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엔 그저 차 한 잔이었다.
하지만 그 안엔 ‘삶을 다루는 법’이 들어 있었다.
교토의 한 다도 체험 공간에서였다.
작은 찻집, 단출한 다기, 아무 말 없이 움직이는 주인의 손길.
그 장면을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숨이 고요해졌다.
그리고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지금 나는, 차를 마시러 온 것이 아니라
인생의 태도를 배우러 왔구나."
일본 다도에는 한 가지 중요한 정신이 있다.
바로 와비사비(侘寂).
화려하지 않다. 반짝이지도 않는다.
오히려 투박한 찻잔, 닳은 대나무 다기,
세월의 흔적이 고스란히 남은 찻상에서
그들은 ‘불완전함 속의 완성’을 본다.
그건 마치,
상처투성이 삶이 더 진실하다는 것을
조용히 말해주는 듯했다.
놀랍게도, 이 다도는
원래 무사들의 수행에서 시작되었다.
전설적인 차 스승 센노 리큐(千利休).
그는 오다 노부나가와 도요토미 히데요시 밑에서
‘차’라는 이름의 철학을 완성한 인물이다.
그가 말한 다도의 핵심은 네 글자였다.
화경청적(和敬清寂)
— 조화, 존경, 청결, 고요.
차를 마시기 전,
상대를 향한 존경을 담아 손을 모으고
주변을 깨끗이 정리하며
소란한 마음을 잠재우는 것.
그게 그들의 ‘차 준비’였다.
다도는 공간도 중요하다.
찻집은 보통 다다미 네 장 반,
딱 2평 남짓한 작은 공간이다.
그 안에선 누구도 군림하지 않는다.
무사든 상인이든,
왕족이든 백성이든
그곳에 들어서는 순간, 모두가 평등하다.
지위를 내려놓고,
욕심을 내려놓고,
시간을 내려놓고
오로지 ‘지금 이 순간’에 집중하는 곳.
오늘날 일본에서도 다도는 여전히 살아 있다.
고등학교엔 다도부가 있고,
외국인들조차 이 다도의 매력에 빠져든다.
왜일까?
빠르게, 편하게, 넘치게 살아가는 시대에
다도는 ‘천천히, 단순하게, 비워내는 삶’을 알려주기 때문이다.
차 한 잔 속엔, 인생이 있다.
그 차를 준비하는 마음에서,
우리는 ‘살아가는 태도’를 배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