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스트마더

잃어버린 엄마를 찾아서

by 마른틈

[마을의 NPC-초조한 목소리]

“모험가님…! 제발 도와주세요!

무지몽매한 침입자들이 나타나 제 소중한 ‘엄마’를 위협하고 있어요.

그들은 언어폭력과 모멸감을 무기 삼아, 제 정신을 흔들고 마음을 무너뜨리려 합니다.

제겐 지켜야 할 단 한 사람, 바로 ‘엄마’뿐이에요.

부디 당신의 힘으로 그녀를 구해주세요…!”


[SYSTEM: 신규 퀘스트가 등록되었습니다!]

퀘스트명 : 엄마를 지켜라

▶ 목표 : 침입자들에게서 ‘엄마’를 지켜라.

▶ 난이도 : ★★★★☆

▶ 위험 요소 : 언어폭력, 모멸감, 자기모순

▶ 보상 : 순간의 웃음, 허무, 인간의 결핍에 대한 이해

▶ 실패 시 : 엄마가 사라진다. (목숨을 걸고 지켜라!)



밤 열한 시의 그곳은 조용한 거실과 사뭇 다른 온도와 열정을 태운다. 0과 1로 이루어진 데이터에 불과할 캐릭터와 특성들을 선택하고 확정이 될 때까지는 모두가 어색한 동료다. 다만 떨리는 긴장에 화장실을 가거나, 담배 한 대를 피우기도 한다.

그것이 무엇이라고 이토록 긴장하느냐 하면 그 한판에 이름도, 나이도 모를 열 명의 명운이 달려있기 때문이다. 평소 직장에서 아무리 날아다니던 유 과장도 지나가는 세월에는 장사 없는지라 *에이징 커브 앞에 무력한 것이니, 그의 사회적 지위와 체면이 온라인에서도 같을 수는 없는 것이다. 순간의 판단력이 따라주지 못하는 순간 그의 목숨은 가차 없이 상대의 전리품이 된다. 작은 눈덩이 같았던 그것은 점점 굴러 집채만 해져선 어느 순간 안전했던 우리 팀의 가옥을 박살 낼 것이다.

그러니 낮에는 "역시 유 과장, 보고서 기깔나게 쓰는 건 알아줘야 한다니까"라며 추켜세워 주던 부장님과 선망의 눈빛으로 바라보던 후배들에 익숙하던 유 과장도 "아 야소 장막 ㅈ같이 까네"라는 말을 듣지 않으려면, 시원한 물을 한잔 들이켜고 전력으로 이 전쟁에 임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모든 전쟁이 그렇겠지만 이곳은 특히 멘탈 관리가 중요하다. 칼끝은 언제나 가장 연약한 곳을 향하는 법. 마음처럼 흐르지 않는 전장의 상황에 휘청이는 심리를 간파한 상대는 그 멘탈을 무너트리기 위해 확성기를 든다. 그리하여 오늘 처음 만나 전우애라고는 눈곱만큼도 없을 나의 동료들은 그 썩은 뿌리서부터 서서히 동요한다.

다만 쉼 없이 몰아치는 전장의 상황에 언제까지고 혀끝이 길 수는 없는 법이다. 그리하여 이 상황이 어디서부터, 누구로부터 시작되었는지에 대한 논쟁은 주로 증거와 논리보단 짧은 시야 속 감정에 의한 설전이 된다. “실력”보단 “사람”에게 향하는 칼끝은 고작 30분 남짓 마주쳤을 그의 삶 전체를 평가한다. 익명성은 도덕의 바닥을 우습게도 내리꽂고, 어차피 이 시간 이후 다시 보지 않을 것이라는 몽매한 망각 속 후회는 사치일 뿐이다.


“*ㄴㄱㅁ”


하여 그 녀석이 결국 신호탄을 던지고 만 것이다. 게임이 더 이상 단순한 오락이 될 수 없다는 선언. 지금부터 우리는 서로를 증명하고 무너뜨릴 것이다. 말은 칼이 되고, 손은 유려하면서도 휘황찬란한 군무처럼 움직여야 한다. 그리하여 우리는 목숨을 걸고 엄마를 지킬 것이다.

“그만하라”는 말은 불씨에 살랑살랑 바람을 불어넣는 꼴이다. 무력하게 내뱉은 “내가 미안”이라는 말 또한 이미 잔뜩 성이 난 그 녀석에게 나의 존재를 먹음직스럽게 손질하여 식탁 위에 내어놓는 일과 다르지 않다. 그러니 이 신호탄이 던져진 전장에서 우리는 압도적인 실력으로 그 가치를 증명해야만 한다.


패드립은 강력한 힘의 원천 같아 보이나 사실 두려움를 위장한 가면일 뿐이다. 그 연약한 마음은 본인의 실수를 남에게 지워 일말의 죄책감마저 가볍게 하고 싶어 한다. 그리하여 누구든 대신 돌을 맞고, 그 모욕과 상황이 유희가 되어 해소되길 바라는 이기심에서 비롯된 것이다. 그러니 분노보단 조금 더 솔직한 신음에 가깝다.


우리는 사람이기에 늘 불안과 결핍을 안고 살아간다. 이를 온전히 인정하고 받아들이기에 인간이란 존재는 완전치 못하고, 그 원인을 무의식적으로 외부에서 찾고 싶어 한다. 이를 심리학에서는 ‘합리화’라고 부른다. 내 실수의 *쿨타임을 견디지 못해 그 딜레이를 상대 탓으로 넘겨버리니 당장은 그 마음이 가벼워질지 몰라도, 모두가 합심해야 할 전장은 혼란만 가중될 뿐이다.

비록 익명성에 가려진 게임 속에서 벌어진 일일지라도 그곳에 나의 역할은 필요하지 않았는지, 내가 틀리지는 않았는지 확인해 보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그것이 인간의 관계이며, 최소한의 예의가 될 것이다. 모니터 너머에 있는 것이 로봇이 아니고 사람이라 그렇다.


예고도 없이 던져진 신호탄에 고도의 집중력을 끌어올린 우리는 끝내 압도적인 힘으로 상대의 본진을 가루처럼 날려버렸다.

전장의 불꽃이 꺼지고 화면이 어두워지면, 긴장으로 굳어있던 손가락의 마디를 주무르며 떠오르는 "승리"의 글자를 바라본다. 여전히 전투의 하이라이트를 곱씹으려는 기억에 두근대는 심장을 다독인다. 익명의 동료들과 등을 맞대어 결국에 엄마를 지켜냈다. 비록 그것이 허울뿐인 가상일지라도.


그리하여 패배자들에게 남길 종전의 외침은 짧고 굵어야 했다.




“EZ”



[SYSTEM: 퀘스트 완료!]

"엄마를 지켰다!"

▶ 추가 보상 : 마음 편히 발 뻗고 잘 수 있을 듯하다.

▶ 상태 : 엄마는 무사하다. (오늘 하루는 지켜냈다)


*에이징커브: 나이가 들어감에 따라 떨어지는 신체 능력.

*ㄴㄱㅁ: ‘느그엄마’를 속되게 이르는 패드립의 표현.

*쿨타임: 스킬, 아이템, 또는 행동을 다시 사용할 수 있을 때까지 기다려야 하는 시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