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일을 타인에게 떠넘겨라.
어린 시절, 마크 트웨인의 『톰 소여의 모험』은 동화책이 로든 만화영화로든 누구나 한 번쯤은 접해봤을 법한 작품이다. 톰 소여의 수많은 이야기들 중 가장 인상 깊었던 하나를 꼽으라고 한다면, 나는 다음의 이야기라 말하고 싶다.
일찍 부모를 여읜 톰은 이모와 함께 살고 있었다. 그러던 어느 날, 톰에게 집의 울타리를 페인트로 모두 칠하라는 이모의 명이 떨어졌다. 학교를 무단으로 결석한 행동에 대한 벌이었다.
"에효! 저걸 언제 다 칠하지."
톰은 하루 종일 페인트 칠을 할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절로 한숨이 나왔다. 하지만 낙담도 잠시, 이내 좋은 생각이 떠올랐다. 톰은 입으로는 휘파람을 불며 유유자적한 자세로 울타리를 칠하기 시작했다. 때마침 친구인 벤이 사과를 먹으며 나타났다.
"톰 참 안됐다. 쉬는 날 그런 따분한 일을 하다니."
사실 벤은 주말에 페인트칠을 하는 톰의 모습을 보고 놀릴 심산으로 말을 건넸던 것이었다. 하지만 약삭빠른 톰이 그런 그의 의도를 모를 리 만무했다. 톰은 오히려 어리둥절한 표정을 지으며 벤에게 말했다.
"따분하다고? 벤! 너는 요즘 어린이들 사이에서 유행하는 놀이가 페인트 칠이라는 것을 아직 모르고 있구나. 그래 넌 해보지 않아서 모를 거야. 이게 얼마나 재미있는 놀이인지."
톰은 신이 난다는 듯 노래까지 흥얼대며 페인트칠에 열중했다. 그러자 벤은 자신이 들고 있던 사과를 톰에게 건네며 말했다.
"톰, 나도 한 번만 칠해 보면 안 될까?"
"어, 안돼! 이게 얼마나 재미있는데."
"톰, 그러지 말고 제발 딱 한 번만."
결국 톰은 마지못한 척 솔을 벤을 넘겼다. 그리고 그와 같은 방법으로 새로운 친구들이 지나갈 때마다 그들의 애간장을 태웠다. 친구들은 페인트칠을 하기 위해 톰에게 자신들의 보물을 건넸고, 결국 울타리는 그의 친구들의 손에 의해 말끔히 칠해졌다.
시간으로부터 자유를 얻는 법. 그 첫 번째는 방법은 나의 일을 다른 누군가에게 떠넘기는 것이다. 쉽게 말해 사업가, 즉 사장이 되는 것이다.
사업가가 시간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있는 이유는 우리들이 톰 소여의 친구가 되어 그들의 일을 대신하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당신이 한 회사를 경영하는 사업가라고 가정을 해 보자. 사장으로서 당신이 해야 할 일은 대체 무엇일까?
우선 사업가란 어떤 사람인지에 대해서 생각해 보자. 우리의 머리 속에 떠오르는 일반적인 사업가의 이미지는 구체적으로 무슨 일을 하는지는 알 수 없지만, 적어도 하루가 24시간으로는 부족할 만큼 바쁜 일과를 소화해 내는 사람이다. 하지만 현재 우리가 근무하고 있는 회사의 사장님을 보며 그러한 사업가의 모습을 떠올리는 사람은 극히 드물다. 그것도 그럴 것이 회사에서 비치는 사장님의 모습은 우리들처럼 정해진 시간에 출·퇴근을 하는 것도 아니며, 업무보고와 회의를 제외한다면 사장실에 틀어박혀 바둑 TV를 본다거나 신문을 읽는 등 소위 일을 하는 시간보다 농땡이를 부리를 시간이 더 많아 보이기 때문이다. 그러다 가끔, 그런 사장님과 눈이라도 마주치면 우리의 몸과 마음은 3배로 피곤해진다. 태초부터 사장님이라는 존재는 업무가 바쁘다 하여 두 팔을 걷어 부치고 우리의 일을 도와줄 위인도 아닐뿐더러, 업무가 한산하면 한산한 대로 우리로 하여금 숨죽이며 자리에 앉아 눈치를 보게끔 만드는 불편의 아이콘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모든 근로자들은 매일 같이 '오늘도 사장님께서 회사에 안 계셨으면…….'하는 바람을 갖는다. 근로자의 관점에서 본다면, 차라리 사장님이 매일 골프 모임에 나가시는 것이 오히려 업무의 효용성 드높일 수 있는 방법이니 당연한 것인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것은 어디까지나 근로자의 생각일 뿐, 오너의 입장은 다를 수도 있다. 그럼 지금부터는 경영자의 관점에서 한 번 이야기를 해자.
