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 아기다리고기다리던 아야소피아.
아침부터 투어를 가야 하는 날.
분주하게 준비를 한다고 했으나, 간당간당하게 나와버렸다. 안 그래도 마음이 조급한데 지나가는 택시마다 누가 타고 있었다. 다행히도 제 때에 지나가는 택시를 잡아 약속 시간 정각에 도착할 수 있었다.
여행 어플에서 튀르키예인이 한국어로 진행하는 투어를 예약했는데, 결과는 대만족이었다. 가이드의 한국어 발음은 한국인보다도 더 정확했고, 자국민의 시선으로 듣는 이야기도 매우 흥미로웠다.
투어의 첫 코스는 돌마바흐체 궁전.
궁전 입구에 유모차를 세워두고 내부로 입장했다. 투어의 시작이니만큼 역사적 배경 설명이 많았는데, 그동안 여행을 하며 궁금하던 것들이 해소되는 유익한 시간이었다.
자유시간 동안 우리는 궁전 한편에 앉아 아이에게 분유를 먹였다.
트램을 타고 예레바탄 지하궁전으로 이동했다.
아야소피아를 제외하고는 가장 기대하던 곳인데, 투어의 성격상 오래 머물지 못해서 아쉬웠다.
블루모스크를 구경한 후 점심식사를 했다. 밥을 먹고 나오니 점심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 커피를 살 시간이 있을까 고민하며 잰걸음으로 헥헥거리며 스타벅스에 갔는데, 투어 하는 사람들이 거기 다 모여있었다. 다 같은 생각으로 한 곳에 모인 게 반갑기도 하고 재밌기도 해서 모두가 크게 웃었다.
다음 코스는 내가 가장 기대하던 아야소피아였다. 사원 내부에 들어가려면 여자들은 머리카락과 다리를 가려야 하는데, 일행 중 짧은 바지를 입고 오신 분이 계셨다. 내 머리를 가리려던 아기담요를 일행분께 드리고, 나는 두루마기같이 생긴 겉옷을 머리에 썼다. 덕분에 튀르키예의 조선시대 여자가 되었다.
이 무렵부터 아이가 잠들어 부모님과 내가 번갈아가며 아이를 보며 관광을 했다. 유모차는 사원 내부로 들어갈 수 없기 때문이었다. 아이를 깨워 안고 들어가도 됐지만, 그러지 않았다. 그냥 더 자라. 편하게 구경하게.
아야소피아를 보며 많은 생각이 들었다. 처음엔 성당, 그다음엔 박물관, 그리고 현재는 모스크이자 관광명소가 된 건물. 시대의 흐름에 따라 성당으로도, 사원으로도 쓰이는 이 복합적인 건축물이 나는 참 마음에 들었다. 처음 보는 모스크라서, 신기하기도 했다. 기대 이상이었다.
꽤 감명 깊었던 아야소피아를 떠나 톱카프 궁전으로 향했다. 톱카프 궁전은 규모도 굉장히 크고 산책하기도 좋았다. 경치도 훌륭해서, 마침 잠에서 깬 아이와 함께 가족사진도 많이 남겼다.
와 다리가 너무 아프다, 진짜 힘들다 싶을 때쯤 투어가 끝났다. 마지막 코스인 이집션 바자르에서 한국에 사 가면 좋을 기념품들을 추천받고 해산했다.
우리는 이전에도 이곳에 왔었기 때문에, 나는 웬만하면 오늘 기념품 쇼핑을 끝내고 싶었다. 한 곳을 세 번이나 오고 싶지는 않았다. 그런데 부모님이 너무 힘들어하셔서 별 수 없이 카페로 향했다.
어른들 편하게 투어 하라고 종일 유모차에서 자던 효자 아이는, 그 영향으로 몸이 찌뿌둥한지 카페 바닥에 양말도, 신발도 없이 자리를 잡고 앉아 놀았다.
지친 엄마는 요리할 기운도 없을 터. 밖에서 저녁까지 해결하고 들어가기로 했다. 튀르키예 음식이라는 베이란에서는 육개장 맛이 났다. 가이드 추천 맛집이라, 퀴네페라는 디저트까지 야무지게 포장해서 숙소로 돌아갔다.
부모님은 기절한 듯 잠이 들어, 모두가 잠든 숙소에서 나 홀로 디저트를 먹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