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대받지 않은 작품

by 쓰리씀

초대전이라고 아시나요?

미술관이나 갤러리가 작가를 "초대"하는 겁니다.
큐레이터가 지금, 이 공간에 어떤 전시가 필요할지 고민을 한 후 작가를 선정합니다.
"선생님의 작품을 우리 공간에서 이러이러한 맥락으로 보여주고 싶습니다."
작가는 정중하게 초대를 받고, 전시된 작품은 융숭한 대접을 받습니다.

공간은 작가를 원했습니다.
작가는 공간을 원했습니다.

그렇게 해서 초대전이 열리면
관객은 나도 가서 한 번 보고 싶다는 의지를 가지고, 자발적으로 그 공간에 입장하게 됩니다.

그런데 제가 기획하는 작품은 다릅니다.

관객이 "보고 싶어서" 오는 게 아닙니다.
그냥 지나가다가, 우연히, 어쩔 수 없이 마주치는 것입니다.

로비를 지날 때,
엘리베이터를 기다릴 때,
아파트 입구를 들어설 때.

작품은 거기 있습니다.
초대받지 않은 채로.

그래서 누군가에게는 반가움일 수도 있고
누군가에게는 당혹스러움일 수도 있습니다.
심지어는 불쾌할 수도요.

불쾌함은 그나마 낫습니다.
세상에서 가장 심한 악플이 무플인 거 아시죠?

제가 가장 많이 들은 말.

"거기 뭐 있었어요?"


하지만 눈 씻고 잘 살펴보면 의외로 거장의 작품들도 찾아볼 수 있을 거예요.

최근 리움미술관에서 열린 이불 작가의 전시. 예약도 귀찮고 관람료도 2만 원 가까이나 했죠?

아쉽지만 며칠 전에 전시가 종료되기까지 했어요.

그런데 이촌동의 한 아파트에 가면
예약 없이
언제든지
무료로 보실 수 있어요.
심지어 만질 수도 있습니다.

가보실 건가요?
아마 안 가실 겁니다.
주민들도 모르거든요.

금요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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