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랑 이탈리아/스위스 여행 4.

4. 값 비싼 수업료.

by 모루

엄마는 아침 일찍 일어나 어제 마트에서 산 소고기를 오븐에 구웠다. 엄마와 나는 우아하게 고기를 썰고 커피도 한 잔 한 후, 잠에서 깬 아빠를 데리고 밖을 나섰다.


어젯밤 구글맵에 검색해 보니 숙소 근처에 청과물 시장이 뜨길래 설렌 마음을 안고 찾아와 봤다. 그런데 암만해도 도매시장인 모양이다. 허탕을 쳤다. 계획 없이 대충 하는 여행은 늘 이런 식이다.



집에 돌아와 다음 여정을 위해 기차표를 보는데, 아뿔싸, 로마-피렌체-친퀘테레가 아니라 로마-친퀘테레-피렌체로 계획을 짜야했었네…


우리의 다음 목적지인 친퀘테레에서 베네치아를 가려면 다시 피렌체를 거쳐 돌아와야 했다. 짐도 많은데 왔던 길을 되돌아오는 건 너무 큰 부담이었다.


그래서 고민 끝에 숙소 취소 비용인 약 10만 원가량을 손해 보더라도 친퀘테레는 포기하기로 했다. 사실 이탈리아 여행 중 가장 기대했던 곳이 친퀘테레였어서 포기하는 게 참 많이 아쉬웠지만, 아이가 기차 타는 걸 힘들어하기도 하니 어쩔 수 없었다.


루트를 먼저 확인했더라면 좋았을 텐데,

값비싼 수업료를 지불해 버렸다.


워낙 급하게 준비 한 여행이었다. 내가 가이드도 아니고 이탈리아를 와 본 적이 있는 것도 아닌데 충분히 있을 수 있는 실수였다. 그러나 누가 뭐라 한 것도 아닌데 마음 한 구석에는 ‘조금 더 잘 알아볼걸…’하는 후회가 들었다.



이렇게 된 김에 사실 나는 이동이 귀찮아 피렌체에 머무는 게 낫겠다고 내심 생각했다. 하지만 쉬는 것보다는 돌아다니며 구경하는 걸 선호하는 아빠는, 그래도 다른 도시로 가길 원했다.


구글맵을 켜서 지나가는 길에 그나마 커 보이는 도시로 가기로 했다. “페라라”와 “파도바”. 생전 처음 듣는 도시들의 이름이었다. 사전 정보가 있을 리 없었다.


왠지 파도바라는 이름에 끌려 다음 목적지는 그곳으로 정했다.



다음 여정을 정하니 무거웠던 마음이 한결 가벼워졌다. 적당히 쉬다가 밖으로 다시 나갔다. ​생각보다 4박 5일이라는 시간이 길지 않아서, 부지런히 시내를 구경하기로 했다.


트램을 타고 피렌체 시내에서 내렸는데, 암만 눈을 씻고 찾아봐도 도대체가 피렌체가 왜 예쁘다는 건지를 모르겠는 것이다. 처음 이미지는 여태까지 보던 여느 유럽과 크게 다를 바가 없어 보였다.


‘피렌체 예쁘다는 사람들은 유럽을 처음 와본 건가...’ 싶었는데,



아… 어?

피렌체, 정말 보면 볼수록, 다니면 다닐수록 더 매력적인 도시였다.


나는 성이나 성당에는 별 관심이 없는 사람이다. 여태껏 그 많은 성당들을 보면서도 마음에 들었던 건 사그라다 파밀리아가 유일했는데, 피렌체 두오모도 못지않게 아름다웠다. 아마도 내가 처음 보는 양식의 성당이라 더 새롭고 신기했던 것 같다.



피렌체 시내를 돌아다니며 버스킹 구경, 책 구경, 그림 구경을 했다.


한창 버스킹 구경 중에 사람들이 환호성을 지르니 아이가 놀랬는지 울었는데, 나도 그만 너무 신나게 소리를 지르느라 아이 울음을 못 들었다. ​그 대가로 나는 귀가까지 아이를 내내 안고 다녀야만 했다.



버스킹을 다 보고 아치 모양의 입구를 지나가자 다리가 하나 나왔다.



다리를 지나자 펼쳐지는 풍경. 빨갛게 물들고 있는 하늘.


피렌체, 정말 너무 예뻤다. 그저 감탄만 나왔다.

왜 그렇게 많은 사람들이 한 달 살기를 하고 싶다고 하는지 이해가 됐다.


너무 기대했던 도시라 실망이 더 큰가 싶었는데, 아니었다. 내가 피렌체를 제대로 보지도 않고 평가를 했었던 거다.



집 가는 길과, 집에서 보는 하늘의 풍경. 피렌체는 그런 일상마저 사랑스러웠다. 파도바에 가지 말고 그냥 여기 더 머물걸 그랬나 후회가 되었다.


피렌체에서의 하루가 또 이렇게 가는 게 아쉬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