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면분 (6)

by 허아른

“이 산에는, 사람을 잡아먹고 홀리는 것이 있습니다. 뱀처럼 긴 몸뚱이에 노랗고 주름진 닭발 같은 비늘을 두른… 입을 벌린 모습은 마치 닭이 발을 크게 펼친 듯하고, 목구멍에서는 쐐액쐐액, 하는 소리가 나지요. 그것은 산에 오른 사람을 발견하면 한입에 삼키고, 배설합니다. 그것이 내놓는 변은 삼켜지기 전의 상태와 크게 다른 형상이 아니지요.”


삼켜질 때와 크게 다르지 않은 형상… 인면분이 그런 것이란 말인가.


“하지만 그것은 한 번에 소화를 시키지 못합니다. 그래서 토끼처럼 다시 주워 먹고, 배변하기를 반복하지요.”

“예….”

“그러기를 열 번 정도 반복합니다. 그렇게 해서 마지막에 나온 변은 아주 딱딱하고, 얼굴만 남은 형태가 됩니다.”


몸에 으스스 한기가 돌았다. 여러 번 삼켜지기를 반복해서… 천둥소리가 조금 가까워진 것 같다. 그런데, 그것들은 대체 뭐란 말인가.


“열 번을 삼켜야 소화하는 만큼, 처음 배변한 것들은 꽤 사람 모양을 갖추고 있는 경우가 많습니다.”


여자는 슬픈 눈으로 말을 이었다.


“심지어 의식을 가지고 있기도 하지요.”


의식을 가진…. 흠칫했다. 설마 아까 그것들은….


“의식을 가지고는 있지만, 어딘가 부족합니다. 지식이나 기억 따위의, 형체 없는 것들까지 조금 소화되어 버린 것처럼요. 그렇게 되다 만 것들은 목적 없이 산속을 배회하다가, 다시 잡아먹히기를 반복합니다. 그렇게 대여섯 번을 반복하면, 머리만 남고 몸은 뱀처럼 쪼그라든 상태로 기어다니게 되지요. 그때쯤 되면 사실상 의식은 없다고 봐야 할 겁니다.”


등에 식은땀이 흐른다. 나는 조심스럽게 물어보았다.


“의식이 있을 때, 산에서 내려가면 되지 않습니까?”


여자는 고개를 저었다.


“가지 못합니다. 가야 할 길이 어디인지 알지 못하니까요. 집으로 돌아가는 길, 그것까지 소화된 상태가 됩니다. 남이 이끌어 주지 않으면 돌아갈 수 없으니, 사람을 찾아 따라가려고 합니다.”


그것들이 나를 따라온 것은, 그래서….


“하지만 이 산속에서 사람을 만나기도 쉽지 않고, 만난다 한들 금세 도망쳐버리겠지요. 결과적으로 사람 하나가 나타나면 그것들이 모여들고, 그 결과 자기들끼리 몰려다니며 배회하게됩니다.”


배회하고, 삼켜지고, 배회하고, 삼켜지고를 반복하다가… 그러다 인면분의 형태로….


“도망은 못 치더라도 어딘가에 숨거나 할 수는 없습니까?”


내 조심스러운 질문에, 그녀는 조용히 고개를 저었다.


“그것은 한 번 먹었던 먹이는 놓치지 않습니다. 냄새가 나니까요.”

“아아… 그 향냄새….”

“처음에 당신이 발견한 것은, 열 번 삼켜진 사람이겠지요.”


‘사람’이라고 말할 때 그녀의 눈시울이 붉어지는 것을 나는 놓치지 않았다. 그녀의 파르르 떨리는 입가가 벌어지며 말했다.


“아마도 제 남편이었을 겁니다.”

“…!”


어느새 천둥소리가 대화를 방해할 정도로 커졌다. 바닥이 흔들리는 것 같아 움찔 일어서려 하니, 그녀가 제지했다.


“여기 계시면 됩니다.”


그녀는 자리에서 일어나 주섬주섬 잡동사니를 챙기기 시작했다. 휘어진 널빤지를 주워 철끈을 걸고 칭칭 감는다. 그리고 다시 반대편 끝에 칭칭 감는다. 나는 널빤지 활을 만들고 있는 그녀의 모습을 불안하게 지켜보며 물었다.


“그것은 그러면… 어디에 있습니까?”


여자는 놀란 듯 나를 홱 돌아보더니, 굉장히 곤란하다는 듯 눈썹을 찌푸렸다.


“그렇군요… 제 설명이 부족했군요. 이해하실 줄 알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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