'맛나 커피'라는 회사가 있다. 이 회사의 대표는 김병우 회장으로 그에게는 원규와 원호라는 두 아들이 있었다. 그러던 어느 날, 염라국으로부터 초대가 멀지 않다는 것을 직감한 김 회장은 두 자녀를 불러 다음과 같이 말했다.
“이제 나의 자리를 너희 둘 중, 한 사람에게 물려줄 때가 된 듯하구나. 나는, 내가 일평생을 쏟아 일궈 낸 이 회사가 후대에도 계속해서 존속하길 희망한다. 그리하여 너희 둘을 시험하여 더욱 우수한 성과를 달성한 이에게 나의 자리를 물려줄 생각이다. 지금 너희에게 건네는 이 통장에는 각각 1억 원이라는 돈이 들어 있다. 이 돈을 자본금으로 삼아 3년간 커피 매장을 운영하여 더욱 많은 수익을 벌어드린 자가 앞으로 나를 대신해 우리 ‘맛나 커피’의 새로운 주인이 될 것이다.”
김병우 회장의 말을 끝나자 두 형제는 그 길로 집을 나와 목이 좋다는 곳에 매장을 열고 장사를 시작했다. 처음에는 두 사람 모두 밤낮을 가리지 않고 열심히 일을 했다. 그러나 3개월이 지나서부터였다. 동생인 원호는 언제나 그랬듯이 부지런히 가게를 돌보는 반면, 형인 원규는 시간이 지나면 지날수록 그 발걸음이 가게와는 멀어지고 있었다. 이를 본 원호를 속으로 생각했다.
“장사가 조금 잘된다고 하여 직원들에게 가게를 맡기고 나가노는 꼴이라니……․ 저렇게 게을러빠진 형이 회장이 된다면 아버지가 피땀 흘려 일궈낸 회사를 말아먹을게 분명해.”
시간은 흘러 어느덧 약속했던 3년이 지났다. 원호는 승리를 자신하며 미소를 머금었다. 그러나 이것이 어찌 된 영문이란 말인가. 두 사람의 성적표가 공개되자 원규의 매출이 원호의 매출보다 수십 배는 앞서 있는 것이 아닌가! 이처럼 믿을 수 없는 결과를 두고 원호를 격분하며 말했다.
“어떻게, 어떻게 매일 성실히 일한 나보다 노닥거리기만을 일삼던 형이 더 좋은 결과를 낼 수 있는 거지? 이건 말도 안 돼!”
그러자 원규는 원호를 향해 차분한 미소를 띠며 말했다.
“동생아, 너는 누구나 할 수 있는 일을 한 반면, 나는 사업가가 해야 할 일을 찾아서 한 것뿐이란다. 그리고 그것이 내가 너를 이길 수 있었던 비결이지.”
“누구나 할 수 있는 일과 사업가가 해야 할 일이라니? 대체 무슨 말이야?”
원호는 원규의 말을 이해할 수 없다는 듯 말했다. 그러자 원규는 차분한 목소리로 다시 말을 이어갔다.
“한 번 생각해 보렴. 네가 매장을 지키고 있다고 하여 손님이 들끓고, 직원들만 자리한다고 하여 파리가 날리는 것일까? 결론은 너의 존재와는 상관없이 가게는 어떻게든 돌아간다는 거야. 물론 바리스타 김원호의 커피를 맛보기 위해 매장을 찾는 손님도 있었을 거야. 나 역시 그랬으니까. 하지만 나는 매장을 오픈한 후, 3개월 동안 직원들에게 바리스타 김원규의 모든 노하우를 전수하기 위해 노력했어. 그 결과 내가 가게를 비우더라도 손님들은 김원규의 커피 맛을 즐길 수 있게 되었지. 결국 나의 매장에서 김원규의 커피는 누구나 만들 수 있는 그런 커피가 된 거야. 그러니 자연적으로 매장에서 내가 할 일은 점점 없어지게 된 거지.
