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와 튀르키예 여행 20.

20. 신시가지 산책.

by 모루


오늘은 어디를 가 볼지 고민하다가, 여태껏 가보지 못했던 신시가지 쪽을 둘러보기로 했다.


아무리 서울의 지옥철에 익숙 한 한국 사람이라도 튀르키예에서는 버스를 탈 때마다 어마어마한 인파에 멀미가 날 지경이라, 신시가지로 나가는 선착장까지 걸어가기로 했다.



그런데 이게 뭐예요..

유모차를 끌고 가기엔 너무 가파른 언덕들. 아차 싶었지만 이미 늦었다. 운동인지 산책인지 모를 길을 계속 걸었다.



엄마가 밀고, 아빠가 밀고, 내가 밀고. 셋이 합심해 유모차를 밀다 보니 어느새 오르타쿄이 선착장에 도착했다. 이곳 스타벅스의 전경이 멋지다 하여 커피를 한 잔 하고 넘어갈 생각이었는데, 배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아 어영부영 배를 타 버렸다.


배가 출발한 지 얼마 지나지 않아 한 바이올린 악사가 배 안에서 연주를 했다. 아이는 제법 집중하여 기분이 좋은 듯 음악을 들었다.


그것도 잠시, 웬 취객이 배 안에 있는 매점 주인과 싸웠다. 악사는 분위기를 보고 도망을 가 버렸다. 부모님은 2층에 있고 나와 아이뿐이라, 나도 시비에 걸리기 전에 도망을 가야 하나 고민하는 새에 목적지에 도착했다. 놀란 가슴을 겨우 쓸어 넘겼다.




신시가지에 도착하니 선착장 근처에 온갖 케밥 집과 음식점들이 즐비했다. 음식 냄새가 솔솔 나니 배가 고프지 않은데도 구미가 당겼다. 엄마도 같은 생각인지, 갑자기 들뜬 목소리로 말했다.


“우리, 케밥 사 먹을까?“


케밥을 주문하고, 길거리에 앉아 부모님과 함께 사이좋게 나눠 먹었다. 부모님이 참 맛있게 드셔서 기억하고 싶은 맘에 가게 사진을 찍으니 반가워하며 가게 주인에 주방장까지 나와서 포즈를 취한다. 참 유쾌한 튀르키예 사람들.



신시가지는 확실히 젊음의 냄새가 났다. 구시가지에 비해 도로도 더 깨끗이 정비되어 있고 언덕이 없어 걷기에 편했다. 현지 10-20대들이 선호할만한 옷 가게도 곳곳에 많았다. 마침 플리마켓도 열려있어 구경하는 재미가 쏠쏠했다.


같은 도시, 다른 동네. 비슷하면서도 다른 느낌이 흥미로워 생각보다 한참을 돌아다녔다.



다리도 아프고 아빠의 체력도 슬슬 한계라 우연히 한 펍에 들어가게 되었다.


야외 테라스에 앉아 있으니 한 잡상인이 와서 아이 팔에 팔찌를 걸어주며 환심을 샀다. 아이에게 사이즈가 맞지도 않는데 열심히 호객을 하는 모습이 감명 깊어 팔찌를 하나 구매했다. 역시나 바가지였다.


11개월에 여행을 시작해 곧 12개월이 되는 아이는, 곧 스스로 걸으려는 듯 쉴 새 없이 계속 움직였다. 덕분에 쉬려고 머무른 펍에서 어른들은 오히려 체력을 더 뺏겨버렸다.



신시가지에서 저녁까지 먹고 해가 질 무렵이 되어서야 숙소로 돌아갔다. 노을 지는 하늘을 바라보는 엄마의 모습이 좋아 사진을 찍었다.


기대하지 않은 일정이었는데 생각보다 알찬 하루를 보내 마음이 뜨끈해졌다. 오늘 하루 무사히, 평화롭게 잘 따라 준 아이에게도 참 고마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