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 여행의 마지막 밤, 너에게 쓰는 편지.
아가야,
마지막 밤이라고 너를 할머니에게 맡겨두고
엄마 혼자 시장에 가서 밥을 먹고
오토바이 택시 뒤에 타고 집에 돌아오는 길에
참파 꽃 향기와 물냄새 같은게 나서
엄마는 기분이 참 좋았어.
그리곤 집에 돌아와 짐을 싸고,
너를 재우고,
네가 곤히 잠든 모습을 바라보다
엄마는 갑자기 눈물이 왈칵 쏟아질뻔 했어.
네가 너무 많이 기특하고 고마웠어.
여기 있는동안 우리 아가가 아프지 않아줘서
엄마는 그게 무엇보다도 제일 고마워.
때로는 어른들에게도 벅찰만큼
힘든 관광 일정이 있었는데,
잘 따라와줘서 고마워.
많이 더웠을텐데 태열이나 땀띠 하나 없이
건강해줘서 고마워.
낯 가린다고 울지 않고,
엄마 힘들지 않게 다른 사람들도
잘 따라줘서 고마워.
한 달동안 대부분 기분 좋게 있어줘서 고마워.
눈 마주치면 방긋방긋 잘 웃어줘서 고마워.
이유식을 너무 안먹어서 걱정 많이 했는데
밥도 잘 먹어줘서 고마워.
살 빠진다고 고민했는데
토실토실 살도 많이 올라와줘서 고마워.
엄마 욕심에 이런저런 과일도 먹여봤는데
알러지가 없어서 고마워.
위생에 그렇게 크게 신경쓰지는 않았었는데
탈도 안나서 고마워.
여기서 아마도
이가 두개정도 더 날거라고 예상은 했지만,
한꺼번에 네개가 날거라고는 상상도 못했어.
그런데도 불구하고 잘 견뎌내고 있어서
너무 기특하고 고마워.
씩씩하게, 건강하게,
차근차근 성장해주고 있어서 고마워.
이 한 달이 너에게 어떤 영향을 끼치게 될까?
기억하지 못할테니
정작 너에게는 아무런 영향이 없을 수도 있겠지.
하지만 엄마에게는 너를 키움에 있어
영원히 잊지 못할 추억이 될 것 같아.
아가야, 너는 기억하지 못할지라도
엄마는 마음속에 소중히 이 한달을 품어갈게.
너를 갖기 전
엄마에게 여행이라는건 참 커다란 의미였어.
네가 태어난 후
다 포기하고 살아야 할거라고만 생각했는데
그게 아닐 수 있게 해줘서 정말 고마워.
아가야,
실은 엄마는 네가 존재함으로 모든 것에 다 고마워.
세상에서 제일 많이 사랑해, 우리 아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