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랑 치앙마이 한 달 살기.

7. 나의 아이에게는 역마살이 있다.

by 모루

사실 내가 아무리 여행을 좋아할지언정 내 아이가 힘들어하면 두 번 다시는 여행 따위 꿈도 못 꿨을 것이다.


그런데 얘, 아무래도 역마살이 있는 것 같다.



내 아이는 백일 전부터도 집에 있는 것보다 밖에 나가 있는 것을 더 좋아했다. 집에 있으면 하루 종일 울고 칭얼대서 밖에 데리고 나가면 언제 그랬냐는 듯 얌전했다. 심지어 “어머, 애가 어떻게 이렇게 순해요?”라는 말을 들은 적도 숱하게 많았다. (그때마다 내 복장은 터졌다.)


덕분에 원래 침대가 내 몸이요, 내가 침대이니라. 침대와 물아일체이던 나는, 은둔 생활을 벗어던지고 강제로 산책을 해야만 했다. 나중에는 아예 왕복 두세 시간씩 지하철을 타고 다니기도 했는데, 지하철에서도 큰 투정 없이 얌전하게 잘 있어주었다.



그래서 여행을 좋아할 거라고 짐작은 했는데, 웬걸, 생각보다도 더 많이 좋아했다. 아마 우리 중에 가장 즐거워하는 것 같았다.


나름 중장거리 비행이었는데도 울지 않은 건 물론이요, 왕복 6~8시간씩 차를 타고 다녀야 하는 일정도 잘 소화해 냈다. 하루 종일 밖에 있으면 피곤해서 힘들어할 법도 한데, 유모차에서 적절히 잘 자서 그런지 힘든 내색조차 없었다.


잘 웃지도 않던 아이는 여러 사람들을 향해 웃어주었고, 매일 이유식과 씨름을 하다 50ml를 채 먹이지 못하고 결국 내 성질에 못 이겨 이유식 그릇이나 숟가락을 싱크대에 집어던지던 날들과 달리 아이는 200ml짜리 이유식도 거뜬히 먹어주었다.


이걸 웃어야 할지, 울어야 할지, 치앙마이에서 이가 네 개나 났는데 티도 안 났다. 하도 잘 웃고 잘 놀고 잘 자서. 여행 전으로도 후로도 아이에게 이가 나는 건 늘 (나에게) 밤낮으로 고통이었는데 말이다.



예전에 재미 삼아 본 사주에서 얘는 해외를 나가야 한댔나, 나가야 좋댔나, 뭐 그랬던 것 같다. 그래서 그런 걸까. 어떻게 8개월 아기가 이렇게까지 여행을 즐긴단 말인가.. 어쩌면 아이에게도 매일 나와 부대끼며 반복되던 삶을 떠나 새로운 환경이 필요했을지도 모르겠다.


아무튼 역마살이 있는 아이 덕분에 나는 내 삶의 이유였던 여행을 포기할 이유가 없어졌다. 물론 지금 내 삶의 이유는 여행이 아닌 아이가 되었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