야기.
이제, 당신을 그 뜨거웠던 여름의 아파트 복도로,
굳게 닫혔던 문 앞으로 초대합니다.
여름 공기는 밀도 높게 무거웠지만, 거대한 나무가 드리운 그늘 아래는 서늘한 냉기마저 감돌았다.
피부에 스미는 그 감각이 계절의 시작을 알렸다. 몇 블록 너머 번화가의 소란은 희미한 잔향조차 되지 못한 채 이 고요 속으로 스며들지 못했다.
어깨를 부딪는 익명의 군중과 허기를 날카롭게 찌르는 음식 냄새의 혼돈으로부터, 나는 이곳 N 아파트로 도망치듯 스며들었다.
창을 열면 매캐한 연기 대신, 계절의 온기가 내려앉은 풀 내음과 실낱같은 바람 소리가 먼저 와 닿는 곳. 나는 그 고요를 사랑했다.
내 안의 끊임없는 소용돌이마저 잠재우는 듯한, 깊고 단단한 침묵의 질감. 이곳에서라면, 비로소 나로 존재할 수 있으리라 믿었다
지난 7년, 나와 아내는 이곳에서 갈망했던 평온을 누렸다. 새들의 노래가 유리창을 가볍게 노크하는 아침. 저녁이면 창 너머 단지 앞 학교 아이들의 앳되고 흰 얼굴들, 집으로 향하는 가벼운 발걸음 소리.
이윽고 집집마다 저녁 식사를 준비하는 소리가 나지막이 뒤섞여 익숙하고 안온한 정적을 만들었다.
나는 그 평온함이 얼마나 위태로운 살얼음 위에 서 있는지 몰랐다. 그저 매일의 리듬에 맞춰 현관문을 열고 닫을 뿐이었다.
그 고요가 영원히 내 곁에 머물 것이라 믿었던, 어리석고 나태한 착각이었다. 마치 눈을 감으면 세상의 모든 어둠이 사라지기라도 하는 것처럼.
내가 사는 N 아파트는 단지 규모가 비교적 크지 않아 그 자체로 조용한 곳이었다. 아내는 이사 오기 전 이곳을 둘러보며,
이전 번화가 주거지의 숨 막히는 번잡함 대신 N 아파트의 한적하고 차분한 공기를 마음에 들어 했다.
우리는 이곳에서라면 꿈꾸던 삶을 살 수 있으리라 믿었다. 우리만의 속도로, 우리만의 색깔로 삶의 여백을 채워나갈 수 있는 곳이라 여기며.
저의 항해에 동참해 주셔서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