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면분 (7)

by 허아른

“죄, 죄송합니다.”


어느덧 그녀의 손엔 커다란 활이 들려 있었다. 벽에 걸린 작은 창, 아니 커다란 화살로 그녀의 한 손이 뻗는다. 화살을 활에 걸면서 그녀는 이야기를 마저 했다.


“어디에나 있습니다.”

“예, 예?”

“업산…이라고 하시지 않았습니까? 업단지는 업이 깃드는 단지이지요. 그것은, 이 산에 깃들어 있습니다.”


이 산에 깃들었다… 산… 어쩌면 산 자체가 그 괴물… 나는 침을 꿀꺽 삼켰다. 여자는 내게 눈인사를 건네고는, 활시위를 당긴 채 문밖으로 나갔다. 나가면서 나에게 뭐라고 말했지만, 이미 그 천둥 같은 으르렁 소리가 고막을 찢을 지경이었기에 알아들을 수 없었다. 하지만 그 순간 그녀가 보인 눈빛은 분명, 가련함이었다. 그 서글픈 동정의 눈빛을 본 순간, 나는 모든 것을 깨달았다. 아아 그랬구나. 그것들이 내게 몰려온 것은, 내 기억이 중간중간 빠져 있는 것은.


바닥이 지진이라도 난 것마냥 크게 흔들린다. 어느새 목에는 땀이 가득하다. 목덜미에 손바닥을 가져가 땀을 훔쳤다. 그렇구나. 이것은 땀이 아니다. 손안에 느껴지는 짙은 향냄새를 맡으며, 나는 그렇게 생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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