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o.5 미들 - 품격 있는 패배

– 꺾였으나 무너지지 않는 방식

by 향기가 주는 기쁨

패배의 순간은 생각보다 자주 찾아왔다.

불쑥 다가와 자리를 틀고 앉았고,
그 앞에서 나는 몇 번이고 태연한 척을 했다.

어쩌면 애써 의미를 부여하려 했는지도 모른다.
한 발 물러서며 괜찮은 척, 다 내 뜻이었다는 척.


돌이켜보면, 패배는 결국 패배였다.

시간이 흐르고 나서야 비로소 깨닫게 되었다.
그때 내가 진 건 실력이 아니라 두려움 때문이었다는 걸.


끝까지 부딪히지 못한 용기,
진심을 다 쏟아내지 못한 마음.
나는 스스로에게 조금씩 물러나 있었던 것이다.


아직까지 품격 있는 패배를 제대로 알지 못한다.

솔직히 말하자면, 나는 여전히 이기고 싶다.

그렇지만 하나만큼은 확실하다.

품격 없는 승리는
그 어떤 패배보다도 견디기 어렵다는 것을.


상대를 짓밟으면서가 아니라
스스로를 지켜내며 이기는 사람이고 싶다.

그런 승리는 숫자나 환호보다 오래 기억되고,
그 무게는 가볍지 않지만,
그만큼 아름다울 것이다.

만약 이 마음이 욕심이라면
나는 기꺼이,
이 욕심을 부려보려 한다.


품격 있는 승리.
그 이름을 감당할 수 있는 사람이 되기 위해,
오늘도 나 자신을 다잡는다.

이기지 못해도

스스로를 잃지 않는 방식으로.


오늘의 향 추천 – 주제: 품격 있는 패배

추천 향기:

클라리 세이지 (Clary Sage)

클라리 세이지

추천 이유:

클라리 세이지는 맑고 허브스러운 향을 지녔지만,
그 안엔 은근한 무게감과 차분한 힘이 스며 있습니다.
자신의 감정을 흘려보내되 흐트러지지 않고,
내면의 평정을 지켜내는 데 탁월한 향이죠.
‘패배’라는 단어 안에서 품격을 지키고자 하는 태도,
조용한 자존과 정직한 고백을
클라리 세이지는 무리 없이 품어냅니다.
결국, 이기지 않아도 흔들리지 않는 마음의 증거입니다.


오늘의 질문

진심을 다했지만 결과가 좋지 않았던 순간을 기억하나요?

그때 어떤 존엄을 지키고 있었나요?



월·수·금 아침 8시,

세 편의 이야기를 한 병의 향수처럼 당신께 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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