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랑 튀르키예 여행 21.

21. 외국에서 친구를 만난다는 것.

by 모루



아침에 눈을 뜨자마자 창 밖을 봤더니 우리 숙소 바로 밑에 장이 섰다!


안 그래도 창 밖으로 휑한 공터를 볼 때마다, 엄마랑 저기는 뭘 하는 곳일까 토론을 벌이곤 했었는데 우리가 그토록 사랑하는 시장이었다.




들뜬 맘으로 쪼르르 내려가 생필품 구경도 하고, 현지 음식도 사 먹었다. 이제 귀국이 얼마 남지 않아 과일이나 야채는 양껏 사지 못 하는 게 아쉬웠다.



시장 구경을 마치고 나는 아이를 부모님께 맡기고 서둘러 다시 나갈 채비를 했다. 예전에 아일랜드라는 나라에서 워킹홀리데이를 했었는데, 그때 알게 된 튀르키예 친구를 만나기 위해서였다.


사실 그 친구는 나의 친구였다기 보다는 내 친구의 친구에 가까운 사이였다. 그래서 연락을 할지 말지 꽤 오랫동안 고민을 하다 소심하게 핸드폰으로 메시지를 남겼다. 친구는 매우 반갑게 맞아주며 지금 지내는 곳은 괜찮냐, 무슨 문제는 없냐, 혹시 도울 일이 있거든 나는 24/7 (24시간, 7일 내내) 준비되어 있으니 말만 하라고 답장을 해주었다.



아, 다시금 여행 초반의 내가 부끄러워지는 순간이었다. 앞서 몇 번 언급했듯, 나는 튀르키예 사람들에 대한 편견이 있었다. 내가 만난 좋았던 사람들의 기억은 잊은 채 나쁜 면만 보고 있던 내가 어리석게 느껴졌다.




친구가 일이 있어 약속시간보다 늦어진다고 했다. 나는 연락을 망설였던 마음, 튀르키예인들에 대한 편견 등 미안한 마음을 담아 가판대의 꽃집에서 꽃을 골라 직접 다발을 만들었다. 작업대가 없으니 형편없는 모양새였지만 중요한 건 마음이라 스스로 위로를 해 보았다.




드디어 친구를 만났다! 친구는 나를 만난다고 아일랜드 가방을 들고 나왔단다. 그 귀여움에 웃음이 났다.


그런데… 어? 친구가 아니라 친구들이네!

알고 보니 튀르키예 친구가 아일랜드에서 만났던 다른 애랑 결혼을 한 것이었다. 사람 인연이라는 게 참 재미있다.


덕분에 근사한 곳에서 식사도 하고, 튀르키예 전통 음식과 디저트도 먹고, 친구들이 다니는 사원도 구경했다.



친구들의 연애와 결혼 이야기도 들을 수 있었다. 이스탄불의 갈라타 타워에 남녀가 둘이 가면 결혼을 한다는 전설이 있는데 정말로 결혼을 하게 됐다는 동화 같은 이야기였다.



너무 오랜만에 만나 수다를 떨다 보니 이미 해가 졌다. 나는 생각보다 늦어진 귀가에 당황했다. 그도 그럴 게, 대중교통을 타고 가자니 애매하고 걸어가자니 먼 거리였다. 캄캄한 밤에 오랫동안 혼자 걷기도 무서웠다.


조심스럽게 친구들에게 택시를 잡을 때까지 기다려 줄 수 있냐 물어보니 친구들이 무슨 그런 걱정을 하냐며 오히려 핀잔을 했다. 일을 마치고 와 피곤했을 텐데도, 그 먼 길을 데려다주었다. 함께 걷는 중에도 남자인 친구는 우리 숙소가 있는 곳에서 학교를 나왔다며 또 수다 삼매경에 빠졌다.



몇 년 만에 연락을 해 만난 친구들. 그때는 각자 혼자여서 정신없이 웃고, 술도 마시고, 때로는 내일이 없는 것처럼 놀던 우리가 이제는 가정을 꾸리고 산다는 게 신기했다. 그리고 이렇게 오랜만에 만났는데도 거리낌 없이 친근하게 대해줘서 진심으로 고마웠다.


오랜만에 아이가 없는 나로 돌아가 마음이 따듯해지는 하루였다.


너무 늦게 들어가 부모님의 잔소리는 좀 들었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