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건도 인연이 있나요?
얼마 전 결혼기념일이었어. 28주년이었지.
은혼식, 금혼식은 아니지만 뭔가 특별하게 기념하고 싶었어.
다 같이 기쁘면 좋잖아? 그래서 가족 모두 하나씩 갖고 싶은 것을 사기로 했어.
아내는 선글라스를, 딸과 아들은 옷을 사겠대. 나도 옷을 사려고 했는데 인터넷을 뒤져보니 중국 마켓에서 바람막이 옷과 선글라스를 너무 싸게 파는 거야. 두 개 합쳐서 1만 5천 원도 안 되는 돈으로 말이지.
어쨌겠어. 두 개를 다 샀지.
아 근데 싼 게 비지떡이라고 계륵 같은 게 왔어. 버리기엔 아깝고 쓰자니 한참 모자라고. 그래도 없는 것보단 낫다고 이것으로 만족하려고 했지. 그런데 다 같이 옷 사러 아웃렛에 갔다가 여기저기 둘러보니까 '어떤 걸 사야겠다'는게 머리에 딱 들어오는 거라.
그래서 바람막이 옷을 다시 샀지 뭐야. 그렇게 옷을 샀는데 결국 오늘 선글라스까지 사 버렸네?
와 근데 말이지. 물건도 인연이라면 인연인 게... 작년 여름인가? 아들이랑 모 쇼핑몰에서 폴더식 선글라스를 본 기억이 나는 거야. 그때 참 가볍고 이쁘다 했지만 살 생각은 전혀 없었거든.
근데 은정이 선글라스를 산다고 하니까 나도 사고 싶더란 말이지. 그래서 여기저기 인터넷 검색을 해봤지. 하지만 마음에 딱 드는 게 안 나오는 거야. 그러다 1년 전 아들과 본 그 안경이 생각나는 거라... 거의 1년이나 지난 지금에. 신기하지 않아?
나도 모르게 마음 깊은 곳에 숨겨져 있던 욕망이 시간이 지나서 망각의 틈을 비집고 나와서 싹을 틔워 버렸네?
그래서 그 몰로 갔지. 가서 봤더니 맘에 드는데 가격이 너무 비싸... 내건 아닌가 보다 하고 물건을 두고 나왔어.
혹시나 인터넷은 가격이 어떤가 봤지. 인터넷도 똑같더라고.
고민했어. 아내의 눈을 봤어.
웃더라.
안 사고 돌아가면 눈에 밟힐 것 같았어.
그래서 '엣다 모르겠다' 사 버렸어.
거금을 주고 말이야. 예전 같으면 비싸서 엄두도 못 냈을 거야. 혹시 샀어도 며칠을 고민 고민하다가 겨우 샀을 거야.
그런데 기분은 참 좋은 거 있지. 뭐 대단한 걸 산 건 아니지만 정말 기분이 좋아.
이번 달 말에는 대전에서 친구들 모임이 있어.
작년, 재작녁엔 교통비가 많이 들어서 안 갔어. 그런데 이번엔 가려고.
돈? 중요하지. 그런데 어느 시기가 되니까 돈보다 더 중요한 게 보이더라. 내겐 시간이 그렇고 친구가 그래.
누가 그런 말을 한 게 잊히지 않아.
'내려오는 것도 올라가는 것만큼 중요한데... 올라갈 땐 기를 쓰고 올라가고 내려갈 땐 막 내려간다고'
이 말이 두고두고 내겐 회초리처럼 따라다녀.
아닌 척, 고고한 척. 너무 그렇게 살지 않으려고. 너무 참지도, 그렇다고 충동적으로도 살지도 않을 거야.
세상엔 참 예쁜 것도 많고 재밌는 것도 많아.
그렇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