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시 대표님이, 아니 회사가 이상하다.

by 마른틈

나는 요즘 꽤, 하루하루 괜찮아지고 있다.

하늘을 바라보건대 그 구름이 너무 몽실몽실 귀여웠다. 건물에 햇빛이 반사되어 걸렸는데, 그 또한 참 예쁘다고 생각했다. 문득 하늘이 예쁘단 생각을 얼마만에 해봤는지 모르겠다고 생각했다. 습관처럼 하늘을 보던것이 나였는데.

물론 아직 해결되지 않은 문제들은 여전히 존재하지만, 소소한 일상의 행복들을 아주 조금씩 찾아가는 중이다.




1. 대표님이 구워주는 고기

점심시간, 대표님이 새해 기념으로 고기나 꿔 먹으러 가자 하신다. 쫄래쫄래 쫓아가 자리에 앉고, 막내답게 수저와 물컵 세팅을 마친다. 그리고 집게와 가위를 집어야 하나… 잠시 망설인다. 나 고기 잘 못 굽는데….

고민하는 사이 집게는 자연스럽게 차장님 자리로, 다시 대표님 자리로 옮겨간다. 동시에 정처 없이 흔들리는 내 눈동자를 어찌할 도리가 없다.


“오… 대표님이 구워주는 고기라니…”


머쓱한 기분에 중얼거리는데 여상히 받아치는 말들이 더 가관이다.


“대표님 고기 잘 구우세요.”

“맞다. 내 고기 잘 꿉는다.”


2. 내로남불

“마른틈씨는 T인가?”

“저, 저한테는 F고 남한테는 T요.”

“그게 뭐꼬”

“내로남불이요.”


잠시 그 말뜻을 고민하던 대표님은 내 대답이 황당했는지 곧 뒤집히신다.


“으하하, MBTI가 어떻게 되는데?”

“어… 저 회사에는 그거 잘 말 안 하는데…”

“왜?”

“제 MBTI가 좀 사회성이 떨어지는 편이라고 나와서요…”


참고로 내 MBTI는 ISTP다. 잇팁이 얼마나 유명하냐면, 노래도 있다. 이기적이고 싹수없으니까 말 걸면 죽여버리겠다는 뭐 그런.


“엥ㅡ? 마른틈씨가 무슨 사회성이 떨어지나. 얼마나 살갑고 이쁜데. 안 그러나 차장아. 내가 너한테도 그랬잖냐 마른틈씨 너무 싹싹해서 맘에 든다고.”

“예 그랬죠”

“…어… 칭찬해 주셔서 감사하긴 한데요…. 그렇게 저 띄워주실 때마다 저는 속으로 ‘엥… 내가? 제가요?’라고 생각한답니다….“


하여간 합격 통보 연락에서조차 “차량 대신 그만큼의 복지나 해주세요”라는 당돌한 말을 건방지다 여기지 않고 오히려 마음에 드니 꼭 같이 일해야겠다시던 희한한 대표님이니 이해 못 할 일도 아니긴 하다.


3. 입사 동기

12월 입사인 내 수습 기간을 어떻게 둘지, 대표님은 한동안 계속 고민하셨다. 고민할 게 뭐가 있나, 수습은 3개월이 정배인 것을. 그런데 대표님은 나를 지나치게 예뻐하신다. 자꾸만 내 발목을 묶어 두고 싶어 하신다.

우리 회사는 내부 사정이 조금 복잡해, 대표님과 차장님이 잠시 다른 사업자로 이적해 계셨다. 그런 까닭에 두 분 모두 현 사업자로 4대 보험 자격 취득 신고가 필요한 상황이었다.

대표님께서 부지런히 고기를 굽다 말고, 맥주 한 잔을 따라주시며 말씀하셨다.


“우리 깔끔하게, 셋이 다 같이 1월 1일 입사로 서류 정리하자. 마른틈씨도 그 날짜부터 정규직으로 정리하고.”

“엥… 오… 그럼 우리 입사 동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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