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 안녕, 피렌체!
피렌체로 이동하는 날.
거의 10시에 딱 맞춰 체크아웃을 했다. 이대로 떠나기가 아쉬워 테르미니 역에 짐을 보관하고 로마를 조금 더 돌아보기로 했다.
택시가 잘 잡히지 않았고, 짐 보관하는 곳에도 수학여행을 온 것 같은 단체 학생들이 길게 줄을 서 있어 본격적인 관광까지는 생각보다 시간이 많이 걸렸다.
어제 트레비와 포로 로마노에 미리 갔다 왔기 때문에 어디를 가야 할지 고민하다가, 역에서 그나마 가까운 콜로세움을 가기로 했다.
어차피 급조된 여행이라 콜로세움 들어가는 표는 구하지 못했다. 그렇다고 굳이 땡볕에 줄을 서서까지 표를 사서 들어가고 싶단 생각은 안 들어서, 그냥 밖에서만 보고 대충 인증 사진을 찍었다.
사진을 찍던 중, 엄마와 내가 동시에 유모차를 놓아서 아이가 유모차와 함께 언덕으로 미끄러져 내리는 사고가 있었다. 옆에서 함께 사진을 찍던 외국인 커플이 재빠르게 잡아줘서 다행히 큰 일은 없었지만, 우리는 놀란 가슴을 쓸어내려야만 했다.
괜히 놀란 맘에 니 탓이네, 내 탓이네 하기도 했다.
사진을 다 찍은 후 배가 고파져서 현지인들이 많이 모인 식당에 들어갔다.
라자냐랑 오븐구이 통닭을 시켰는데 엄마가 너무 만족해했다. 맛은 평범했지만 그 분위기 같은 게 좋았다. 우리가 드디어 유럽에 왔구나, 실감이 나는 아기자기 한 노상 식당이었다.
콜로세움 겉도 핥고, 식사도 해결했겠다, 로마를 떠나 피렌체로 가기로 했다.
짐은 감당이 안 될 정도로 많고, 비행기에서는 울지 않던 아이가 기차에서는 계속 빽빽 울었다. 피렌체 호스트가 우리를 데리러 나오기로 했는데 기차는 연착되고, 설상가상으로 기차 내에서는 메시지도 잘 보내지지 않았다.
나 홀로 너무너무 스트레스받는 상황이었다.
우여곡절 끝에 피렌체 역에 도착했다. 낯선 곳이라 막막했는데, 호스트가 기차 문 앞까지 우리를 마중 나와주었다. 연착 때문에 한참 늦었는데도 짜증 나는 기색 하나 없이 반갑게 맞아주었다. 양손에 짐도 다 들어주고 신경을 많이 써주었다.
이동하느라 (오늘도 역시나) 고된 하루였는데 호스트의 친절 덕분에 낯설던 피렌체가 편안해졌다. 부모님도 숙소 뷰가 탁 트여 너무 좋다고, 숙소 잘 잡았다고 칭찬해 주셨다.
운이 좋게 이제 막 에어비앤비 사업에 뛰어든 젊은이의 숙소를 예약해, 웰컴 와인도 받고 따듯한 환대도 받을 수 있었다. 그간의 피로가 싹 녹아내렸다.
엄마가 아이를 데리고 잠이 들었다. 우아하게 테라스에 나가서 커피나 한잔하고 맥주도 마시려 했는데, 나도 너무 피곤해서 어느새 잠들어버렸다.
우리는 시차를 느낄 새도 없이 너무 정신없이 움직이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