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랑 치앙마이 한 달 살기.

6. 함께 여행을 해보아야 비로소 알게 되는 사람.

by 모루

나는 친구와 함께 해외여행 가는 것을 조금 꺼려하는 편이다. 워낙 자유분방하게 일정 없이 다니는 편이다 보니 의견 충돌이 생길 수 있고, 그렇지 않다 한들 여행을 다니다 보면 예민해지기 쉬워 다툴 가능성도 높아질 것 같아서다.


그래서 친한 친구와 여행을 가기보다는 그때그때 현지에서 쿨하게 만나 여행지가 바뀌면 쿨하게 헤어지는 동행 시스템을 선호하는 편이었는데, 치앙마이 한 달 살기를 가며 대학 후배에게 “너도 올래?” 하며 툭 던진 한마디를 후배가 덥석 물었다.


“언니, 좋아요! 저도 갈게요!”


후배를 만나기 전, 내심 걱정도 되었다. 안 그래도 다툼이 일어나기 쉬운 여행인데 나는 아이와 부모님, 부모님의 친구분들까지 함께이니 후배에게 신경을 써주지 못할게 뻔한 것 아닌가.



그런데 그런 걱정이 무색하게 후배는 본인의 숙소를 알아서 척척 예약해 두고, “언니, 같이 갈래요?” 하며 코끼리 보호소 투어까지 예약해 두었다.


잠시 우리 숙소에서 머물 때도 60대 어르신들 모두에게 사랑받을 만큼 예의 바르게 대했다. 정말 진국이었던 건 늘 밥을 차리느라 고생하는 우리 엄마의 얘기를 후배에게 했더니 어느 날 아침 혼자 일어나 아침밥을 차리고 있었던 것이다.


단체로 여행을 가도 언제나 당연스럽게 요리는 엄마의 몫이었다. 엄마는 그것에 대해 불만이 없고 오히려 즐기는 편이었으나, 그럼에도 누군가가 자신을 위해 밥상을 차려준 게 꽤 놀랍고 기쁜 모양이었나 보다. 엄마는 처음 보는 살림살이로 밥을 하는 게 쉽지 않은 일인데 대단하다며 아직도 그때 얘기를 하신다. 그 쉽지 않은 일을 한 게 딸이 아니라 참 미안하지만.. 나도 그 친구를 다시 보게 된 계기였다.



이후 엄마의 무한한 신뢰를 얻어 아이를 맡기고 후배와 둘만의 시간을 보낼 수 있었는데, 아무 일정 없이 그저 둘이 치앙마이 골목을 걸어 다니기만 해도 즐거웠다. 영어 메뉴판도 없는 태국 현지 식당에 가서 아무거나 시켜 먹고 깔깔거리거나, 무슨 튀김이었는지 기억도 안 나는 길거리 튀김을 우리가 마지막으로 시키고서는 뿌듯해하기도 했었다.


후배가 떠나는 날에도 크게 감동을 했는데, 밤비행기를 타는 김에 숙소를 1박 더 예약했단다. 나 육아 때문에 힘들면 거기서 혼자 자고 가라고.. 그래서 일부러 더 좋은 숙소를 예약했었다고 했다.


본업이 엄마인지라 후배가 예약한 좋은 숙소에서는 더 머물지 못하고 아이가 있는 곳으로 돌아갔지만, 그 따듯한 마음이 참 오래도록 기억에 남았다. 나를 아이의 엄마가 아니라 한 명의 사람, 한 명의 언니로 봐주는 사람이 있음에 그게 또 살아갈 힘이 되었다.


분명 그 후배랑은 대학 때부터 좋은 관계를 유지하던 사이이고, 꼭 어디를 다녀오면 작은 선물이라도 챙겨 올 만큼 따듯하고 남 챙겨주기를 좋아하는 아이라는 것은 이전에도 알고 있었다. 하지만 후배와 여행을 함께하지 않았더라면 이렇게까지 마음이 깊은 사람인지, 싹싹한 사람인지, 함께 여행을 하는 게 편한 사람인지 알지 못했을 것이다.


이제는 또 한 아이의 엄마가 된 나의 후배. 언젠가 아이와 함께 여행을 하거나, 단 둘이 다시 여행을 떠날 수 있으면 좋겠다.


그리고, 정말 고마웠다고 얘기해주고 싶다. 엄마가 처음인 나에게 엄마의 역할이 버거웠던 때, 나를 엄마가 아닌 학교 다닐 때의 그 선배, 그 언니로 봐주던 네가 있어서, 너와 함께여서 즐거웠다고.


후배와 함께 한 그날 밤만은 대학 때 그 시절로 돌아가 한결 숨통이 트이는 밤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