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 시절 내가 못해본 것들을 아이들과 함께 해보는 순간순간
엄마가 되지 않았더라면- 해보지 못했을 것들
띠링. 소세지와 햄지 학교에서 앞으로 6개월 정도 화분을 빌려준다는 안내문이 왔다. 직접 씨앗이나 모종을 심고 아이들과 함께 키워 수확까지 하면 된다는 내용. 학교 행사에 참여도가 높은 2학년 엄마들과 아이당 1개씩 (총 2개)의 화분을 신청했고 몇 가지 모종을 주문했다. 주말 오전 학교에 방문해 열심히 심었고 시간이 되는 사람이 오며 가며 물도 주기로 했다. 그로부터 일주일 뒤 추가로 모종을 심던 날. (상추만 심어뒀는데 자리가 남아 인터넷으로 오이, 방울토마토 등 몇 가지 더 구매했다.) 문득 아이들과 같이 땀을 뚝뚝 흘리며 물을 주고 있는 모습을 보고 있자니 그런 생각이 들었다. 아이가 없었다면 (식물킬러로 유명한) 내가 방울토마토를 키워볼 생각을 했을까...? 글쎄... 잘 모르겠다. 소세지 6세, 햄지 3세 시절 딸기 따기 체험을 하러 가서도 비슷한 생각을 했다. (그때가 처음이지 않았나 싶다.) 그리고 지금까지도 간헐적으로 그 생각을 한다. 아이가 없었다면 사는 동안 이걸 해봤을까...? (물론 했을 수도 있다. 나는 뭐든 새로운 것에 도전하기 좋아하고 활동적인 사람이니까... 하지만 한 가지 분명한 것은 분야는 확실히 좀 달랐으리라.)
나는 아이와 (둘째를 낳고는 아이들과) 집에 있는 것보다 바깥 활동 하는 것이 더 좋은 사람이다. 애들 데리고 힘들지 않으세요~? 물음에 늘 네~ 괜찮아요. 대답하는 사람. 오히려 집에 하루 종일 있는 것이 더 힘든 타입. 아이들이 어렸을 때에는 다양한 것을 보고 경험해 보길 바라는 마음이 컸고 조금 커서는 내가 좋아하는 것들을 공유하고 같이 해보고 싶다.라는 생각으로 여기저기 많이도 다녔다. 그래서인지 가는 곳은 자연스럽게 나의 주 관심사인 전시장, 미술관, 박물관, 체험관 등. 그러던 어느 날, 집순이인 소세지가 자기는 그것보다 집에서 휴식을 취하거나 책을 읽는 것이 더 좋다는 이야기를 넌지시 꺼냈다. 아. 그렇구나... 내가 좋다고 너희들도 다 좋은 것은 아니었을 텐데... 그날 이후 아이들의 의견을 적극 반영하여 더 다양한 시간을 보내고 있다.
책을 좋아하는 소세지를 따라 만화카페에서 5시간씩 책과 만화책을 읽기도 하고 좋아하는 캐릭터 코스프레를 하고 게임쇼에 가기도 한다. 또 서울국제도서전에서 이제 막 나온 책을 읽거나 출판사 굿즈를 사고 최근에는 마라탕도 먹어보았다. (정확히 마라탕은 아니려나. 마라가 안 들어간 뽀얀 국물의 백탕을 먹었다.) 혼자서는 시도 안 했을 것들을 엄마가 되어 잔뜩 하고 있다! 물론 아이들도 원하는 경험만을 하는 것은 아니었겠지? 뭐든 해보기 좋아하는 엄마의 제안으로 클라이밍, 가족 달리기, 등산, 갖가지 체험을 해본다. 이건 마치 취향이 전혀 다른 친구와 여행을 가서 친구가 짜둔 스케줄을 오롯이 소화해 내는 느낌이랄까? 나 혼자였으면 저기는 안 갔을 텐데, 나는 저거는 안 먹었을 텐데 하는 걸 랜덤으로 해보는 기분. 그런데? 막상 해보니 그게 나쁘지만은 않달까? (생각보다 재밌었다. 해보니 안 어렵더라. 또 하고 싶다. 라는 피드백이 주로 남는다. 나도 아이들도) 아이들과 대화하려고 이 세상 만화, 게임 캐릭터들은 다 외울 기세며 여행을 계획하면 놀이터부터 찾게 된 나. 거절하기 어려운 타인의 제안으로 오늘도 새로운 것들을 배우고 경험한다. 과연 앞으로는 또 어떤 것들이 기다리고 있을까?!
글 지지 zizi
집에서는 두 딸의 엄마와 K - 장녀, 일터에서는 디자인을 전공한 공예가, 삶에서는 매사 긍정적이고 계획, 실천, 유지를 중요하게 생각하는 사람을 담당하고 있습니다.