이쯤에서 원호라면 이런 생각도 할 수 있을 것 같아. ‘사장이 자리를 비우므로 해서 직원들이 게으름을 피울 수도 있지 않을까?’ 물론 나도 그 문제에 대해서 고민하지 않았던 것은 아니야. 하지만 ‘의인물용 용인물의(疑人勿用 用人勿疑)’라 믿지 못하면 처음부터 쓰지를 말고, 일단 쓴 사람은 의심하지 말라는 말처럼, 열 명도 안 되는 직원을 믿지 못해 일을 맡기지 못해서야 어찌 ‘맛나 커피’의 수백 명의 임직원을 믿고 일을 맡길 수 있을까라는 생각을 했지.
이야기가 잠시 딴 곳으로 흘렀는데, 아무튼 매장을 직원들에게 맡긴 후. 나는 다음과 같은 일들을 했어. 우선 어떻게 하면 보다 효율적으로 가게를 사람들에게 알릴 수 있을까에 대해서 고민을 했어. 그리고는 블로그를 통해 홍보를 하기 시작했지. 하지만 블로그를 운영하는 것은 나의 전문분야가 아니기에 그 일을 대신해 줄 사람을 찾아 맡겼지. 그 후 나는, 또 어떻게 하면 사업장을 넓힐 수 있을까에 대해서 다시 고민을 했어. 그리곤 체인사업에 도전하기로 결심했지. 그때부터 나는 법무사를 찾아 가맹사업에 대한 법률정보를 수집하고, 부동산을 돌아다니며 사업지 선정과 임대차거래에 관한 지식을 얻었으며, 투자설명회 등을 개최하여 가맹사업에 참여할 투자자들을 모집했어. 결국 사장의 일이란 한 발 앞서 일을 추진해 나가면서 직원들로 하여금 그 길을 따로 오도록 발판을 마련하는 것이지."
원규의 이야기를 모두 들은 원호는 결국 자신의 패배를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
우리들의 눈에는 단순히 잔소리와 노닥거림으로 밖에 인식되지 않았던 사장님의 행동들. 하지만 사업가는 그 안에서 자신이 할 일을 찾아간다. 그리고 어쩌면 그것이 사장이 직원들보다 더 많은 월급을 받아가는 이유인지도 모른다.
앞서, 필자는 사업가가 되어 나의 일을 다른 누군가에게 떠넘김으로써 시간으로부터 자유를 쟁취할 수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앞의 이야기를 돌아보면, 사업가는 자신의 일을 타인에게 떠넘길지언정 그들만이 할 수 있는 일을 찾아야 한다는 점에서 어쩌면 더욱 많은 시간을 속박받을 것이라는 느낌을 받는다. 그러나…
만약 중·고등학생이 직장인이라고 한다면, 사업가는 대학생과 같다. 중·고등학생에게는 선택의 기회가 없이 학교에서 만들어 준 일과를 소화한 후에서야 교문 밖을 나갈 수 있는 것이 마치 정해진 하루의 업무를 모두 끝마쳐야 퇴근할 수 있는 직장인과 진배없다. 반면 대학생은 교과목의 선택에서 출석 여부까지 모든 것을 학생 스스로가 결정하고 책임진다. 사업가의 일이라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사업가의 일은 매번 반복되는 일이 아니며, 무에서 유를 만들어내는 창조적인 작업이다. 때문에 사업가의 일은 시간에 구애받지 않으며, 그 모든 시간은 사업가 스스로가 조율이 가능한 것이다.
시간으로부터 자유를 얻었을 때, 우리는 우리의 삶을 우리가 꿈꾸는 방향으로 이끌어 가는 힘을 지니게 된다. 하지만 세상 모든 사람이 사업가가 되어 자신의 일을 다른 누군가에게 떠넘길 수는 없다. 사람마다 타고난 재능이 달라 사업가의 기질이 부족한 사람도 존재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행여 사업가의 기질이 부족하다고 하더라고 낙심할 필요는 없다. 다음의 방법이 더 남아 있기 때문이다.
< 다음 이야기 예고>
다음 글은 "시간으로부터 자유를 찾는 방법" 그 두 번째 이야기가 계속해서 이어집니다.
많은 관심 바랍니다.
방금 읽으신 글은 네 번째 글입니다.
<글의 순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